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사회 ‘乙’ 소비자 권리찾기 운동 선도
자본주의 사회 ‘乙’ 소비자 권리찾기 운동 선도
  • 승인 2014.12.03 08: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임 경 희 대구경북소비자연맹 회장

2009년 ‘KT관련 피해 보상 운동’ 최고 쾌거

장애인·노인등에 방문 상담·어린이 캠프도

“나부터 변해야 사회 변화”…시민 동참 촉구
/news/photo/first/201412/img_149268_1.jpg"소비자연맹33333/news/photo/first/201412/img_149268_1.jpg"
임경희 회장은 “소비자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자신의 권리뿐 아니라 올바른 소비자의 문화와 시민 의식을 가졌으면 좋겠다”며 인터뷰 내내 강조 했다. 김지홍 기자

기업은 말한다. 사회의 흐름을 파악하고, 소비자의 마음을 잘 읽어야 한다.

특정 소비자층의 취향을 파고드는 기획이 필요하다. 그래야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그렇다면 소비자는? “올바른 소비자 문화를 가져야 한다. 소비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 나부터 실천하고 행동하는 것이 그 토대가 되겠다.” 임경희(여·62) 대구경북소비자연맹 회장의 말이다.

그는 한국소비자연맹이 만들어진 1996년부터 서울본부에서 기획실장으로 일하면서, 지난 2006년부터 제2대 대구경북소비자연맹 회장을 맡아 지금까지 함께 해온 소비자 운동의 권위자다.

영남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스무 해 동안 조선 부보상을 비롯해 근현대의 상인 문화 등을 중심으로 민중 생활사를 연구하고 있다.

소비자의 날(12월 3일)을 맞아 자본주의 메커니즘 속에서 소비자 운동의 싹을 틔웠던 임 회장을 만났다. (편집자 주)

◇소비자 분쟁의 70%를 감당

지난달 28일 오후 대구 달서구 성안오피스텔건물에 있는 대구경북소비자연맹 사무실은 분주하다. 벨소리가 계속 울린다. “어떤 물품을 구입하셨나요?” 여성 상담원 4명이 이어폰을 귀에 꽂은 채 몇 분 사이로 걸려오는 상담 전화를 받는다. 화장실에 갈 틈도 없어 보인다. 임 회장은 “이게 우리가 하는 일”이라며 평소 모습이라고 한다.

“소비자 운동은 꼭 필요한 겁니다. 요즘은 돈과 인력에 부딪히는 게 사실이죠. 자본주의 시스템이 바탕에 깔렸고, 자원 봉사자를 중심으로 시민 단체가 움직이게 되니까 점점 힘들어질 수밖에 없죠.” 임 회장은 현 시민 단체의 움직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가 이끌어오고 있는 대구경북소비자연맹은 소비자의 피해 상담과 구제, 소비자 교육, 에너지·환경 운동 캠페인, 시장 조사·연구 등의 활동을 하는 단체다. 1982년 5월 한국소비자연맹 대구경북지부로 문을 열었다. 전국에서 가장 처음으로 지방에 만들어진 소비자 운동 전문 단체다.

임 회장은 “매년 1만여 건에 이르는 소비자들의 피해사례를 접하게 되는데, 환불을 받게 해주는 액수가 2억 원에 달해요. 거의 대구에서 일어나는 소비자 분쟁의 70%를 감당하고 있다고 보면 되죠”라고 말했다. 대구경북소비자연맹은 지난 2일 오전 서울 코엑스에서 제19회 소비자의 날을 맞아 대구경북에서 유일하게 기관 단체장으로 ‘대통령상’ 표창을 받기도 했다.

/news/photo/first/201412/img_149268_1.jpg"소비자연맹44444/news/photo/first/201412/img_149268_1.jpg"
대구경북소비자연맹과 한국열관리시공협회 대구지회는 지난달 동성로에서 ‘온실가스 1인1톤 줄이기·올겨울 보일러 청소로 시작하세요’ 캠페인을 진행했다.


