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청노인 한시집'...존경·사랑 담아 3代가 함께 만든 특별한 책
'석청노인 한시집'...존경·사랑 담아 3代가 함께 만든 특별한 책
  • 황인옥
  • 승인 2015.04.12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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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재완 지음/우승우, 우현 엮음
석청노인한시집
‘석청노인 한시집’의 저자 우재완(가운데)과 공동 역자인 그의 아들 우승우(좌)과 손자 우헌(우)이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석청노인한시집
삼대(三代)가 서로에 대한 존경과 사랑을 담아 한시집을 출간했다는 소식은 훈훈했다. 중견 한국화가 우승우 화백이 그의 아들 우헌 군과 함께 아버지 우재완 선생의 한시를 엮어 한시집 ‘석청노인 한시집’을 출간한 것. 우 선생의 팔순을 기념해 우 선생이 틈틈이 써서 모아놓은 한시를 아들인 우 화백이 표지의 제자 및 전각을, 손자 우헌 씨가 한자 번역을 담당해 책으로 엮었다.

지난 11일, 중국에서 역사화를 연구하며 작업 중인 한국화가 우 화백에게 본지와의 서면 인터뷰를 요청했다. 그는 힘 있는 화풍으로 한국 역사화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중견작가다. 다양한 표현기법을 섭렵하며 예사롭지 않은 삽화들을 출산하고, 박완서, 김용택, 정호승 등의 문인들의 작품에 그림을 그렸다. 120여회의 단제전과 초대전도 열었다.

이번 인터뷰는 그의 개인전 취재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 우씨 집안 3대가 합작으로 펴낸 한시집 출간에 관한 가슴 따듯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였다.

한시를 지은 우재완 선생은 한시 분야에서는 입지전적 인물이다. 1936년 청송 출생으로 독학으로 검정고시 고등과정을 수학하고, 주경야독하며 2002년부터 한시를 써 왔다. 그의 한시에는 다양한 여행 경험과 고금을 아우르는 풍부한 식견을 바탕으로 녹여낸 고향 청송의 수려한 산하와 80여년 인생의 연륜이 담겨있다.

- 책을 출간하게 된 배경은 무엇입니까.

“저는 이성과 낭만을 겸비한 좋은 아버지 밑에서 자랐지만, 그 흔한 효도 한 번 하지 못한 불효자로 살았어요. 마침 지난 2월이 아버지 팔순이기도 해서 팔순 기념의 의미와 아버지의 혼이 담긴 작품을 유실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책을 출간하게 됐습니다.”

- 부친의 시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뭘까요.

“아버지의 시에는 섬세한 언어로 자신의 감성을 대상이 되는 사물이나 자연에 혼연일체시켜, 시의 공간을 대관적으로 울리게 하는 힘이 있다고 생각해요. 자연을 벗하는 시에서는 낭만적인 감수성과 온화한 숨결이 물들여 있는가 하면, 우주 질서를 받들고 순리의 길을 걷는 모습에서는 단호하고 의기 있는 선비의 모습이 그려지기도 하지요.”

- 독학을 한 우 선생의 식견들은 어디서부터 비롯됐을까요.

“아버지는 청송에서 평생 건재상을 운영해온 분이세요. 제가 어린시절부터 역동 우탁(易東 禹卓·1263 ~1343년) 문집, 퇴계 이황(退溪 李滉, 1501~1570년) 문집 등과 각종 한시 문집들을 탐독하셨어요. 한자도 2만자 정도를 알고 계시다고 해요. 그런 풍부한 식견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책을 읽으시고 시를 써오신 것 같아요.”

- 우 화백이 보는 아버지는 어떤 분입니까.

“저의 아버지는 낮에는 햇빛 아래서 땀 흘리며 건재상 일을 하시고, 밤에는 달빛 아래서 뜻을 세우고 시를 쓰신 강직한 선비 같은 분이시지요. 아버지는 제 예술의 뿌리, 정체성이기도 합니다.”

- 현재 중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아들 우헌 씨는 책 출간에 어떤 역할을 했죠.

“컴맹에 가까운 저를 대신해 행초 필체로 적힌 한자를 일일이 컴퓨터에 입력하는 작업을 도맡았어요. 아들 우헌이 입력해서 프린트한 우편물을 아버지께 보내면 아버지께서 교정과 한시 번역을 하셨어요.”

- 이번 한시집에는 우 화백의 그림이 실려 있지 않은데, 향후 아버지와 아들의 합작품을 기대해도 될까요.

“아! 당연히 있습니다. 저는 지난 10여 년 간 다양한 문인들의 단행본에 그림을 그리고 역사화도 수년간 연재했는데, 정작 아버지의 이번 한시집에는 제 그림을 내지 못했어요. 아버지의 시에 누가 될까봐 자신이 없었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었어요. 다음 아버지 책에는 아버지의 시에 청송을 주제로 한 저의 진경 그림을 그려볼 원을 세우고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부친에게 바람이 있다면.

”간혹 아버지께서 한글로만 쓴 자유시나 수필 형식의 글도 쓰셨으면 해요. 그리고 무엇보다 어머니와 함께 늘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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