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방울이 꿈틀거린다
비 내리는 소리만 들어도 시원하다
후텁지근한 날씨에 반가운 소식이다
퀘논 하늘의
빗방울 소리가 들리는듯하다
그 때 월남 땅에서 읽었던 편지엔 눈물이
행간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오랫동안 거친 파도를 넘어온 필체는
정글같이 삐뚜름하고 거칠었다
그 속에 매복하고 있던 고향소식은 늘 점호직전이었다
어머니의 눈시울로 쓰인 글귀들이
당신의 굳은살로 내 가슴에 다가온다
비가 온다
뚜벅뚜벅 군화소리로 내게 다가온다
그 시절 막사에 내리는 빗방울처럼
비가 쭈룩쭈룩 내리는 날엔 나도 누구에게
시간의 껍질을 벗길 수 있는 편지를 쓸 수 있을까
▷경남 사천 출생. 계명문화대학 도서관과 및 경상대 교육대학원 졸업.『문학예술』신인상 시부문 당선으로 등단. 경상대 도서관 및 진주 교육청 진양도서관장 역임. 주남가람문학회 회장. 수필집「남산에 눈이 내리는 날」등이 있다.
위의 시는 “비 내리는 날 파월 장병 시절의 퀘논 하늘이 오버랩 되면서 그때의 어머니 편지를 읽는 것으로 상상이 닿는다. `비가 온다 / 뚜벅 뚜벅 군화소리로 내게 다가온다’ 같은 대목은 매우 신선하다” - 시인 강희근 교수(국제펜클럽 부이사장)의 평이다.
무릇 모든 편지들이 그 나름의 사연을 알리는 표현기법이 따르기 마련이지만 황규홍 시인의 `편지’는 매우 절절한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를테면 `편지엔 눈물이 행간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이나 `어머니의 눈시울로 쓰인 글귀들이’ 그 좋은 예라 하겠다. 평이한 언어구사에서도 남다른 시적 이미지를 표출할 수 있음을 이 시에서 보게 된다.
이일기 (시인 · 계간 `문학예술’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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