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 마을이야기] 물 위에 떠 있는 섬…선비의 세상을 마주하다
[영주 마을이야기] 물 위에 떠 있는 섬…선비의 세상을 마주하다
  • 김상만
  • 승인 2015.08.10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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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경상북도 마을이야기-영주 무섬마을

마을 들어가는 ‘S자형’ 외나무다리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

옛집 옹기종기 모여 고즈넉한 운치

만죽재 등 9개 가옥 문화재 지정

마을 곳곳 푯말에 새긴 詩 감상도

전통 방식으로 만든 저염식 맛집

퇴계이황 즐겨 먹던 식사도 재현
/news/photo/first/201508/img_172486_1.jpg"외나무다리(무섬마을)/news/photo/first/201508/img_172486_1.jpg"
무섬마을에서는 전통 혼례 시연(試演)행사를 열고 있다. 혼례를 위해 신랑과 신부가 말과 가마를 타고 긴 외나무다리를 건너고 있다.
우리나라 대표 물돌이 마을로 유명한 경상북도 영주 무섬마을. 350년을 버텨온 고택에는 시간의 흐름을 고이 간직한 삶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쌓여있다.

내성천의 맑은 강물이 마을을 둘러싸여 육지속의 섬으로 불리는 무섬마을로 떠나본다.

무섬마을의 행정구역상 명칭은 수도리(水島里)로, 말 그대로 ‘물위에 떠 있는 섬’이다.

그러나 진짜 섬은 아니란다. 강물이 마을 전체를 휘감아 돌아 나가는 형상이 마치 물속의 섬 같아 ‘무섬’이요, ‘수도(水島)’라고 한다.

지금은 콘크리트 다리가 놓여 있지만, 30년 전까지만 해도 무섬마을과 바깥세상을 연결하는 통로는 외나무다리가 유일했다.

마을로 들어가는 S자형의 긴 외나무다리가 인상적이다.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외나무다리는 폭 20~25cm에 길이 150m, 높이는 하천바닥에서 60cm로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수 있을 만큼 좁다. 다리를 건너다보니 중간 중간에 마주 오는 사람을 피해갈수 있도록 짧은 다리인 ‘비껴다리’가 놓여있다.

긴 외나무 다리 너머 보이는 마을 전경은 ‘와~!’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마을 바로 앞 강변에 넓은 백사장이 펼쳐져 있고, 그 건너편으로는 울창한 숲이 있어 경관이 매우 아름답다.

옛집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무섬마을은 고즈넉하고 운치 있다.

마을 입향조인 반남박씨의 박수가 1666년 처음으로 터를 잡았다는 무섬마을에 들어선다.

1757년 그의 증손녀 남편인 신성김씨 김대가 처가 마을에 자리를 잡은 이래 박, 김 두 성씨의 집성촌을 이루게 되었다고 한다.

세워진 지 100년이 넘은 가옥이 16채에 달하고, 문화재로 지정된 한옥이 9채에 이른다.

한 여름이지만 집집마다 월동 땔감들이 마루 밑에 정갈하게 쌓여있다.

반남박씨 입향조인 박수가 마을에 들어와 건립한 만죽재(晩竹齎)를 비롯해 총 9개 가옥이 경북문화재자료 및 경북민속자료로 지정되어 있으며, 역사가 100년이 넘는 가옥도 16채나 남아있어 조상들의 자취와 숨결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김규진 가옥은 외양간을 사랑방으로 확장했으며 각 방에서 밖으로 향하는 문 앞에 쪽마루가 있다.

박덕우 가옥은 무섬마을 까치구멍집의 기본형이다. 판문으로만 외부 출입하는 다른 지역의 까치구멍집과 달리 방에서 외부로 드나들 수 있는 문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마을길을 크게 돌아 걷다보면 곳곳에 푯말 위에 새겨진 시 한수는 마음의 여유를 더해 준다.

저 멀리 산기슭에 자리 잡고 있는 청퇴정은 반남박씨의 22대손 박재연을 추모하기 위해 만든 정자라고 한다. 박재연은 1807년 무섬에서 태어나 1840년 대과에 급제한 인물이다.

너른 한옥 마당 천막 사이로 초례(醮禮)상이 눈에 들어온다.

