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사랑, 어둠의 저편…'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새영화> 사랑, 어둠의 저편…'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 황인옥
  • 승인 2015.02.24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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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신데렐라 이야기라고 해야 할까?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의 공주 이름이기도 한 아나스타샤는 거대 기업을 운영하는 스물일곱 살 ‘젊은 회장님’과 만난다. 그는 멋지고 잘생겼으며 부자라는 점에서 동화 ‘신데렐라’의 왕자와 닮은꼴이다. 그러나 현대판 왕자님 ‘그레이’ 씨는 사디스트라는 점에서 동화 속 왕자님과는 딴판이다. 개봉 전부터 회자했던 영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얘기다.

미국에서는 보이콧 논란에도 40%가 넘는 점유율로 지난주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고, 아랍에미리트(UAE)에선 극장에조차 걸 수 없었던 바로 그 화제작이 오는 26일 국내서 개봉한다. 동명의 원작은 노골적인 성 묘사로 ‘엄마들의 포르노’라 불리며 전 세계적으로 1억부가 넘게 판매된 E.L.제임스의 베스트셀러다.

영화의 노출 수위는 익히 들어온 풍문대로다. 아나스타샤를 연기한 다코다 존슨은 ‘안티 크리스트’의 샤를로트 갱스부르처럼 용감하고, 도중하차한 찰리 허냄 대신 그레이를 연기한 제이미 도넌은 신인답게 과감하다.(채닝 테이텀, 라이언 고슬링 등도 물망에 올랐다.)

노출 수위가 높지만 변태적인 성행위 자체보다는 두 남녀의 미묘한 감정 변화에 좀 더 무게중심을 뒀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원작보다 좀 더 대중친화적인, 보편적인 문법에 어울리는 영화라 할 만하다.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던 아나스타샤는 감기에 걸린 친구 대신 청년 실업가 그레이를 인터뷰한다. 그레이의 자신만만한 태도에 적잖이 당황한 아나스타샤는 어느 순간 질문하는 대신 질문을 받는 자신을 발견한다.

“토마스 하디와 제인 오스틴 중 누구에 끌려 영문학을 선택했느냐”는 그레이의 질문에 아나스타샤는 “하디 때문이었다”고 말한다. ‘테스’처럼 수줍음 많지만 모험심 가득한 아나스타샤의 성향을 눈치 챈 그레이는 그녀에게 위험한 제안을 한다.

영화 초반 그레이는 이상적인 남자로 묘사된다. 헬기에 탄 아나스타샤를 위해 안전벨트를 친절하게 채워주고, 벤츠나 아우디 같은 고가의 자동차도 아무렇지 않게 사준다. 귀족적인 말투와 세련된 매너는 기본이다. 돈도 많은데다 잘 생겼다.

그러나 그 멋진 입에서 사랑의 밀어대신 “난 사랑 따윈 하지 않고, 섹스만 한다”는 말이 나왔을 때, 그의 ‘놀이방’에서 채찍과 수갑 등이 즐비함을 보게 될 때, 과연 그 매력은 얼마나 유지될 수 있을까?

영화는 그레이가 그처럼 왜곡된 성 의식을 어떻게 갖게 됐는지 구체적으로 보여주진 않는다. 그 이야기는 후속편에서 전개될 듯한데, 일러야 내년 연말쯤 관객들이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

노출이라는 용감한 결정을 한 다코다 존슨은 그 뱃심만큼이나 연기력이 좋다. 배우 멜라니 그리피스와 가수 겸 배우 돈 존슨의 딸이기도 한 그는 20대 중반에 기대하기 어려운 꽤 깊은 감정을 선사한다.

존 레넌의 질풍노도 시절을 그린 독립영화 ‘존 레논 비긴즈-노웨어보이’를 만든 여성 감독 샘 테일러 존슨의 비교적 담백한 연출도 ‘포르노’ 이상의 그 무엇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남녀 관계를 지배와 피지배의 권력관계로 바라보는 시각은 여전히 불편하다. 게다가 그레이가 사디스트이자 마조히스트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한 설명이 영화 속에 거의 그려지지 않아 그 불편함이 시간이 흐를수록 가중될 수도 있다.

2월26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상영시간 125분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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