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고도 연극배우 전아현 “가슴으로 연기하는 배우로 남고싶다”
극단 고도 연극배우 전아현 “가슴으로 연기하는 배우로 남고싶다”
  • 남승렬
  • 승인 2015.07.21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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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전국연극제서 연기상 수상

장애 가진 엄마역 훌륭하게 소화

20여편 작품 출연…슬럼프도 겪어

연습과 연기에 대한 애증으로 극복

“모든 역에 진심 담아 감동 전할 것”

연기 생활 13년째를 맞은 배우 전아현의 공연 모습. 극단 고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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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고도의 창립 20주년 특별기획공연으로 지난달 19일~21일 대구 봉산문화회관 가온홀 무대에 오른 연극 ‘멕베스’에서 배우 전아현씨는 ‘덩컨왕’ 역할을 맡아 열연했다. 극단 고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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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6월 강원도 원주에서 제29회 전국연극제가 열린다.

당시 연극제에 대구지역 극단을 대표해 무대에 오른 작품은 극단 고도의 ‘눈먼 아비에게 길을 묻다’. 눈먼 아비에게 길을 묻다는 전국연극제 무대에 올리기 앞서 같은 해 4월 폐막된 대구연극제에서 대상과 연출상 등 4관왕을 휩쓴 작품으로 경주의 한 시골마을에 사는 몸이 불편한 가족의 이야기를 담았다.

신체 장애를 가진 엄마 ‘김붙들’, 지적 장애를 앓는 아빠 ‘이출식’, 소아암에 걸린 아들 ‘이선호’ 등 세 식구의 가족애를 담은 작품이다.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이 바탕이 된 이 작품으로 극단 고도는 원주 전국연극제에서 은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수상이 있었다. 엄마 김붙들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전아현(여·32·극단 고도)씨가 연기상을 수상한 것.

2002년 극단 고도의 배우로 들어간 전씨는 올해 연기 경력 13년째를 맞았다. 20일 대구 남구 계명대 대명캠퍼스 인근 고도5층극장에서 전씨를 만났다.

◇잊을 수 없는 작품 ‘눈먼 아비에게 길을 묻다’

“제 연기의 어떤 점이 심사위원들한테 어필했는지 사실 저도 아직 잘 모르겠어요. 단지 운이 좋았던 것 같은데…. (웃음) 작품 자체가 워낙 훌륭해 제 연기력이 많이 부족했음에도 불구하고 작품 하나만 보고 상을 주신 것 같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연기상을 수상하게 된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느냐고 묻자 전씨는 이같이 말했다. 진짜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그러자 옆에 있던 극단 고도 예병대(남·37) 부대표가 한마디 거든다. 예 부대표는 “극사실주의 연극인 눈먼 아비에게 길을 묻다에 출연한 배우들이 진짜 가족처럼 연기를 해 심사위원단에게 높은 점수를 받았다”며 “특히 전아현씨의 경우 ‘정말 몸이 불편한 배우가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극몰입도가 높아 연기상을 수상하게 됐다”고 했다.

눈먼 아비에게 길을 묻다는 배우 전아현의 연기생활에서 잊을 수 없는 작품이다. 전국대회에서 연기상을 안겨준 이 작품에서 그는 한동안 헤어나오지 못했다.

“공연을 다 끝낸 후에도 가슴에 슬픔이 꽉 찬 느낌이었어요. 그 슬픔이 가슴에서 빠져나가지 않아 답답하기도 했습니다. 운 좋게 상은 받았지만 한번 더 하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아쉬움도 남기에 더욱 애착이 가는 작품입니다.”

◇무용을 동경했던 소녀, 배우가 되다

대구 출신 전아현의 어릴 적 꿈은 원래 무용수였다. 초등학교 시절 일주일에 한번 진행되는 무용수업을 통해 그는 전문적인 무용수를 꿈꿨지만 초교 5학년 때 반월당 동아쇼핑 비둘기홀에서 연극 ‘피터팬’을 본 뒤 ‘나도 연극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 가졌다.

그렇다고 무용에 꿈을 버리지는 못한 그. 중학교에 가서도 무용을 하고 싶었지만 집안의 반대로 예술고 진학은 무산됐다. 꿈을 잃어버린 그에게 한줄기 희망이 된 것은 연극이었다. 친구와 함께 고등학교 연극부에 가입하면서 연극의 매력에 빠져들었고 고등학생 때인 2002년 현재 적을 두고 있는 극단 고도의 단원으로 들어갔다.

연극배우가 된 이후 현재까지 눈먼 아비에게 길을 묻다를 비롯해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청기와집’, ‘녹차정원’, ‘청구서’, ‘미스맘’, ‘오마이갓파더’, ‘달콤한 공중전화’, ‘보고싶습니다’, ‘남자를 기다리는 여자’, 최근 공연을 마친 ‘멕베스’ 등 20여편의 작품에 출연했다.

이들 작품에 출연하면서 전아현이 가장 많이 들은 말은 ‘감성적 연기파 배우’였다. 그는 “어떤 역할을 맡아도 감성적인 연기를 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며 “앞으로도 사람의 감성을 울리는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연기를 계속 이어가고 싶다”고 했다.

◇현실의 벽도 꿈을 꺽을 수 없다

연기인생 13년 동안 좌절이 없었다면 그건 거짓말. 녹차정원 당시 전아현은 극심한 슬럼프에 빠졌다. 녹차정원은 2009년 그해 일년 동안 쉴 새 없이 무대에 올랐다. 그는 “처음으로 내 연기력에 회의감과 자괴감을 준 작품이었다”며 “연습하고 무대에 작품을 올리는 시간 내내 ‘정말 난 연극을 그만 둬야 하나’, ‘난 이젠 연기를 하면 안되는구나’ 둥의 생각이 끊임없이 들었다. 당시 7년 동안 해왔던 연기를 탈피하는 것도 안되고 새로운 연기를 받아들이는 것도 너무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전아현은 “벽에 부딛혀 더이상 나아가지 못하는 느낌이었다”고 그 시절을 회상했다. 헤어나오지 못할 것 같은 슬럼프였지만 그 극복기는 의외로 간단했다.

“그냥 버텼어요. (연기에 대한 애증을) 놓았다가, 다시 잡았다가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 순간 마음이 편해졌어요. 1년간 녹차정원을 무대에 올리면서 몸이 아파 잠시 공백기를 가지다 다시 무대에 섰는데 너무 막막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편하게 하자’고 마음 먹고 연습에 임했는데 주변에서 ‘지금까지 연기한 것 중에 가장 좋았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연극배우는 ‘감’이란 게 있어요. 그 감에 눈을 뜬 뒤부터 좀 더 자연스러운 연기가 나왔고 슬럼프도 자연스레 극복하게 됐습니다.”

마지막, 닮고 싶은 배우가 누구냐고 물었다. 이 질문에 그가 밝힌 이는 김진희 고도 대표였다. 표현은 이러했다. “엄마 같았고 이모 같았고 때론 친구 같기도 했다.”

‘천상 배우’ 전아현의 답이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남승렬기자 pdnamsy@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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