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지까지 편안하게”… 3호선 안전 책임질 ‘열혈 여성’
“목적지까지 편안하게”… 3호선 안전 책임질 ‘열혈 여성’
  • 승인 2015.01.21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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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인물>대구도시철도공사 늦깍이 신입사원 이현경씨
평범한 인생…진정 하고 싶은 일 고민 중
전동차 기관사 교육 과정에 새로운 눈 떠
생소한 이론과 실습에 좌절…피나는 노력끝에 이수
"모노레일 안전성 알리는데 최선 다할 것"
이현경안전요원1
지난 16일 대구 북구 동호동 칠곡차량기지에서 이현경씨가 3호선 모노레일 전동차들을 배경으로 환한 미소를 지으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올 상반기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대구에서 모노레일 시대가 열린다. 현재 대구도시철도 3호선은 기술 시운전을 마무리, 내달 9일부터 영업 시운전을 통해 종합적인 점검을 실시한 뒤 오는 4월 10일께 정식 개통될 예정이다.

앞서 대구도시철도공사는 지난해 9월 도시철도 3호선 모노레일 운영인력 확보를 위해 신입사원을 공개모집했다.

신입사원 채용에는 사무, 차량검수, 차량운영, 전기·기계 등 직종에서 2천168명이 지원, 평균 8.6대 1의 경쟁을 뚫고 최종 251명이 뽑혔다. 이들은 3호선 개통 시 안전요원과 차량검수 등 각각의 분야에 투입, 3호선 운영 전반에 일익을 담당한다.

지난해 11월 24일 입사한 이들 신입사원들은 현재 각자 분야에서 3호선 개통에 대비한 관련 교육을 받으며, 3호선 전담 운영인력으로 거듭나기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특히 이들 중 인문학 전공 여성으로 당당히 도시철도 운전면허를 취득하고, 늦깎이 대구도시철도의 일원으로 합류한 사원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주인공은 3호선 모노레일 ‘안전요원’인 이현경(여·32)씨. 이씨는 3호선 개통 시 전동차에 탑승해 승객 안내와 질서 유지, 비상 시 탈출은 물론 전동차 운행까지 승객들의 안전을 보장하는 중요한 임무를 맡는다.

무인자동 운행 시스템인 3호선 전동차에서 승객을 위한 안내 및 안전을 책임지는 역할을 수행할 이현경씨를 만나 국내 최초 모노레일 안전요원으로서의 각오와 포부 등에 대해 들어봤다.

◇평범한 학창시절, 남다른 해외봉사활동

이현경씨는 부산에서 태어나 초·중·고등학교를 다닌 뒤 울산대학교 영어영문학과에 입학, 평범한 학창 시절을 보냈다. 이씨의 대학 생활은 여느 학생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다만 근래 대학생들의 참여가 극히 저조한 야학에서 배움에 목마른 이들을 가르친 야학교사 생활이 독특한 이력이다. 대학 4년 내내 울산지역 한 야학에서 고등부 영어를 가르쳤다. 또 한 시민단체를 통해 1년여간 외국인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국어 수업을 하기도 했다.

봉사활동에 열정적이었던 이씨도 4학년이 되자 취업 등 진로에 대한 고민이 컸다. 하지만 쳇바퀴처럼 반복된 그동안의 삶에 회의감이 들었다. 또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지 못한 채 등 떠밀리듯 취업하기 싫었다. 때 마침 이씨는 4학년 1학기 때 수강했던 ‘제3세계’라는 수업을 계기로 난생 처음 자신의 인생을 직접 설계·디자인하기로 결심했다.

이씨의 마음을 움직였던 수업의 내용은 과거 열강의 식민지로 대부분 경제적으로 낙후된 제3세계 국가들이 계속 가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이해할 수 없었다.

과거 6.25 전쟁의 폐허를 딛고 ‘새마을운동’을 통해 세계 10위권 규모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우리 역사가 떠올랐다. 과거 우리가 그랬듯이 가난한 나라를 찾아 봉사활동을 펼치기로 뜻을 굳혔다. 영어영문학 전공도 해외봉사를 염두에 두고 한 선택이었다.

이씨는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KOICA)에 문을 두드리기로 하고 많은 준비를 했다. 2007년 2월 대학 졸업 후 1년여간 CCNA(컴퓨터 네트워크 국제 자격증), 정보처리산업기사 등 필요한 자격증을 따는 등 노력 끝에 2008년 3월 남태평양 서부 멜라네시아 남동부에 있는 섬나라인 ‘피지’ 해외봉사의 꿈을 이뤘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생소한데다 우리와 문화·환경이 많이 달랐던 피지에서의 생활은 녹록치 않았다. 또 당시 함께 온 16명의 봉사단원 중 가장 어렸던 점도 힘들었다. 그러나 마음을 가다듬고 ‘따부아칼리지’라는 한 시골 학교에서 현지 중학생들에게 열심히 컴퓨터를 가르쳤다.

시간이 갈수록 그곳에서의 생활에 적응했고, 가난하지만 여유 있는 문화와 늘 웃음을 잃지 않는 피지 사람들의 모습에 감동했다. 2년여간 피지에서의 봉사활동은 이씨의 인생에서 많은 것을 안겼다.

