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8천명의 아이들은 세계 각지를 떠도는 미아가 됐다.
20세기 최악의 참극 중 하나로 꼽히는 수단 내전. 이 기간 반군에게 ‘총알받이’로 강제로 잡히거나 아랍계 군인의 횡포를 피해 국경을 넘은 아이들을 가리켜 ‘잃어버린 아이들’이라고 한다.
영화 ‘뷰티풀 라이’(원제 ‘The Good Lie’)는 바로 이 수단의 ‘잃어버린 아이들’의 얘기다.
내전으로 부모를 잃은 마메르는 형 테오, 여동생 아비탈 등과 함께 반군을 피해 안전한 곳을 찾아 물 대신 소변을 마시고, 동물이 뜯고 남은 짐승의 사체를 먹으며 걷고 또 걷는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같이 가라”라는 아프리카 속담처럼 서로 의지하며 수백 ㎞를 걸은 아이들은 마침내 케냐의 카쿠마 난민 캠프에 도착하고, 그로부터 13년 뒤 미국으로 이주해 정착할 기회를 얻는다.
영화는 수단의 ‘잃어버린 아이들’이 고향을 떠나 난민 캠프의 생활을 거쳐 낯선 땅 미국에 정착하며 살아가기까지의 과정을 담담하게 따라간다. 영화는 단순히 이들의 적응기를 가벼운 웃음거리로 소비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들의 모습은 우리가 잊고 지낸 인간성과 가족애를 되돌아보게 한다.
선조들의 이름을 끊임없이 되새기고 목장의 소떼와 밤하늘의 별을 보며 고향에서의 추억을 떠올리는 이들의 모습은 가슴 한구석이 아려올 정도로 짠하다.
아이들을 살리기 위한 테오의 용기 있는 선택에 이어 테오가 자신 때문에 죽었다고 생각하는 마메르가 케냐에서 한 통의 편지를 받고 ‘선의의 거짓말’을 하는 ‘용기’에 가슴이 절로 먹먹해진다.영화 3월 26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110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