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롭고 쓸쓸하면
하늘 봅니다
지치고 괴로워도
하늘 봅니다.
비탄도 삼키고
허무도 묻고
꽃으로 피는 상념을
수목의 염원을
하늘은 듣고 있는데
그리움이 있어서
하늘 봅니다
자비가 있어서
하늘 봅니다.
▷대구 달성동 출생. 경북대 사범대 영어영문학과 졸업. 1953년 계간『문학예술』을 통해 등단. 대구대학교 이문대학 교수 역임. 대구직할시 문화상(문학부문.1985) 수상. 시집으로 「눈 내린 새벽」(1975)등 다수 있음.
권오택 시인은 생전에 필자가 근무하던 신문사 논설위원실에 들러 자연주의 시에 대한 한담을 나누면서 자연에 대한 깊은 애정을 토로하던 일이 엊그제 같기만 하다. 그런 그의 시 속에는 초월자로서의 허무주의가 배어 있는 시편들이 많다.
필자는 이 시인의 시 가운데 「서시」「순대」같은 시를 좋아하고 있다. 이들 시 속에도 「하늘 봅니다」는 시와 같은 현실을 초월한 허무적 달관을 보여 주고 있다. 외롭고 쓸쓸하고, 지치고 괴로워도 하늘을 보는 화자는 비탄을 삼키고 허무도 묻으며 그리움과 자비가 있어서 하늘을 본다고 한다.
시인을 자신의「서시」에서 `새가 되어 날으련다. / 시리게 푸른 하늘을’ 그러기에 그는 이승의 `어둠도 밀치고 /그댈 찾아’ 영원한 하늘나라로 홀연히 떠났나 보다.
이일기 (시인 · 계간 `문학예술’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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