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단체들의 무분별한 용역 남발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사업추진의지가 확실치 않고 사업비 마련 대책도 없으면서 일단 용역발주부터 하고 보자는 식의 안일한 자세는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그런 결과로 용역 결과가 나와도 사장해 버려 예산만 낭비하는 것이 지자체 전반의 폐습이다.
수성구의 경우 지난 2006년 7월부터 지난해까지 연구와 공사설계 용역을 발주한 뒤 사업을 시행하지 않는 사업은 모두 6건이나 된다. 큰 덩치만 적시해도`구립 노인전문병원 건립 타당성 조사 연구용역’에 9천200만 원이 들었으나 용역 결과가 나온 뒤 부지 확보 문제점 등으로 보류됐고, 구청사 서편 제2별관 증축관련 교통영향평가 용역비 9천800만 원은 보건소 이전과 관련 옛 현대병원 매입으로 인해 필요가 없어졌고, 도시경관 마스터플랜 기본 계획 수립 용역비 1억 3천100만원도 비슷한 사례로 주민의 혈세만 낭비하고 말았다.
용역남발은 민원을 촉발할 우려가 높거나, 주민 이해관계가 대립되는 사안 등을 의뢰함으로써 사후감사나 주민의 비판을 피해 가기 위한 명분축적 및 책임회피용이 많다. 그러나 위의 낭비사례들은 용역업체에게 일거리를 주기 위해 억지 용역을 발주한 느낌마저 든다. 이런 공직자세로는 지역의 재정만 더 악화시킬 따름이다.
구미시의 경우는 예산이월이액이 매년 늘어나고 있어서 말썽이다. 2007년에는 401억 원으로, 그리고 2008년 결산에는 425억 원으로 나타나는 등 예산을 제때 사용치 못한 이월액이 지속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8에서 2009년으로 이월되는 사업이 예산의 18%인 210건 1천225억 원이나 차지하면서 이월사업비가 과다하게 발생했다.
구미시 관계부서 담당자는 “결산서에 다음해 이월액과 차이가 나는 것은 징수 후 감액되거나 부과 취소된 부분이 있어 차액이 발생됐다”고 해명하고 있으나 힘겹게 따낸 예산을 제 때 사용하지 못하고 다음 해로 명시 이월하는 것은 결국 행정수요 예측에 실패한 것이다.
각 지자체들은 정부의 긴축재정과 세수결함으로 예산이 모자라 각종 사업추진에 차질을 빚고 있는 형편이다. 그런데도 무턱대고 용역부터 발주하고 보자는 무책임행정이나 사업구상도 확실치 않으면서 예산만 확보했다가 이월하는 무원칙행정을 과감히 시정해야 한다. 무엇보다 전문성을 키우기 위한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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