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귀 열고 있습니다
새벽잠 깨어나는 새 소리 듣고
아침 숲 흔드는 바람 소리 듣고
불어난 계곡 물소리를 듣습니다
숲 사이 거니는 발자국 소리
내 작은 휘파람 소리도 듣습니다
다람쥐가 굴러가는 숲 속
상수리나무 아래 자리를 잡고
가만히 가슴 열고 있습니다
갈라진 틈 사이 풀꽃 하나도
가슴에 품어 하늘에 띄우는데
내 발길 머무를 때엔
햇살 한줌 솟구치는 빈자리 내어주나니
머물러 앉은 채로
말없이 들으며
조용히 가슴 열어주는
당신은 내 친구
▷경남 합천 출생. 영남대학교 졸업. 1992년『문예사조』신인상을 통해 등단. 한국문인협회, 한국크리스천문학가협회 회원. 시집으로「나목(裸木)」(2002)등이 있다.
이 시인의 시세계는 `삶에 대한 연민과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한 애정과 신앙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고 있다’고 평한바 있다.
귀를 열고 모든 자연의 소리를 듣고 있는 바위는 곧 시인의 자연 친화적 자세를 엿보게 한다. 소리를 듣고, 가슴을 열고 있는 바위는 다름 아닌 이 시인의 심상을 말해 주고 있다.
이일기 (시인 · 계간 `문학예술’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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