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영주·상주 622㏊ 피해
최근 경북을 덮친 갖가지 재난들은 전 국민을 불안에 몰아넣고 있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을 비롯해 사상 최악의 가뭄, 느닷없이 쏟아진 초여름 우박 등 다양하다.
메르스는 지난달 20일 수도권 지역에서 첫 확진 환자가 나온 이후 지금까지 지역을 가리지 않고 번져 사망자 15명을 비롯해 145명의 확진자를 만들었다.
게다가 지난 12일 동국대학교 경주병원에 격리돼 있던 포항지역 한 고등학교 교사 A(59)씨가 메르스 양성 판정을 받으면서 경북지역도 메르스 발병지에 이름을 올렸다.
우리나라에 메르스가 번지기 시작하고 한 달 가까이 ‘메르스 청정지역’으로 유지되고 있던 대구경북 지역에도 구멍이 뚫린 셈이다.
한편, 메르스가 여론의 초미의 관심사로 올라 있는 동안 경북지역의 논바닥도 조금씩 말라가고 있었다.
한반도가 지난해부터 저조한 강수량을 기록하면서 현재 경기·강원·경북지역의 논 2천659㏊, 밭 3천516㏊ 등 모두 6천175㏊의 대지가 타들어가고 있다.
경북지역의 경우 지난 10일 기준으로 저수율이 안동 54.5%, 상주 50.6%, 문경 54.1%, 영덕 57.1%, 봉화 61.7% 등으로 예년보다 20%포인트가량 낮아졌다.
국민안전처와 국토교통부 등 정부 관련부처가 1천t이 넘는 농업·생활용수를 지원하고 수자원공사가 청송을 비롯한 일부 지역에 9천180t의 농업용수를 지원하며 가뭄 해갈에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김승배 한국기상산업진흥원 홍보실장은 “장마철 ‘비다운 비’가 내리기 전까지는 가뭄이 해갈되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만약 이 같은 상황이 한 달간 지속된다면 그야말로 난리가 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가뭄이 길어지며 농민들의 마음도 타들어가고 있는 시점에 때아닌 우박이 밭을 덮치는 일도 발생했다.
지난 13일 오후 5시 30분부터 2시간가량 안동과 상주, 영주 등 경북북부지역에 비를 동반한 우박이 쏟아졌다.
지름이 5~20㎜에 달한 우박은 지역에서 재배하는 사과, 복숭아, 포도, 배, 고추 등 밭작물의 잎과 열매를 할퀴고 떨어졌다.
14일 현재까지 도가 파악한 피해면적은 영주 570㏊, 안동 42㏊, 상주 10㏊ 등 모두 622㏊에 달한다.
각 시·군의 피해가 30㏊가 넘으면 농약대금, 생계지원비 등을 국비로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악재가 겹치며 영농에 차질을 빚고 있는 농민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김정석기자 kjs@idaeg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