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서 진료 지역 환자들 “충격”
수도권서 진료 지역 환자들 “충격”
  • 김정석
  • 승인 2015.06.08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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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병원’ 공개에 “혹시 나도 감염?” 노심초사
시민들도 “청정지역에 바이러스 몰고올라” 불안
시·도, 자진신고 당부…자체 추적조사 실시 방침
만성 염증성 장 질환인 ‘크론병’을 앓고 있는 L(30·남구 봉덕동)씨는 최근 정부가 발표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환자 발생·경유 병원 명단을 보고 경악했다.

명단에 포함돼 있는 병원 중 한 곳이 자신이 정기적으로 다니는 서울의 한 종합병원인 데다 불과 며칠 전 정기검진을 위해 해당 병원에서 3~4시간 동안 머물렀던 까닭이다.

L씨는 “면역력이 약해 일상 생활을 하면서도 굉장히 조심하는 편인데, 혹시라도 메르스에 감염된 것은 아닌지 무척 걱정된다”며 “정부가 메르스 발생 초기부터 병원명을 공개했다면 절대 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관련기사 3, 4, 5면)

정부가 지난 7일 메르스 환자가 발생하거나 경유한 병원을 공개한 가운데 암이나 희귀난치성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수도권 대형 종합병원을 정기적으로 방문하고 있는 지역 환자들이 충격에 빠졌다.

L씨의 경우처럼 명단에 오른 병원에 진료를 받기 위해 들렀거나 방문할 예정인 환자들이 만에 하나 메르스에 감염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게 된 것이다.

특정 질환자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에서도 불안감은 극에 달한 모습이었다.

다음카페 ‘대장암과 싸우는 사람들의 모임’ 자유게시판에 “삼성서울병원에 항암 치료 받으러 가야 하는데 메르스 때문에 가도 될지 불안하다”는 글이 올라오자 “저도 곧 가야 하는데 걱정이다. 검사를 받는데 하루 종일 걸린다”, “마스크 여러 개 준비하고 손 소독제도 챙기고 만반의 준비를 했는데도 불안하다”는 댓글이 달렸다.

정부 발표 여파에 따른 외래환자들의 불안감은 곧장 병원의 방문객 수 급감으로 이어졌다. 서울 여의도성모병원은 하루 2천500명가량이던 외래환자가 1천500명 안팎으로 감소했고, 환자 5명이 발생한 대전 건양대병원은 평소에 비해 외래환자는 30%, 병문안객은 절반 이상 줄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메르스 청정 지역’을 유지하고 있는 대구지역 시민들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이른바 ‘메르스 병원’에 방문한 환자들이 바이러스를 몰고 오진 않을까 걱정되는 것이다.

실제 대구지역에서는 8일 오후 5시 현재 평택을 비롯한 수도권 병원에 방문한 8명이 확인돼 자가격리 조치된 상태다.

하지만 사실상 ‘메르스 병원’ 방문자들을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려운 실정이어서 접촉자가 추가로 확인될 가능성이 높다.

상황이 이러하자 대구시와 경북도는 ‘메르스 병원’ 방문자들이 자진 신고토록 독려하는 한편 자체 추적 조사를 실시할 방침이다.

네이버카페 ‘폐암환우들과 그 가족의 모임’에 가입한 한 환자 가족은 “시기가 많이 늦었어도 정부의 ‘메르스 병원’ 명단 공개를 환영한다”며 “해당 병원들은 당장 큰 타격을 입겠지만 더 이상의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김정석기자 kjs@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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