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을 두려워하는 총리’가 필요하다
‘국민을 두려워하는 총리’가 필요하다
  • 승인 2015.05.21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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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창 명예주필
여민 컴 대표
박근혜 대통령의 ‘법조인 사랑’은 유별나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꾸릴 때부터다. 헌법재판소장 출신인 김용준 전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은 초대 총리 후보로 낙점됐으나 낙마했다. 출범 후에는 검사 출신인 정홍원 전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을 국무총리로, 김기춘 전 법무부 장관을 대통령비서실장으로 임명했다.

법조인 편중인사는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청와대에 들어간 뒤 더욱 심해졌다는 평가다. 사석에서의 발언이지만 김 전 실장이 “애국심 강하고 일도 잘하는 유일한 집단이 법조인 집단”이라고 말했다고 하니 여러 요직에 법조인이 중용된 연유가 짐작된다. 사실 박근혜 정부만 법조인을 중용한 게 아니다.

5공화국 시절에는 ‘육법당’(육사 +법조계 출신이 중용되는 당)이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질 정도로 법조계 인사가 득세했다. 김영삼 정부에선 이회창 전 총리가 첫 법조인 출신 총리로 등장했다. 이어 김대중 정부 때는 이한동·김석수 등 2명의 법조계 출신 총리가 배출됐다. 이명박 정부에선 김태호 총리 후보자가 낙마하면서 투입된 판사 출신 김황식 전 총리가 ‘대타 홈런’을 친 총리로 평가받았다.

정치인 출신 이완구 전 총리가 사퇴한 지도 벌써 한 달 가까이 지났다. 총리가 장기간 부재 상태인데도 특별히 국정운영에 차질이 있다는 말은 없다. 때문에 이참에 말 많고 탈 많은 총리직을 폐지해도 되겠다는 농도 나왔다. 지체되던 총리 인선이 드디어 뚜껑을 열었다. 황교안 법무부장관이 후보자다. 박근혜 대통령의 이번 총리후보자 낙점도 예상을 크게 벗어나진 않았다. 하지만 야당이 극렬히 반대하는 후보여서 청문회부터 논란이 예상된다.

이 정부 들어 총리 후보자까지 포함해 5명 중 4명(김용준.안대희.문창극 이완구)이 ‘도덕성’과 ‘역사관’ 등의 문제로 중도 하차했다. 이에 청와대는 총리 인선 기준으로 도덕성과 국정과제 추진 능력, 참신성 등을 꼽았다. 하지만 황교안 총리후보자는 이 기준보다는 박근혜 정부의 코드에 부합하는 인사다. 무엇보다 황 후보자는 법무부장관으로 일하면서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과 통합진보당 해산 등 논란의 정치적 사안들에 총대를 매왔다. 또 야당이 해임건의안을 두 번이나 낼 정도로 야당과 각을 세우고 있는 인물이다. 때문에 국정을 통괄하는 총리후보로서 적합도에는 물음표가 붙을 수밖에 없다.

보리수염은 황교안 후보자가 대구고검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1시간여 동안 만나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공안 검사라는 선입견 없이 만난 황 후보자는 온화한 성품에다 어투도 조용조용한 신사였다. 황 후보자는 2013년 2월 박근혜 정부 초대 내각 멤버로 출발해 2년3개월 동안 뛰어난 정무 판단력으로 박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얻었고 총리후보로 낙점됐다.

하지만 황 후보자의 낙점을 보면서 박근혜 정부의 인재풀이 정말 좁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먼저 야당은 국정원 선거개입 사건에서 황 장관이 정치적 중립성을 위반했다며 총공세를 펼칠 게 뻔하다. 여기에 부산고검장에서 물러난 뒤 16개월 동안 16억 원을 번 전관예우 논란도 피할 수 없다. 안대희 전 대법관의 경우 전관예우 문제로 지난해 청문회 자리에 서보지도 못하고 총리 후보직을 사퇴한 바 있어 황 후보자와의 형평성 논란은 불가피하다. 덧붙여 ‘삼성 떡값’ 수수 의혹과 더불어 석연찮은 병역 면제도 논란거리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28개월 동안 총리공석 기간만 8개월에 달한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이후 사고수습 역할만 했던 정홍원 전 총리의 이른바 ‘식물총리’ 기간까지 더하면 무려 14개월가량이 총리부재 상태였다. 즉 박 대통령 취임이후 지금까지 약 절반의 기간 동안 총리 없이 이 정부가 운영돼온 셈이다. 따라서 황 후보자가 무난히 청문회를 통과하면 다행이나 야당이 극렬히 반대할 경우 또다시 총리부재 상태가 지속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한서(漢書) 가의전(賈誼傳)에선 공직자는 오로지 삼망(三忘)해야 한다고 설파한다. ‘임금을 위하여 한 몸을 잊고, 나라를 위하여 집안을 잊고, 오로지 공(公)을 위하여 사(私)를 잊어야한다(主耳忘身, 國耳忘家, 公耳忘私)’는 게 삼망이다. 선공후사(先公後私) 정신이 투철한 사람이 총리 후보자로 지명돼야 한다는 말이다. 황 후보자는 자신이 이 기준에 부합하는 지 한번쯤 되돌아보기 바란다.

덧붙여 보리수염은 ‘국민을 두려워하는 총리’가 될 것을 주문한다. 최근 삼성화재 배구단 감독직에서 물러난 신치용 전 감독은 프로 스포츠 사상 첫 7연패를 달성하는 등 살아있는 전설이다. 하지만 그는 “선수가 제일 무섭다”며 “감독이 선수를 두려워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선수 눈 밖에 나는 경우는 감독이 엉터리거나 감독답지 못한 행동을 할 때라는 것이다. 선수를 두려워하지 않으면 신뢰를 잃어버린다. 신뢰를 잃지 않으려면 모든 면에서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게 신 전 감독의 리더십이다.

선수를 두려워하는 신 전 감독의 리더십을 황 후보자가 배우고 실천한다면 성공한 총리로 기록될 것이다. 감독이건, 국가 지도자건 리더는 숙명적으로 외로울 수밖에 없다. 국민을 두려워하며 선공후사의 외로운 길을 가는 총리 후보자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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