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환자 방문시설 공개 후폭풍
메르스 환자 방문시설 공개 후폭풍
  • 남승렬
  • 승인 2015.06.22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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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보상 법령 없어…대책 수립 난항
보상액 산정도 골치
“이미지 추락·박탈감은
어떻게 책임 질거냐…”
업주들 불만 쏟아져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자 A(52)씨의 이동경로와 다녀간 시설·업소 등을 실명을 공개한 대구시가 딜레마에 빠졌다.

사태 조기 수습을 위한 나름의 극약처방책이었지만 당초 우려됐던 후폭풍이 현실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 당초 대구시는 실명을 공개하면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에서 확산되던 유언비어를 없애기 위한 불가피한 공익적 조치라고 했다. 하지만 보상대책 수립 난항과 해당 업소 영업지장에 따른 업주들의 불만감 표출 등 부작용은 실명 공개 닷새만에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특히 공개할 당시 “(실명 공개는) 너무 성급한 조치가 아니냐”는 언론의 지적에 권영진 대구시장은 “실명 공개 후 발생하는 각종 피해와 해당 업소 보상 등 모든 문제는 전적으로 시장이 책임지겠다”고 밝혔지만 관련법령상에 보상의 근거가 없어 대구시는 피해대책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22일 대구시에 따르면 대구시메르스종합대책본부는 확진환자 이동경로 공개에 따른 피해대책을 수립하고 있다. 그러나 보상을 뒷받침할 수 있는 명확한 관련 규정이나 법령이 전무한 탓에 대구시는 현재 중앙정부와 피해보상 관련 협의를 진행 중이다. 결론적으로 현행 지원체계상 보상에 한계가 있음에도 불구, 대구시가 구체적 검토 없이 성급하게 공개, 행정력을 분산시킨 게 아니냐는 지적이 다시금 나온다. 공익을 위한 불가피한 처방이었지만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실명이 공개된 각 업소별 보상액 산정도 대구시의 골칫거리다. 업소별 매출도 다르고 일정한 기준이 없다 보니 동일 잣대로는 산정액을 통일시키기에 무리가 따르기 때문이다. 대구시는 이와 관련, 손해사정인 등을 선임해 손해 발생 사실의 확인, 관계 법규의 적정성 판단 등 조사 결과를 토대로 보상액을 산정한다는 계획이지만 관련법령조차 마련되지 않는 상황이라 산정에 난항이 예상된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실명공개 업소의 사장은 “바이러스 전파가 안되는 잠복기에 찾은 시설의 이름까지 굳이 공개할 필요가 있었는지 되물어 싶다”며 “실명 발표 당일부터 바로 소문이 나 현재까지도 ‘메르스 가게’로 낙인 찍혀 영업지장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했다. 그는 또 “대구시가 업주 등과 제대로 된 소통 없이 거의 일방적으로 명단을 발표한 점에 대해서도 섭섭함을 느낀다”며 “특히 보상과 관련해 현재까지 대구시 누구도 똑부러지게 말해 준 사람이 없다. 영업손실 등 직접적인 가게의 피해의 경우는 보상액이 어느정도 잡히겠지만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심리적 박탈감은 어떻게 책임질거냐”고 했다.

또다른 업소의 사장도 “무책임한 명단 공개로 일부에서는 법적 대응까지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며 “보상과 관련된 부분은 차치하더라도 가게 이미지 추락에 대해선 어떻게 할 것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대구시 안전총괄과 관계자는 “재난및안전관리기본법이나 재해구호법 등 현행 관련법령상으로는 보상해 줄 수 있는 근거가 없어 중앙정부와 협의하고 있다”며 “메르스가 대구만의 사안이 아닌 만큼 중앙정부에서도 긍정적으로 검토, 관계법령 등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보상과 별개로 위로금 지급도 검토 중이다”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자 일각에선, 대구시가 정부의 ‘재난지원금’ 또는 ‘재해구호금’의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거나 원인 규명 등의 이유로 보상금 지원 결정이 지연되는 경우, 피해 주민들을 도울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 강원도의 경우 지난 2012년 삼척 가스폭발사고 당시 지역재난구호조례를 제정해 보상 지원 대상자의 범위 등을 확대시키는 등 실질적인 지원으로 이어지게 한 바 있다.

대구민변 관계자는 “중앙정부의 제도가 현장의 사정을 다 담아내지 못해 아쉬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며 “당장 시행이 필요한 사안인데도 과정과 절차가 복잡하거나 관계법령 미비로 실제적 지원과 도움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인데, 이번 기회에 중앙정부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대구시 차원의 관련 조례 제정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앞서 대구시는 지난 17일 ‘메르스 확진환자 발생에 따른 확산 방지대책’을 발표하면서 확진환자 A씨가 지난 3일부터 대구의료원 격리(15일) 전까지 들른 시설 이름을 낱낱이 공개했다. 공개한 곳은 경로당, 목욕탕, 프랜차이즈업소, 음식점, 어린이집, 노래연습장, 호텔 등이다.

시설의 이름은 이날 오후부터 온라인과 SNS를 통해 급속히 확산돼 영업지장과 손님 이용 기피 등 해당 업소 등의 2차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남승렬기자 pdnamsy@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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