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렴한 행동은 바로 지금부터!
청렴한 행동은 바로 지금부터!
  • 여인호
  • 승인 2014.10.08 10:2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갖가지 빛깔의 아름다운 물결이 더욱 가을다운 청명한 이 계절에 2010년 갓 교감으로 발령받아 행복한 학교로 바꿔 보겠다고 애쓰던 때가 생각난다.

어느 학교든지 쪽문이 있는 학교는 이웃주민과의 마찰이 다반사다. 그리해 쪽문의 개폐시간을 두고 크고 작은 다툼으로 관리자들의 신경을 곤두세우게 된다. 게다가 서울의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학생이 성폭력을 당한 사건은 학교를 긴장하게 했다. 학생들의 수업권 보장과 안전을 위해 쪽문을 폐쇄하자는 학교장의 뜻과 돌아서 오가야하는 주민들의 불편한 문제는 서로 대립돼 갈등이 됐다.

이 문제를 두고‘학생 안전을 위해 수업시간에 양쪽문을 폐쇄하니 지역주민의 특별한 양해를 구합니다’라는 글로 게시 한 뒤 조심스럽게 폐쇄했다. 다행히 마찰없이 지나가고 있었는데 얼마 뒤 폐쇄한 담을 대학생들과 일반인들이 뛰어 넘나들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래서 부랴부랴 안전상의 책임소재를 두고 담을 넘다가 다치는 문제는 개인의 책임임을 안내했다. 그런데 문제는 거기에 그치지 않고 우리 학생들이 학교나 근처에서 놀다가 늦은 시간에 담을 뛰어 넘나 들고 있다는 소리가 들려왔고 사실임이 확인됐다. 무엇보다도 학생들의 안전이 염려가 돼 급하게 담임들과 직원회의, 방송조회, 가정통신문 등을 통해 다각도로 안내를 했는데 쉽사리 근절이 되지 않았다. 지킴이 선생님에게도 상시 지키도록 했는데 그것도 쉽지 않았다.

교감인 나는 고심 끝에 직접 반별로 교실로 들어가 호소하기로 했다. 고학년인 4학년부터 시간표를 짜서 교실에 직접 들어가 한 시간씩 ‘담을 뛰어넘으면 일어나는 일들’과 ‘왜 담을 뛰어넘으면 안 되는가’를 차분히 설명하고 학생들로 하여금 하나하나 개별적으로 찐한 눈 맞춤 마음 맞춤으로 다짐을 받았다. 그리고 간절히 부탁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학생들은 그 다음 날부터 곧 바로 약속을 지켜 주었다. 한명도 담을 뛰어 넘나드는 학생이 없었다. 학교장과 나는 이 사실이 너무 고마웠고 아이들 속에 숨겨진 또 다른 보석과 같은 모습을 알게 됐다. 그리고 관리자로서, 교육자로서 무한한 교육적 가능성과 행복감을 느낀 적이 있다.

청렴지수가 높은 나라일수록 선진국이라고 한다. 대한민국은 경제분야에서 세계 15위의 외형적 선진화를 이뤘으나, 국가청렴도(CPI)는 세계 39위로 낮아 국가경쟁력을 저해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법과 윤리, 정치문화, 시민의식, 문화예술에 이르기까지 국격(國格)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정책으로 여러 분야에 한류문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 그런데 간간히 우리 주변에서 청렴과는 다소 거리가 먼 기사들을 보면서‘우리나라가 밝고 깨끗한 문화와 국민성을 가진 사회로 자부하기엔 아직 소원한 일일까?’라고 자문해 왔다.

방금 내린 이슬처럼 햇살을 머금은 학생들이 자신들의 행동이 잘못됐다고 판단되면 바로 지금 수정하는 귀한 모습을 보면서 우리 대구교육의 화두인 청렴을 생각해 본다.

청렴 행동은 언제부터 하면 될까? 라는 질문에, 여건이 됐을 때, 마음의 준비가 됐을 때, 나의 필요가 채워졌을 때, 내가 높은 위치에 올라갔을 때부터가 아니라 우리 아이들처럼 잘못된 행동이라고 판단이 되면 바로 지금 행동으로 실천하고 옮겨야 할 것이다.

청렴한 행동은 바로 지금 right now!

황금이(경진초 교감)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