이현경씨는 “가난한 나라 사람들을 돕는다는 생각으로 봉사를 떠났지만 피지 사람들로부터 오히려 내가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그곳 생활을 통해 좋은 자동차와 직장, 많은 돈이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이 아닌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주어진 삶에 만족하고 즐기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이현경 안전요원2
지난 16일 대구 북구 동호동 칠곡차량기지 내 3호선 전동차 안에서 이현경씨가 차량 내 설치된 비상탈출장치인 ‘스파이럴 슈트’(Spiral Chute·나선형 탈출장치)를 점검하고 있다.
◇인문학 전공 여성, 도시철도와 인연을 맺다

이현경씨와 도시철도와의 만남은 아주 우연히 이뤄졌다. 하지만 어떻게든 만날 운명이었다.

이씨는 피지에서 2년여간 봉사활동을 끝낸 뒤 현지 대학교의 대학원에 진학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봉사활동이 마무리될 쯤 부산의 한 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던 어머니의 건강 악화로 귀국길에 올랐다. 2010년 한국으로 돌아온 이씨는 어머니의 건강을 돌보며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중 자연스럽게 취업으로 눈을 돌렸고, 스물일곱이라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부산지역 한 비영리 사회복지단체에서 사회 첫발을 내디뎠다. 첫 직장에서 이씨는 단체 발행 소식지의 취재를 비롯해 기사 작성, 편집 등의 업무를 맡았다. 곳곳을 누비며 미담과 좋은 사람들을 찾아 글을 쓰고 알리는 일이 즐거웠다. 하지만 단체 여건상 소식지 관련 일만 할 수 없었다. 다른 직원들을 도와 일반 사무도 함께 봤다. 자신을 되돌아볼 여유 없이 일한 이씨는 점차 심신의 피로를 느꼈다. 세월도 어느덧 2년여가 흘렀다. 진정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는 건지도 의문이 들었다.

방황을 겪던 이씨는 어느 날 신문을 읽던 중 한 짤막한 기사를 보고 눈이 번쩍 뜨였다. 부산 지하철을 운영하는 부산교통공사가 일반인 대상으로는 최초로 제2종 전기차량운전면허(전동차 기관사) 과정 교육생을 모집한다는 내용이었다. 평소 기계에 대한 관심도 없었고, 무관한 삶을 살았지만 왠지 끌렸다. 신문 기사가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하던 일을 그만뒀다. 즉시 모집 지원신청을 했고, 필기시험 및 신체·적성검사를 최종 통과, 합격했다. 도시철도와 인연을 맺는 순간이었다.

◇3호선 모노레일 ‘안전요원’이 되다

왠지 모를 이끌림에 선택한 일이었지만 생소한 전동차 기관사 교육은 처음부터 힘들었다. 어려운 용어 등 이론은 물론 실기수업은 더욱 그랬다. 하지만 교육과정을 끝까지 이수, 철도차량운전면허를 따야겠다는 목표는 간절했다. 생애 처음으로 꼭 도전해보고 싶었던 일이었기 때문이다. 현실은 절실한 마음과 달랐다. 초창기 교육 당시 다른 동기들에 비해 한참 뒤떨어졌다. 하위권을 맴돈 수시평가 성적이 현실을 증명했다. 물러날 수 없었다. 본 교육이 끝난 시간은 물론 주말에도 학원으로 나와 밤늦게까지 부족한 실기 연습에 매달렸다. 집에 와서는 이론 공부에 집중했다. 또 이 같은 이씨의 열정과 노력을 지켜본 교수들은 그녀를 격려했고, 귀찮게 하는 제자에게 많은 도움을 줬다. 1년 가량의 교육 과정에서 중반쯤 지나자 이씨의 이론 및 전동차 운행 실력은 크게 향상돼 있었다. 결국 그녀는 지난해 4월 치른 졸업 시험에서 이론·실기 분야 각각 최고점수를 받아 교육을 무사히 이수하고, 제2종 전기차량운전면허증을 취득했다.

이 시기와 맞물려 이씨는 국내에서는 처음 선보이는 모노레일인 대구도시철도 3호선 운영인력 공채시험이 있을 것이라는 정보를 들었다. 5개월간 시험 준비에 집중한 뒤 지난해 9월 입사 원서를 내고 하늘의 뜻에 맡겼다. 결국 다음달인 10월 최종 합격을 통보받은 뒤 같은 해 11월 24일 입사, 대구도시철도공사의 일원이 됐다.

입사 후 이씨는 안전요원 및 차량검수 업무 동기들과 함께 기술 시운전에 참여하며 비상 시 수동 운전, 비상탈출 조치, 시민 응대 등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을 받았다. 또 내달 9일부터 시작되는 영업 시운전 시 단독 승무를 위한 교육 등 준비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동기와 선배들과의 유대 관계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이따금 일과 후 동료들과 소주잔을 기울이며 모르는 부분을 묻고, 가르침을 받는 등 대구도시철도공사의 소통·화합적인 조직 문화에 만족감을 표시하고 있다. 이현경씨는 “최근 홍승활 사장님을 비롯한 임원진과 동기들이 함께 경북 문경새재로 1박 2일 단합대회를 다녀온 것이 입사 후 현재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라며 “사장님 이하 많은 선배님들이 진심어린 관심과 애정으로 대하는 도시철도공사의 인간적인 조직문화를 알게 된 소중한 기회였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씨는 “3호선이 개통하면 시민의 입장에서 불편한 점을 살피고, 우수성이 보장된 국내 최초 모노레일의 안전성을 제대로 알리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아울러 시민들에게 사랑받고, 대구의 자랑거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등 대구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글·사진=김무진기자 jin@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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