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개 조각들 하나로 연결…생명의 빛 뿜다
수백개 조각들 하나로 연결…생명의 빛 뿜다
  • 김기원
  • 승인 2015.01.15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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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산문화회관, 정혜련展
폴리카보네이트 조각 일정한 크기로 모듈화
공간적 드로잉 완성 긴장감·우연성 표현
정혜련전시작-연쇄적가능성
정혜련 전시작 ‘연쇄적 가능성’
일정폭과 길이로 이루어진 흰색 폴리카보네이트 조각 600여개가 볼트와 너트로 서로 연결되어 길이 6미터의 비정형적인 입체조각 형태로 천장에 매달려 있다.

형태의 표면에는 애벌레 고치의 실처럼 가늘고 긴 플라스틱 선들이 외부와 지면을 향해 뻗쳐 있다. 4면이 유리로 마감된 봉산문화회관의 전시장인 유리상자에 전시된 정혜련의 작품이다.

“제 작품의 특징은 모듈화에요. 재료의 상태나 재료가 가진 조형성을 염두에 두고 홀리카보네이트를 일정한 크기로 모듈화하고 그 모듈들을 공간의 특성에 맞게 서로 연결해 공간적인 드로잉을 완성하지요.” 작가의 작업 과정은 하나의 모듈을 또 다른 모듈과 연결하고 그 연결된 조각들이 하나의 형상으로 완성되는 방식이다. 이 방식안에는 물질의 생성과 변화, 세계구축에 관한 개체간의 자율적이고 연속적인 상호작용을 은유하고 있다. 전시 제목이 ‘연쇄적 가능성’인 것은 이 때문이다.

그녀는 “모든 물체와 물질 심지어 정신세계까지도 연쇄적 반응에 의해 유기적 결속력을 가지며 서로에게 상관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내 작품은 그 관계들의 긴장감이나 우연성들을 동시적으로 표현한 시각 예술”이라며 제목 속 의미를 이어갔다.

모듈화 외에도 이번 전시작에는 또 하나의 특징이 꿈틀 댄다. 바로 생명력이다.

그녀는 작품에서 형상의 중심부로부터 붉은 빛이 발광하면서 마치 생명체의 원동력인 심장을 가까이 확대해 놓은 듯 표현하고, 외부와 지면으로 뻗어나간 선들에는 가벼운 움직임을 심어놓으며 공간드로잉에 생명력을 부여하고 있다. 이는 작가 내면에 굳건하게 자리하고 있는 ‘생명에 대한 경외’의 시각적 표현이다. “우리가 하는 행위의 총체는 생명에 대한 확인이 아닐까 싶어요. 예술 또한 다르지 않아요. 생명은 우리가 최종적으로 돌아가야 하는 근원이니까요.”

정혜련은 송암문화재단 신진작가, 김종영 미술관 2012년 올해의 젊은 조작가상 등의 화려한 수상경력과 대만의 관투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 OCI미술관 등 국내외 미술관과 화랑에서 개전전을 펼치고 있는 역량 있는 작가다.

작업 초기에는 장화홍련, 피노키오 등의 애니메이션 주인공과 청와대나 국회의사당 같은 건축물을 가죽으로 재현하는 작업을 통해 지배이데올로기에 의문을 제기해왔다.

이후 놀이공원의 기구들을 축소한 조각들과 놀이기구의 역동적 움직임을 곡선으로 형상화한 설치작품인 ‘놀이공원 시리즈’를 통해 과거의 기억들을 현재 감성으로 표현하며 변화를 거듭했다.

최근 선회한 모듈을 활용한 공간드로잉 작품이 이번 전시작이다. “초기에는 지배적인 이데올로기에 의문을 제기했어요. 그러다가 ‘놀이공원’ 작품에서 동화 속 이야기처럼 주제를 정해 기승전결로 풀어내는 식의 작업을 했지요. 모듈을 이용한 최근 작품은 외적환경에 대한 반응에서 내면을 들여다본 결과물로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제 작업이 변화를 거쳐온 여정은 결국 제가 제게 던진 ‘왜’라는 질문에 대한 스스로의 답이 아닐까 싶어요.”전시는 25일까지. 053)661-3500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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