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나 자신이고자 하는 충동...예술의 역할과 소명은 ‘나’로 통한다
<책 소개>나 자신이고자 하는 충동...예술의 역할과 소명은 ‘나’로 통한다
  • 남승렬
  • 승인 2015.04.29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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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자신이고자하는충동
구라카즈 시게루 지음/도서출판 갈무리/2만원

20세기 초 생명을 중심에 두고 노동·정치·예술을 통합적으로 사고한 일본 예술가들의 사유와 작품을 짚은 저서다.

제목 ‘나 자신이고자 하는 충동’은 작가 아리시마 다케오의 평론집 ‘사랑은 아낌없이 빼앗는다’에서 따 왔다. 아리시마 다케오는 나쓰메 소세키와 함께 반자연주의 입장에서 인도주의·이상주의 문학을 주창한 백화파의 대표 작가다.

‘자신을 사랑해야만 하고 자존감을 가져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즉 ‘나 자신이고자 하는 충동’이 21세기 들어 다시 시대의 명령이 된 상황에서 이같은 충동의 진정한 기원으로 20세기 초반 ‘미적 아나키즘’의 계보를 짚는다.

책은 근대 일본과 한국의 문학과 예술 전공자, 그리고 ‘예술운동’과 ‘공동체’라는 키워드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손쉽게 반응할 법한 책이다.

하지만 이 책은 순전히 학문적인 관심만으로 집필된 책이 아니며, 또한 역사적 성격을 띠는 창작물에 관한 실증적인 연구만도 아니다. 이 책은 과거의 생산물을 연구 대상으로 하되 지속적으로 그것을 현재의 지평으로 불러내고 있고, 문학과 예술의 행방을 수소문하되 그것을 정치나 삶 같은 더 광범위한 맥락과 충돌시킴으로써 ‘문학’과 ‘예술’에 분과 학문 이상의 실천적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저자는 신자유주의의 도래로 인해 황폐화된 우리의 삶을 “우연히 얻은 생명(삶)”이라고 요약하면서 개인이 처해 있는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단지 살아갈 뿐”이라는 ‘벌거벗은 생명’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생명(삶)에 관해 새롭게 사고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책에서 소개되는 예술가들은 메이지(1868~1912년) 말기의 사회적 속박에서 해방돼 더욱 창조적이고 자유로운 주체로서 새롭게 태어나는 것을 화두로 삼았다.

21세기의 인간이 ‘나 자신’의 삶을 부단히 가꾸고 계발할 것을 강요받는다면, 20세기 초 일본 지식인들에게 ‘나 자신’은 예술과 창조의 시작점이자 분출하는 생명 그 자체였다는 것이다.

책은 아리시마 다케오를 시작으로 미야자와 겐지, 에도가와 란포, 야나기 무네요시, 오스기 사카에 등 생명과 예술, 생명과 운동의 통합을 시도한 작가들을 다루면서 우리 시대 생명의 회복에 예술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되묻는다.

특히 이 책의 학술적 의의는 예술, 건축, 영화, 문학 등 다양한 장르를 오고가며 여러 사상가달의 생각들을 토대로 풍부한 이론적 해석을 보여준다는 데 있다. 일본 사상가 가라타니 고진을 비롯해 조르조 아감벤, 비트겐슈타인, 미셜 푸코 같은 현대 사상가들과 베르그손, 칸트, 하이데거, 아리스토텔레스, 슈미트 등 서구의 철학사를 저자는 폭넓게 참조하고 있다. 다양한 일본 근대 문학 작가들의 대표 작품 인용과 인문학적 이론들이 책 속에서 빈틈 없이 조화를 이루며 틀을 완성하고 있다.

이 책은 또 국내에서 보기 드문 일본 근대에 대한 심층적 연구라는 점에 그 의의가 있다. 특히 국내에서 접하기 힘든 에도가와 란포, 야스다 요즈로, 미야자와 겐지 등 일본 근대 작가에 대한 분석이 실려 있고 그들의 작품들이 인용돼 있어 일본 근대 연구나 일본 문학 연구자들, 또 동아시아 예술과 문학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학문적 지평을 여는 지침서로 평가 받는다.

남승렬기자 pdnamsy@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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