박영선, 드디어 독배를 마시다
박영선, 드디어 독배를 마시다
  • 승인 2014.10.06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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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호정 소설가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새정치민주연합의 원내대표로 화려하게 등장했던 박영선 대표가 5개월간의 우여곡절 끝에 쓸쓸히 퇴장했으며 그가 처음 취임하면서 ‘모두들 독배를 마시라고 하니 마시고 죽겠다’고 한말이 씨가 되어 결국은 독이 든 잔을 마시고 말았다.

그는 당 소속의원 130명 전원에게 보낸 이메일 퇴임인사에서 ‘원내대표직, 그 짐을 내려놓으려 한다, 책임이란 단어에 묶여 소신도 체면도 자존심도 다 버리고 걸어온 힘든 시간이었다’고 토로하며 ‘흔들리는 배위에서 활을 들고 협상이라는 씨름을 별였다, 직업적 당대표를 위해서라면 그 배의 평형수라도 빼버릴 것 같은 움직임과 일부 극단적주장이 요동치고 있었던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그간의 서운함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리고 ‘이런 일들이 반복되는 한 지금 우리당이 겪고 있는 고통은 치유되기 힘들다는 것을 어렵사리 말씀드린다’ 면서 당내 강경파들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도 잊지 않았다.

그러나 박 전 원내대표는 자타가 공인하는 원조강경파로 그의 신랄하고도 딱 부러지는 어투와 논리적인 비판은 정평이 나 있으며 지난해 연말 법사위원장시절 여야원내대표가 합의한 외국인투자촉진법에 대해 개인적인 반대의견을 앞세워 법사위통과를 거부했다.

이로 인해 모든 여야의원이 국회에서 밤샘대기를 하고 금년예산안이 1월 1일 오전 5시에야 통과되기도 했으며 지난 5월에는 여야지도부가 합의한 기초연금법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며 법사위사회를 거부하여 양당지도부가 곤욕을 치루기도 했다.

이러던 박 전 대표가 당내 강경파에 휘둘려 자신이 주도하여 합의한 세월호법을 두 번이나 번복하고 비상대책위원장을 당 외에서 영입하려다 좌절되는 등 만신창의가 되어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면서 계파간의 갈등과 강경파의 폐해를 꼬집은 것이다.

그는 여당으로 부터는 야당원내대표로서의 자격을 의심받았고 당내 강경파들로부터는 퇴진압력을 받았으며 세월호유가족들로 부터는 불신을 당하는 등 삼중고를 겪으면서도 자기 나름대로의 책임과 끈기로 세월호법을 매듭짓고 폭풍의 언덕을 내려온 것이다.

야당 내 강경파들은 여당과 청와대의 반대로 세월호법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쟁취할 수 없음을 뻔히 알면서도 차기당권과 선명성을 확보하기위한 정치적 목적으로 박 전 대표를 백척간두로 몰아붙였으며 세월호법의 2차합의안과 비상대책위원장영입은 당내의 사전조율을 마친 사안임에도 모두가 오리발을 내밀어 결국은 박 전 대표를 낙마시키고 말았다.

현재 새정치민주연합의 지지율은 18%인 역대최저수준으로 존망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으며 지난 총선과 대선, 지방선거와 재?보선에서 이길 수도 있었던 선거를 연거푸 참패하면서 방향감각을 잃고 표류하고 있는 것은 계파이익에 매몰되어 선명투쟁만 일삼는 강경파들 때문으로 원조강경파인 박영선도 이들을 감당하지 못해 두 손을 들고만 것이다.

무계파 성향인 박 전 대표의 사퇴는 곧 본격적인 계파갈등을 예고하고 있으며 친노(親盧)와 비노(非盧)간의 힘겨루기는 후임원내대표선출에서 극명하게 들어날 것이고 범친노인 문희상 비대위원장의 등장으로 이미 비노중심의 구국구당모임이 태동하고 있었다.

정대철·이부영 고문을 좌장으로 하는 구당모임은 ‘친노가 중심이 된 현 비대위로는 당을 리모델링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전?현직 의원 20여명으로 세력화에 나섰으며 ‘친노 패권주의를 방치하면 보수의 영구집권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돌파구를 찾고 있다.

자칫 분당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심각한 야당의 현 상황을 극복하기위해서는 이슈가 있을 때마다 정국을 파국으로 몰고 가는 좌파성향운동권출신의 강경파들을 이번기회에 도려내지 못한다면 새정치연합의 집권기회는 영원히 사라지게 될 것이다.

박영선 전 원내대표도 이번 경험을 재도약을 위한 밑거름으로 삼아 투사가 아닌 의회민주주의자로 거듭나고 화려하게 부활하여 다시 우리 앞에 나타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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