전통 혼례 시연(試演)이다. 사모관대 갖춘 신랑과 족두리에 연지 찍고 곤지 찍고 수줍게 고개를 숙인 신부. 덩실덩실 춤추며 들어오던 신랑이 갑자기 상 앞에서 벌렁 넘어진다. 장모가 처음 보는 신랑 사지가 멀쩡한지 알려고 콩 자루를 깔았다는 풍습에서 따왔다.

이어 양 팔꿈치를 한껏 치켜 올린 장난스러운 포즈로 절을 하며 배시시 웃음을 짓고 있는 신랑과 다소곳하게 수모(手母)의 부축을 받은 신부가 합환주(合歡酒)를 나눈다.

고무신으로 발바닥을 맞으며 자지러지는 신랑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큰 웃음으로 구경꾼 모두는 하나가 됐다.

◇무섬 골동반(骨董飯)

/news/photo/first/201508/img_172486_1.jpg"골동반
골동반의 대표음식인 뷔빔밥. 장아찌류와 섞어 먹으며 더 깊고 풍부한 식감을 느낄 수 있다.
영주 무섬마을 초입에 자리한 골동반. 마을의 특성을 그대로 살린 한옥 구조를 그대로 띠고 있다. 전통가옥에서의 정갈한 음식 한상에 남부러울 것이 없는 소문난 맛집이다.

레스토랑 문화에 익숙해져있는 우리의 일상을 잠시 내려놓고 전통을 찾아 맛 보는 것 또한 영주 여행에서 빼놓으 수 없는 ‘추억’이다. 골동반에서 내 놓는 음식은 모두 어머니의 손맛을 느낄 수 있는 전통방식이다. 된장, 간강을 만들고 조청을 직접 고아 고추장과 초정효소 등 건강한 식재료만을 사용해 맛을 내는 저염식으로 유명하다.

장아찌류는 무섬골동반의 자랑이라고 한다.

영주시에서 지정한 향토음식점으로 믿고 찾는 맛집이다. 그래서 늘 관광객으로 붐빈다. 아니, 영주시민들도 즐겨찾는 맛집 중 하나이다.

대표 메뉴는 골동반(뷔빔밥)이다. 향토음식 디딤이 나물과 여러 산채 나물을 넣어 옛것을 살리면서 현대인의 입맛에 맞춘 영양식이다.

정갈한 상차림부터 군침을 꿀꺽 삼키게 만든다. 신선한 식재료로 한상 가득 채워진 반찬 종류만 9가지에 이른다.

‘특급 반찬’ 장아찌류는 침샘을 자극하며 젓가락을 바쁘게 만든다. 입에 넣고 씹을수록 달콤함이 배어나오는 배추 부침개부터 오색빛깔의 잡채는 순식간에 동이 날 정도다. 놋그릇에 담긴 다양한 야채에 밥 한 그릇 넣고, 직접 담근 고추장 한 숟가락 넣고 쓱쓱 비벼서 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다.

맛깔나는 정찬을 풀코스로 즐기고 싶다면 무섬선비정식을 추천한다. 영주의 선비문화를 이끌었던 퇴계 이황 선생이 성리학을 집대성하며 소수서원 유생들과 즐겨 드시던 식사를 재현했다고 한다.

때깔부터 식감을 한껏 자극한다. 북어국과 10여 종류의 반찬이 한 상 가득 차려진다. 밥 한술에 고등어 속살을 얹어 먹는 맛은 산해진미를 품은 듯하다.

입맛을 자극하는 돼지고기 불고기와 살짝 구운 버섯의 감미로운 조화도 빼놓 수 없는 유혹이다. 커피 아닌 디저트로 나오는 숭늉은 최고의 맛 중 하나로 꼽힌다.

여행길, 건강을 생각한 슬로우푸드를 원한다면 영주 무섬마을 ‘골동반’으로 찾아가 보자.

영주=김교윤기자 kky@idaegu.co.kr

<여행 Tip>

▲숙박 : 한옥 숙박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 많다. 사전에 문의하면 만죽재, 박종우 가옥, 김뢰진 가옥 등에서 묵을 수 있다. ▲먹을거리 : 무섬마을의 대표적인 음식으로는 ‘골동반(骨董飯)’이 있다. 골동반은 섣달 그믐날 남은 음식을 모아 섞어 먹던 비빔밥이다. ▲축제 : 매년 10월이면 무섬마을에서는 ‘추억의 외나무다리 축제’가 열린다고 하니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문의/안내문화관광해설사 : 054-636-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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