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창 안숙선 독창회 리뷰> 힘찬 부채질 좌중은 ‘들썩들썩’
<명창 안숙선 독창회 리뷰> 힘찬 부채질 좌중은 ‘들썩들썩’
  • 황인옥
  • 승인 2015.04.19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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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소리, 꽃이 되어 활짝 피었다
안숙선 명창
벚꽃이 속절없이 떨어져 허허로운 가슴에 폭포수 같은 판소리가 들어와 앉았다. 판소리계의 프리마돈나 안숙선이 들려주는 흥보가 중 박타는 장면은 해학과 유머로 넘쳤다. 꽃은 꽃이되 소리의 꽃이 다시 핀 듯 했다. 지난 15일 대구시민회관 그랜드 콘서트홀에서 열린 안숙선 독창회 이야기다.

안숙선은 매력이 넘치는 성음, 정확한 가사 전달과 재치 넘치는 자연스러운 연기로 당대 회고의 인기를 누리는 국안인이다. 1979년 국립창극단에 입단하면서 타고난 소리와 뛰어난 연기력으로 일약 창극 명인으로 자리 잡았다 현재 중요무형문화재 제23호 가야금산조 및 병창 예능부유자이자 판소리 명창으로 국악을 알리는데 앞장서고 있다.

지난 15일 저녁 보랏빛 저고리에 푸른 고름, 풀색 치마를 단아하게 입은 65세의 안숙선 명창이 무대에 섰다. 작은 체구에 한복이 처음부터 그녀의 옷이었던 듯 기품으로 넘쳤다. 그녀에게 한복의 기품보다 소리의 품격이 먼저일터. 고수 조용복의 북소리에 안 명창의 판소리 흥보가 중 한 대목이 실리기 시작했다.

가난하지만 마음씨 착한 흥보가 우연히 다친 제비 다리를 고쳐주자 제비가 박씨를 물고와 홍보에게 전해주고, 흥보가 심은 박을 거둬와 타는 대목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는 듯 안 명창의 소리에 실려 이어지고 또 이어졌다. 마침내 박 속에서 보물들이 나오고 흥보 자식들이 밥 풍년을 즐기는 대목에서는 감상자의 마음까지 충만함으로 넘실댔다. 판소리의 서사와 안 숙선의 소리의 환상적 궁합이었다.

역시 안숙선은 노련했다. 굶고 있는 가족을 위해 죄인의 매를 대신 맞으려고 할 만큼 절박한 가장 흥보, 그런 남편을 눈물지으며 애처럽게 바라보는 흥보 마누라, 제비가 물어주어 심은 박에서 쌀과 돈이 쏟아지자 좋아 어쩔줄 모르는 순진한 흥보 아이들까지, 1인 다역의 안 명창은 능수능란했다. 부채 하나와 손짓 하나에 좌중의 마음을 들었다 놓았다 했으며, 65세 명창의 카리스마는 여전히 빛이 났다. 청중들은 추임새와 박수로 기꺼이 화답했다.

이날 안숙선 독창회는 대구시민회관에서 오랫만에 만나는 국악공연이었다. 대가의 공연이었지만 옥에 티는 있었다. 판소리 가사 자막 처리가 없어 가사 전달력이 낮았던 것. 248석 소규모의 챔버홀 무대라 관객과 무대의 거리가 좁았지만 판소리 대목의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했다. 특히나 판소리는 서양으로 치면 1인 오페라. 가사 자막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은 서양오페라 공연을 지금까지 만나지 못했다. 판소리가 우리 전통소리라고는 하지만 자주 접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막 처리가 동반되지 않으면 공연을 100% 즐기기는 어렵다. 시민회관의 전통 공연에 대한 성의 부족으로 이해했다. 내내 아쉬웠다.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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