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과 고양원더스의 드라마
지난해 사회문화적 현상으로까지 번졌던 ‘미생’에서 오상식 과장(이성민 분)이 장그래(임시완)에게 건넨 말이다. 바둑 용어인 미생(未生)은 살아있지도, 죽지도 않은 상태의 바둑알을 뜻한다. 일률적으로 비교할 수 없지만 야구 용어인 파울볼(타자가 친 공이 파일 라인을 벗어나는 것)도 미생과 통하는 바가 있다.
파울볼은 “아직 아웃도 아니고 다른 어떤 것도 아니지만, 다시 칠 수 있는 기회이며 다음 준비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가는 것”이기도 하다. 조정래·김보경 감독의 영화 ‘파울볼’은 짧은 역사를 남긴 채 역사 속으로 사라진 우리나라 최초 독립야구단 고양원더스(2011~2014)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다.
‘야신’으로 불리는 김성근 당시 고양원더스 감독과 20대 초반부터 많게는 사십 줄에 접어든 그의 ‘아이들’이 주인공이다.
창단 직후부터 고양원더스의 일거수일투족을 담은 카메라는 우리가 기사나 온라인으로 접했던 소식이나 정보 너머의 것들을 보여준다.
야구 선수가 맞느냐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형편없었던 전력의 선수들이 담금질 끝에 새롭게 태어나는 모습은 여느 스포츠 영화가 그렇듯 그 자체로 드라마다.
특히 2012년 6월 고양원더스와 NC 다이노스의 3연전 마지막 경기 장면은 관객들의 자세를 고쳐 앉게 만든다. 4월 2일 개봉. 전체 관람가. 87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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