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외환 위기의 사실상 종료 판단은 국내외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데다 경상수지 흑자에 따른 외환보유액 급증으로 외화 유동성이 글로벌 금융위기의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면서 환율과 외화자금시장의 가산금리가 하락하는 데 근거를 두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 리먼 브러더스가 무너지면서 금융시장이 급속히 얼어붙기 시작했던 당시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2396억 달러였다. 그 후 한국은행이 은행들에 외화유동성을 긴급 지원하면서 한 때 2000억 달러 선이 붕괴될 뻔했지만 외환보유액은 지난 3월부터 5개월 연속 경상수지가 늘어나 7월말 현재 2376억 달러로 거의 금융위기 직전 수준에 이르게 됐다.
1년 안에 갚아야 할 유동외채와 외환보유액을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대외지급능력이 작년 9월 당시보다 개선됐다고 할 수 있다. 당시 유동외채는 외환보유액과 맞먹는 2327억 달러였으나 그 후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외화 빚을 갚아 올 3월에는 1857억 달러로 줄었다. 3월 이후 유동외채가 큰 변동이 없었다고 보면 현재 외환보유액 대비 유동외채 비율은 77~80%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그만큼 외채지급불능 위험이 줄어든 것이다.
하지만 그 위험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가파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글로벌 금융시장이 언제 다시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은 늘어난 외환보유액만 믿고 긴장을 풀 때는 아니다.
환란재연에 대한 불안을 완전히 떨쳐버리기 위해선 외환보유액을 지금보다 더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올 연말이면 외환보유액이 2700억 달러 안팎까지 불어날 전망이다. 경상수지 흑자 등으로 외환보유액이 자연스럽게 늘어난다면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일정한 목표와 시한을 정해놓고 인위적으로 늘리려 해선 안 된다.
그런데 벌써 지난 4월 정부의 30억 달러 규모의 외평채 발행 이후 은행 공기업 등의 해외채권발행 등이 줄을 잇는가하면 시중은행들도 이자가 싼 1년 이하의 단기해외차입을 늘리고 있어 주시할 필요가 있다. 이 같은 외평채 발행이나 해외단기차입 등은 이자나 직간접적인 비용부담이 크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외환보유액 확보 수단이라 할 수 없다.
그동안 우리나라에 대한 해외언론의 조롱과 멸시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떨린다. 구조조정 등을 통해 경제와 기업의 체질을 튼튼히 하여 다시는 외채를 제때 갚지 못해 가슴 졸이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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