◇소비자의 냉정한 인식이 있어야

임 회장은 우리나라에서 ‘행동하는 소비자’의 인식이 깨우쳐지기 시작한 게 1970년대로 본다. 그때 서울에 한국소비자연맹이 생겼다. 이미 1968년부터 세계적으로 소비자 운동은 시작됐던 시기였다고 한다. 우연한 기회에 지인의 소개로 소비자 운동에 동참했다. “모든 사람은 소비자가 되고, 사회가 움직이는 데 이 운동은 꼭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서울에서 특정 물가를 비교하고 조사하는 업무를 맡았다. 업체·지역별 미용실 요금 등을 비교하는 차원의 단순 비교부터 시작했다. 이때부터 소비자 운동의 개념이 하나둘씩 잡혀 나갔다. “은행 수수료 비교 조사 등은 지금 생각해보면 당연한 비교 조사였죠. 이런 분석 자료를 언론사로 정보를 제공하면서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려고 노력했죠. 고춧가루 파동이나 금반지 함량 속여 팔기 등 소비자가 겪는 피해를 사회 문제로 퍼트리는데 우리가 앞장섰어요.”

임 회장은 2000년쯤 대구로 내려와 활동하면서, 전국을 한바탕 떠들썩하게 했다. 2009년 KT 집 전화 더블프리요금제 피해보상 운동을 주도한 것이다. 한국 소비자 운동 가운데 최대 규모의 소비자 피해 구제 사례로 꼽힐 정도다.

“소비자 운동의 시작을 알리는 대대적인 사건이었어요. 유선 집전화에서 무선 휴대전화로 바뀌는 시점에서 일어난 일이었죠. 소비자를 위해 할인 판매를 하겠다고 했지만, 기업 측에서는 굉장히 형식적이고 소극적으로 대응하면서, 손해를 본 소비자가 30만 명이 됐죠. 우리는 이를 사회적으로 확산시켰어요. 소비자가 손해를 보는 건 당연한 게 아니거든요”라고 그는 말했다.

“소비자가 서 있는 위치는 자본주의라는 메커니즘 속에서 항상 을의 위치에요. 기업자 입장에서는 이윤을 창출하는 자본주의 본질을 깰 수 없거든요. 시대가 변하면서 소비자에게 접근하는 방법이 달라서 그렇지, 기업은 항상 물건을 팔아 이익을 남긴다고 생각해야 해요. 한마디로 소비자가 냉정하게 인식해야 하는 거죠.”

임 회장이 최근 공들이는 과제는 ‘소비자 교육’이다. 그는 냉정한 소비자가 합리적인 소비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감정 노동 종사자의 피해도 같은 맥락에서 짚고 있다. 호텔이나 식당, 콜센터 같은 곳에서 고객 응대를 위해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일하는 감정노동자는 전국에 600만 명에 이른다. “앞서 한 이야기가 이어지는데요. 소비자 친화기업이라고 외치는 기업이 있더라도 소비자와 판매자의 위치는 다릅니다. 소비자가 본질을 망각하면 굉장히 곤란한 상황에 빠지게 돼요.”

그래서 ‘이동정보센터’는 특히나 소외될 수 있는 소비자들에게 매달 다가간다. 다문화가정을 비롯해 새터민, 이주노동자, 장애인, 노인 등이다. 가전사와 협조해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자 기기 제품을 무상으로 수리해주면서 소비자 문제를 상담해주고 처리해준다. 특히 퇴직한 학교 교사 3명로 꾸려진 자원봉사자들은 노인층에서 주로 당하는 떳다방이나 공짜 관광 등에 대한 소비자 상담을 해주기도 한다. 고령화 사회에 맞춘 노인 소비자 전용 상담 창구다. 어린이들이 현명한 소비자로 성장하도록 돕는 어린이 소비자 캠프도 매달 열린다.

/news/photo/first/201412/img_149268_1.jpg"소비자연맹2222/news/photo/first/201412/img_149268_1.jpg"
대구경북소비자연맹은 노인들을 대상으로 노인 소비자 전용상담창구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 6월 노인들의 피해 예방을 위해 캠페인을 펼쳤다.


◇소비자의 권리와 올바른 소비문화 알아야

이것이 끝이 아니다. 임 회장은 지역 소비자를 위한 활동의 필요성을 느끼고 실천으로 옮겼다. 대구가 ‘섬유 도시’라는 점이 활동하는데 맞아떨어졌다.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활동을 개발해냈죠. 의식주였어요. 옷은 중요하죠. 대구는 섬유 도시를 표방하면서 옷에서 파생되는 문제들을 소비자의 몫으로 무조건 책임져야 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지난 1996년, 세탁업자와 소비자대표, 섬유패션 관련 연구원 등 5명으로 구성된 ‘사고세탁물 및 의류심의위원회’가 꾸려졌다. 제조업자와 세탁업자, 소비자 간에 분쟁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기 위해서였다.

