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네팔 봉사활동의 추억
<대구논단> 네팔 봉사활동의 추억
  • 승인 2009.08.09 16:0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은규 (대구보건대학 안경광학과 교수)

얼마 전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에 일주일간 의료봉사활동을 다녀왔다. 대구지역 성형외과 의사 봉사단인 지오스트(JIOST) 소속 의사 5명과 내가 근무하고 있는 대구보건대학 물리치료과 및 안경광학과 교수 5명, 그리고 지역의 한 병원 간호사와 물리치료사 2명, 총 12명으로 구성된 우리 의료봉사단이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에 도착하니 세계의 지붕이라는 히말라야의 정기와 함께 이국적인 풍경이 물씬 풍겨왔다.

경제활동이나 생활수준을 본다면 우리나라 1960년대나 1970년대 무렵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되었다. 단 지금 네팔의 생활환경은 교통수단이 훨씬 편리하게 대중화되었고, 우리나라 새마을 운동 시절에는 어디에서도 구경조차 할 수 없었던 컴퓨터가 곳곳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휴대 전화기 등의 첨단 통신수단이 일반화되어 있다는 점이 그 당시 우리나라 풍경과 아주 커다란 차이점이라 생각되었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그런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순박하고 선해 보였지만 생활환경은 매우 열악했다. 수도 카트만두의 중심가에서조차도 높은 빌딩은 찾아볼 수 없었고, 도로사정이 좋지 않은데다가 차선구분도 거의 되어있지 않은 도로를 사람과 자전거, 그리고 오토바이와 낡은 자동차들이 무질서하고 무섭게 달리고 있었다.

가끔씩 볼 수 있었던 신호등이나 횡단보도도 그 기능이 거의 무의미하다시피 되어있다 보니 뒤죽박죽 달리는 교통수단들을 피해 도로를 가로질러 건너는 일이 여간 고통스럽지 않았다. 거기에다 교통수단들이 낡은 것들이다 보니 오토바이와 자동차에서 뿜어대는 매연과 소음도 적응이 쉽지 않았다.

난 처음에 도심 속에서 여기 저기 마스크를 하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아 순간적으로 신종인플루엔자 때문인가 생각했는데 잠시 후 그것이 지독한 매연 때문임을 금방 알 수 있었다. 대자연과 히말라야의 청정공기를 기대하고 카트만두를 찾는다면 많은 실망이 따를 것이다. 또 한 가지 진풍경은 도로위이든 도로변이든 군데군데 여유 있게 유유히 거닐고 있는 소들이 있다는 것이다.

차든 사람이든 알아서 소를 비켜가고, 소에게 비켜달라고 빵빵거리는 차들도 본 기억이 없다. 국교가 힌두교라 거기서 소는 존중의 대상이다. 소를 해치거나 죽이면 사람을 해친 것에 준하는 법적 처벌을 받는다고 한다. 이상의 몇 가지가 네팔에 대한 나의 첫인상으로 기억에 남는다.

네팔의 여름도 우리나라 이상으로 무더웠다. 숙소에 에어컨이 있었지만 방을 시원하게 하지는 못했고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정전이 되었는데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는 중에 전등이 꺼졌을 땐 무척 당황스러웠다.

병원을 빌려 봉사활동기간동안 30여명의 환자를 수술했고, 160여명에게 물리치료를 해주었으며, 시력이 불편한 450여명의 환자 중 350여명에게 안경처방을 해서 무료로 제공해 주었다. 우리가 만났던 대부분의 환자들이 실제 나이보다 10년 이상 더 많아 보여 차트에 이름과 나이를 기록하면서 모두다 깜짝깜짝 놀랐다. 수술대상은 주로 언청이환자와 선천기형, 화상반흔, 심한 흉터를 가진 사람들이었는데 그 중에는 여섯 손가락을 가진 다지증환자도 있었다.

그 환자는 평생을 수건으로 다지증이 있는 왼손을 가리고 살아왔는데 이번에 소문을 듣고 집에서 두 시간을 걸어 나와 일곱 시간을 차를 타고 와서 수술을 받았다. 또 어떤 사람은 1m 앞에 있는 사람의 얼굴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인 0.1도 채 되지 않은 시력으로 성인이 될 때까지 살아오면서 세상이 모든 사람들에게 원래 그렇게 보이는 줄 알았는데 이번에 시력검사를 통해 안경처방을 받고 새로운 세상을 보게 되었다며 어쩔 줄 몰라 했다.

수술은 모두 성공적이었고 이번 봉사활동이 환자들에게는 큰 기쁨이, 우리 봉사단에게는 가슴 벅찬 보람이 되었다. 내가 세상에 쓰일 곳이 있고 내가 가진 것으로 남에게 기쁨을 줄 수 있다는 건 말로 이루 다 표현할 수 없는 행복이었다.

일주일간의 일정은 끝이 났지만 네팔에 머무는 내내 경제적으로 몹시 어려웠던 우리나라의40~50년 전 시절을 떠올렸다. 우리나라가 걸어 왔던 것처럼 발전의 길을 축지법으로 걸어서 네팔에 있는 지구촌가족들도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사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