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연성 짙은 독립영화 ‘꿈보다 해몽’ “어젯밤 제 꿈 이야기 좀 들어보실래요?”
개연성 짙은 독립영화 ‘꿈보다 해몽’ “어젯밤 제 꿈 이야기 좀 들어보실래요?”
  • 곽동훈
  • 승인 2015.03.03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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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국 감독 연출력 돋보여…배우 유준상 등 출연
명확하지 않는 지난밤 꿈처럼 관객들의 상상력 자극
꿈보다해몽
꿈보다해몽1
대구지역 최초의 독립영화전용극장인 ‘오오극장’의 개관 기획전으로 걸려 대구시민과 만난 독립영화 ‘꿈보다 해몽’.

지난달 12일 개봉한 이 작품은 대구지역에선 오오극장에서만 상영되다 최근 관을 내렸다. 대구에서는 관을 내렸지만, 안동 등에서는 현재 상영되고 있다. 오오극장에서 최근 관람한 꿈보다 해몽에 대한 관객의 평가는 둘로 갈라졌다. ‘무슨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건 지 잘 모르겠다. 난해한 느낌’이라는 평가와 ‘현실과 환상의 모호한 경계 속에서 등장인물의 감정을 신선하게 그린 수작’이라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판단은 관객의 몫이다.

영화는 한 무명 여배우가 오늘도 관객이 한 명도 들지 않은 공연장을 박차고 나오면서 시작된다. 작품은 꿈과 현실을 넘나드는 정교한 구조와 꿈을 쫓는 이라면 누구나 한번은 겪었을 법한 감정을 담았다.

특히 유준상과 신동미, 김강현 등 베테랑 배우들의 자연스럽고도 공감을 이끌어내는 연기와 홍상수 감독 영화에서 오랫동안 조연출을 해온 이광국 감독의 정교하고 안정적인 연출력이 돋보인다.

줄거리는 이렇다. 여전히 인기 없는 공연만 하고 있는 한 무명 여배우 연신(신동미 분)은 오늘도 관객이 한 명도 들지 않은 공연장을 박차고 나온다. 외로운 마음에 결혼한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보지만, 예전처럼 편하게 만날 수가 없다.

게다가 유명 배우로 성공한 옛 극단 동료는 오랜만에 전화해선 “꿈자리가 사나우니 조심해”라고 경고까지 한다. 무작정 향한 공원에서 홀로 외로운 마음을 달래던 연신 앞에 문득 한 형사(유준상 분)가 나타난다. 형사는 근처에서 일어난 자살사건을 정리한 후 심란한 마음에 공원에 들렀다.

어느덧 소주를 나눠 마시며 답답한 마음을 나누던 둘은 우연히 어젯밤 꿈에 대해 이야기하게 된다. 언젠가부터 연신의 꿈에 헤어진 남자친구 우연(김강현 분) 자꾸만 등장한다. 꿈같은 호시절을 함께 했던 연신과 우연은 그들에게 닥친 현실의 추위를 이기지 못하고 헤어졌다.

“아무도 봐주지 않아도, 우리가 서로를 봐주면 된다”며 연신을 위로하던 남자친구 우연은 잊혀지긴커녕 여전히 연신의 꿈과 현실 사이에 머물러 있다. 배우라는 꿈(희망)에 지친 그녀인데, 왜 자꾸 같은 몽(夢)을 꾸는 걸까?

꿈보다 해몽은 이광국 감독의 데뷔작인 ‘로맨스 조’를 본 관객들이라면 무릎을 탁 칠 정도로 기존의 상업적인 영화 문법에서 벗어나 있다. 로맨스 조에서도 이 감독은 이야기의 전개를 액자식 구조로 구성했다. 이야기 속에 이야기가 있고, 그런 방식들을 통해서 관객들이 다양한 상상을 하도록 만든 것이다.

꿈보다 해몽 역시 마찬가지다. 여배우 연신이 이야기하는 모든 것들이 현실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꿈 속에서 이야기하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 현실에서 이야기하는 것인지 명확하게 구분 지을 수 없어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은 계속해서 여배우가 현실인지 꿈인지 모르는 공간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이야기에 빠져들게 된다.

이같은 영화의 흡입력과 집중력은 이광국 감독의 연출력에서 기인한다. 연출력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이야기가 난잡하게 전개되면서 스토리는 산으로 갈 가능성이 높았지만, 이 감독은 탁월한 연출력으로 현실인지 꿈인지 모르는 이야기들 속에서 여배우가 결국 자신의 꿈 속 이야기를 자각해가는 과정을 관객들에게 이해시키는 연출력을 보여줬다.

감독 본인 역시도 “마치 리얼리티를 추구하는 듯 하지만 구조적으로는 비현실적인 지점이 많다. 관객들이 헷갈리는 게 당연하다”고 평가했을 정도로 영화는 우리가 일상에서 꾸는 지난 밤 꿈처럼 헷갈리고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이 감독은 결국엔 안정적인 연출을 통해 관객들에게 캐릭터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면서, 극중 스토리가 현실인지 꿈인지 호기심을 갖게끔 만든다. 꿈보다 해몽에 집중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남승렬기자 pdnamsy@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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