임 회장은 “옷을 사서 입고 세탁했는데, 옷에 얼룩이 졌거나 줄어들었거나 흠이 생겼어요. 누가 잘못한 걸까요? 우리가 평소에 충분히 일어나는 실제 일이에요. 이 상황을 현실적으로 문제의 원인을 밝혀내고, 책임 소재를 가리는 거죠”라고 했다. 이 위원회는 9년여 동안 520회에 걸쳐 회의가 열렸고, 3만1천여 건이 접수·처리됐다. 그는 접수 건수가 많은 만큼 지역에 있는 소비자 단체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걸 깨닫는다고 한다. “소비자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은 자신의 권리뿐 아니라 올바른 소비자의 문화와 시민 의식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라고 그는 힘주어 말했다.

임 회장은 2000년 전후로 소비자의 패턴이 달라졌다고 분석한다. 이는 인터넷 전자상거래의 활성화가 주축이 된다. “2000년 이전에는 전자제품이나 먹을거리 등의 필수품에 대한 피해자들이 많았어요. 어찌 보면 단순했죠. 하지만 2000년에 접어들면서 굉장히 바꼈어요. 구매 방법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바뀐 것은 대단히 큰 변화죠. 구매 대상도 세계적인 네트워킹으로 직거래가 이뤄지고, 이 과정에서 인터넷 전자상거래는 또다른 소비자의 피해로 드러났습니다.”

임 회장은 지난 2009년 소비자의 날을 맞아 열린 제14회 기념식에서 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해 노력한 인물로 선정돼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알리고 싶은 열정과 함께해준 소비자연맹 가족들 덕분이었다”고 겸손해한다. 그는 지난 2002년부터 영남대학교의 20세기 민중생활사 연구단에서 연구교수로, 2008년부터는 민족문화연구소 연구원으로 활동한다. 연구의 연장선으로 전통시장의 활성화를 위한 매개체 역할도 한다. 지난 10월에는 대구사랑운동시민회의의 도움을 받아 대구근대역사관 기획전시실에서 20일 동안 ‘대구에서 조선 부보상을 만나다’라는 주제로 특별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임 회장은 오랜 연구의 한 결실로 전통 상인의 이야기를 엮어낸 ‘경상도에서 조선의 보부상을 만나다’라는 책도 냈다. 조만간 서점에서 판매된다.

/news/photo/first/201412/img_149268_1.jpg"소비자연맹12222/news/photo/first/201412/img_149268_1.jpg"
대구경북소비자연맹 등 8개 시민단체가 지난 9월 중구 동성로 야외무대 앞에서 ‘감정노동을 생각하는 기업·소비문화 조성’ 캠페인을 벌였다.


◇모두가 살기좋은 공동체가 돼야

임 회장은 현재 영남대학교 정치학과 학생들에게 강의도 한다. 그는 젊은 친구들에게 “의견을 표출하는 것이 중요하라”고 조언한다. “우리가 사는 사회를 보다 나은 사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젊은 친구들의 많은 동참이 필요해요. 어떻게 좋은 사회를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해주고, 적극적인 사회 운동에도 참여해줬으면 좋겠어요.”

그는 소비자에게도 말한다. “개인보다 모두가 살기 좋은 공동체가 될 수 있도록 행동해 달라”는 게 그의 논지다. “우리가 감시하지 않으면 사회는 퇴보할 수밖에 없어요. 소비자가 뭉친 힘이야말로 사회를 변화할 수 있어요. 정말 중요한 이야기에요. 문제가 내면화되고 드러나지 않으니까 결국엔 신뢰받지 못하는 사회가 돼요. 먼저, 나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에요”라고 했다. 이어 “나 하나 쯤이라는 생각으로 나서기를 머뭇거리는 순간 사회의 문제점은 커져요. 시민으로서 나의 작은 일상부터 다시 점검하고 설계해나가야 해요”라고 덧붙였다.

김지홍기자 kjh@idaegu.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많이 본 기사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