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광복절에 느낀 소회
<대구논단> 광복절에 느낀 소회
  • 승인 2009.08.18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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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복 (지방자치연구소장, 영진전문대 명예교수)

엊그제 제64회 광복절을 맞았다. 세계 13위의 경제국으로까지 올라서게 된 지금 우리는 옷깃을 여미면서 나라 위해 목숨 바친 애국자들을 생각해야 한다. 애국자라고 하면 누구나 순국 의사나 열사들만 연상하기 마련이지만 국가가 존재하는 한 애국은 누구나 가져야 할 덕목이다. 국민 여론을 형성하는 사회 지도적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더더욱 애국심을 가져야 한다.

국민생활에 갖가지 영향을 미치는 소위 공인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우선 애국의 표상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태극기가 오를 때 애국가를 부르면서 눈물 흘리는 메달 획득 선수를 보면서 마음이 울컥해 지는 경우를 경험한다. 이 순간만은 내가 한국인, 나라사랑하는 뿌듯한 감정을 가진다. 우리는 광복을 위해 희생한 애국자들을 역사적인 인물로만 새기면서 살고 있다.

다 함께 생각해 보자. 이 땅에 진정한 애국자가 있는가. 국회의원들은 국민들로부터 신망을 잃은 지 오래다. 그들은 하나의 직업인으로서만 존재할 뿐이다. 입으로는 나라 사랑, 국민을 위한다고 하지만 국민들의 생각과는 영 딴판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 사회의 안정을 바라는 국민들을 외면하고 도리어 사회 갈등을 유발하면서 자기 정당, 자기 밥통 보전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정치가 바로 서야 나라가 잘 된다는 평범한 말이 있지만 애국과 상반되는 사회갈등을 정치하는 그들 스스로가 만들고 있다. 지난 10여년 넘게 앓아오던 사회갈등 고질병이 아물기는커녕 덧나고 있다. 외형과 무늬는 그럴듯하지만 우리 사회전체가 만신창이 병이 들고 있다.

우리를 더 슬프게 하는 것은 위정자들의 만신창이 병에 전염된 사람과 집단들이 치료가 어려울 만큼 병소에 갇혀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회의원의 신분을 가진 사람이 사회 갈등의 선두 지휘자로 나서면서 농성장에서 애국자연 점잔을 빼고 있다. 국민 사랑 운운 하면서 정당 대표란 사람이 전국을 누비면서 갈등을 부추기는 행태를 보이면서 국민들을 혼란시킨 일도 있다.

뚜렷한 정책도 없이 자기 정당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집단적으로 국회의원 사퇴 시늉을 하면서 국민들을 호도하고 있다. 정당내의 파벌 형성으로 국민들의 여망을 저 버리는 모습도 보인다. 정부 역시 자신감 있는 정책을 내 놓지 못하고 여론의 눈치를 보면서 우왕좌왕 방향 감각을 상실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은 탐탁치 못한 치적들을 포장하여 주민들을 현혹하면서 내년 지방선거에 목을 걸고 있다. 모두가 애국자연 하지만 조금만 관심 있게 보면 거짓이란 것을 당장 간파할 수 있다. 또 있다. 이해와 타협은 아예 없고 자기주장들만 난무하는 노조와 경영진과의 끝없는 다툼, 이를 제어하는 공권력이 서로 얽히면서 전쟁터를 만들고 있다.

자주 자주 그런 장면들을 보면서 국민들은 숨 막혀 한다. 진정한 애국자는 누구인가. 평생을 고생하면서 모은 전 재산을 아무 대가 없이 국가· 사회의 유익을 위해 기부하는 욕심 없는 사람들이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올곧은 자세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남이 알아주든 않든 자기보다 열등한 사람들을 돌 봐주는 이름 없는 사람들이다.

우리 사회가 불행한 것은 애국· 애족의 자세로 마땅히 행동해야 할 주체들이 말로만 국민들을 위한다면서 자기 이익만 챙기는 세력으로 변질· 포장되어 가고 있다는 점이다. 인간은 본래 이기적인 존재라는 말은 있지만 애국은 이타적일 때만 빛을 발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8.15 경축사에서 국민 통합을 전제로 선거제도개편, 선거횟수 감축, 행정구역 개편이라는 3대 정치개혁을 내 놓았다.

정부가 아무리 좋은 정책안을 내 놓더라도 정치집단이나 이익단체가 자기조직이나 개인적인 이익만을 고려한다면 국민들이 호응한다 해도 성공적일 수가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국민통합· 국민형성은 국민들의 생각을 한데 묶자는 것인데 여기에는 애국하는 마음이 전제되지 않으면 불가능 하다. 다양한 국민들의 생각을 한데 모으는 정치· 행정기술이 절대 필요하다.

지금까지 경험한 여러 사례들에 비추어 볼 때 대통령의 3대 정치개혁 제안을 우리 사회가 얼마만큼 수용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모두가 애국적인 견지에서 문제에 접근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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