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스스로 질서를 찾게 하는 교육
<대구논단>스스로 질서를 찾게 하는 교육
  • 승인 2009.08.26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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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아동문학가 · 교육학박사)

질서가 아름답고 편리함은 누구나 다 느끼는 일이다. 그러나 실천은 소홀히 하기 쉽고, 더구나 새로운 질서에 적응하기는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질서는 어렸을 때부터 습관화 되어야 하고, 또한 스스로 찾아야 비로소 올바르게 발현된다고 할 수 있다.

지난 주 7일간 일본 도쿄와 홋카이도에서 열린 한·중·일 어린이 동화 교류대회에 다녀와서 느낀 점이 많다. 일본 학생들은 버스로 이동할 때에 말하지 않아도 모두 좌석 벨트를 매었다. 버스에 오르자마자 벨트를 매었다. 그런데 우리 학생들은 매어라고 해도 제대로 매지 않은 경우가 있었다. 안내원으로부터 지적을 당하는 학생은 대개 우리나라 학생들이어서 부끄러웠다.

개막식 때에는 일본의 관방 장관이 참석하였다. 이때 참석자들은 모두 의자에 앉아 있었는데 일본 아이들과 일본 관계자들은 모두 다리를 나란히 하고 무릎에 손을 얹었다. 우리는 다리를 꼬고 앉아있기도 했는데 나중에 물어보니 어른 앞에서는 다리를 꼬고 있지 않도록 교육한다고 하였다.
식사 때에는 아무도 먼저 숟가락을 들지 않았다.

미리 준비된 음식일 경우, 모두 자리에 앉자 비로소 “이다다끼마스!(잘 먹겠습니다)”를 외치고 식사를 시작하였고, 마치고는 “고찌소사마!(잘 먹었습니다)”를 외쳤는데 두 번 모두 손을 앞으로 모았다.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음식과 또한 그 음식을 베풀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를 표하는 것이었다.

행사장을 떠날 때에는 반드시 환송객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게 하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호텔 직원들은 손님이 탄 버스가 출발하기 전에 줄지어 서 있다가 손을 흔들었던 것이다. 그러자 버스 안에서도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게 하였는데 그것은 어디에서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30분 정도의 거리를 이동하는 데에도 그 버스에는 반드시 두 사람의 안내원이 동승하는 것이었다. 한 사람은 관광 안내원이었고 또 한 사람은 승객의 안전을 관리하는 승무원이었다. 7일간 대여섯 번 버스를 타고 이동했는데 그때마다 변함없었다.

또한 버스를 탈 때마다 어린이를 먼저 태우고 승무원을 비롯한 모든 어린들은 나중에 타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었다. 버스에서도 당연히 어린이들이 앞자리였고 어른들은 뒷자리였다.

물론 음식을 먹을 때에도 어린이들에게 먼저 먹이고 어른들은 나중에 먹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었다. 따라서 교실 급식 때에도 교사가 맨 나중에 먹는다고 한다. 그리고 교장과 교감 등 관리자들은 학생들보다 30분 일찍 식사를 마치고 학생들의 식사를 관리한다고 한다. 그래서 아이들은 교장과 교감은 식사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닌가하고 생각할 때가 있다고 한다.

이번 행사 때에는 8년 전의 제1회 참석자도 네 사람이 초대되었는데 그들은 이제 대학생이 되어있었다. 식사 후 간단히 맥주를 한 잔 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들은 마시지 않았다. 어른들이 권해도 극구 사양하였다. 일본 수행원에게 물어보니 그것은 법에 어긋나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일본에서는 대학생이라고 하더라도 만 19세가 되기 전에는 공식적인 자리에서 술을 마실 수 없도록 되어있고, 따라서 가게에서 술을 살 수도 없도록 되어있다고 한다. 만약 술을 마시게 되면 그것은 법을 어기는 일이라는 것이다. 기초 질서와 준법정신을 이처럼 어릴 때부터 철저히 체득시키는 것을 보고 교육자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러웠다.

어렸을 때부터 이러한 환경 속에서 자라났으니 그들이 만드는 제품 하나하나에 더욱 정성이 들어갔으리라는 신뢰감을 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 일이 아니겠는가.외형적으로 나타나는 정연한 질서는 내면의 아름다운 성숙감에서 자연스럽게 표출되는 것이다. 즉 올바른 인격 형성 과정에서 우러나오는 멋있는 행동이다.

스스로 아름다운 질서를 찾아서 실천하게 하는 것은 인격 교육의 중요한 방안이 된다. 우리도 학교에서 먼저 아주 작지만 철저한 질서 교육으로 우리 자신은 물론 전 세계인으로부터 신뢰를 받는 인격자로 키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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