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새로운 이름 짓기를 가르치는 교육
<대구논단>새로운 이름 짓기를 가르치는 교육
  • 승인 2009.08.05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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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교육학박사 · 아동문학가)

`이름’은 `일컬음’에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한다. 우리가 사물에 이름을 붙인다는 것은 그것을 일컫기 위해서가 아닌가? 일컫는다는 것은 깊은 인식을 바탕으로 한다. 우리는 사물을 일컬을 때에 그 특징이나 쓰임에 합당한 이름을 붙이게 마련이다.

또한 이름은 확인 과정이다. 한자로 이름은 `명(名)’이라고 하는데 이는 `저녁(夕)’에 다 모였는지 `불러보는(口)’ 것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그리하여 `명(名)’은 사람과 동의어로 쓰여 사람 수를 헤아리는 단위가 된 것이다.

영어로는 `네임(name)’이라고 하는데, 이 말에는 `이름’이라는 뜻 말고도 `명명하다’, `유명한’, `일류의’ 등의 뜻과 함께 `허락하다’, `인정하다’의 뜻도 동시에 가지고 있다고 한다.

교실에서 일기 쓰기를 지도하면서 언제나 틀에 박힌 그대로 `2009년 8월 6일 목요일 맑음’ 식으로 쓰는 것은 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 기존의 틀에 갇혀 있지 말고 새로운 이름을 붙임으로 해서 사물을 새롭게 인식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를 테면 `기축년 타오름달 초엿새 나무날 비 온 뒤 갬’ 식으로 쓴다면 또 다른 인식의 세계가 열리지 않겠는가? 우리 조상들도 정월, 상달, 동짓달, 섣달 등 달의 이름이 따로 썼고, 서양에서도 쥴리어스의 달(July, 7월), 아우구스트 황제의 달(August, 8월) 등으로 숫자로만 구분되는 달 이름에 매어있지 않았다.

그런데 우리는 너무 오래 숫자로 된 달 이름에 매어있었다. 최근 우리도 해오름달(1월), 시샘달(2월, 꽃샘바람이 봄을 시샘하므로), 물오름달(3월), 잎새달(4월), 푸른달(5월), 누리달(6월, 온 누리에 생명이 가득하여), 견우직녀달(7월), 타오름달(8월), 열매달(9월), 하늘연달(10월, 개천절이 있는 달이므로), 미틈달(11월, 가을과 겨울 틈새에 있는 달이므로), 매듭달(12월) 등으로 바꿔 부르자는 움직임도 있다.

그렇다면 요일도 `월화수목금토일’만 고집하지 말고 `달날, 불날, 물날, 나무날, 쇠날, 흙날, 해날’ 등으로 바꾸어 써도 되지 않겠는가. 영어로도 일요일은 `Sunday’로서 바로 `해날’이 아닌가.
인디언들의 달 이름은 매우 친자연적이고 인간적이다. 단순한 숫자의 나열이 아니라 그들 둘레에 있는 풍경의 변화나 마음의 움직임을 달의 명칭에 반영했던 것이다.

이를테면 부족에 따라 각기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대체로 `마음 깊은 곳에 머무는 달(1월), 홀로 걷는 달(2월), 한결같은 것은 아무것도 없는 달(3월), 머리맡에 씨앗 두고 자는 달(4월), 들꽃이 시드는 달(5월), 말없이 거미를 바라보는 달(6월), 천막 안에 앉아있을 수 없는 달(7월), 다른 모든 것을 잊게 하는 달(8월), 작은 밤나무가 익어가는 달(9월), 큰 바람의 달(10월), 모두가 사라지는 것이 아닌 달(11월), 무소유의 달(12월)’ 등으로 부르고 있다.

이 명칭을 보면 인디언 부족들이 마음의 움직임과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것들에 대해 얼마나 친밀하게 반응 했는가를 알 수 있다. 그들은 외부 세계를 바라봄과 동시에 내면을 응시하는 눈을 잃지 않았던 것이다.

우리도 옛 민요에서는 `새 희망을 주는 달, 동동주를 먹는 달, 처녀 가슴 태우는 달, 석가모니 탄생한 달, 단오 그네 뛰는 달, 유두 밀떡 먹는 달, 견우직녀가 만나는 달, 강강수월래 뛰는 달, 풍년가를 부르는 달, 문풍지를 바르는 달, 동지 팥죽 먹는 달, 임 그리워 뜨는 달’이라 하여 나름대로 우리의 옛 정서를 나타내고 있다.

사람은 존경받는 이름을 얻기 위해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가 존경받으려면 상대방에게도 그에 합당한 이름을 붙여주어야 가능하다.

상대방을 어떻게 부르는가 하는 것은 부르는 사람의 인품과 지식의 정도에 따라 좌우된다고 볼 수 있다. 겸손한 사람은 상대방을 더욱 높여서 부를 것이고, 지식이 많은 사람은 사물을 더욱 깊이 통찰하여 그에 합당한 이름을 붙일 것이기 때문이다. 더 새로운 이름으로 사물을 새롭게 인식하게 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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