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마을이야기] ‘조선판 사랑과 영혼’ 근원지서 애틋한 사랑 느껴요
[안동 마을이야기] ‘조선판 사랑과 영혼’ 근원지서 애틋한 사랑 느껴요
  • 김상만
  • 승인 2015.08.17 10:5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안동 옹정골

430년전 ‘원이엄마’와 만남

귀래정 인근 테마파크 조성

남편 향한 편지글 감동 전해

‘사랑의 자물쇠’ 펜스도 설치

마을 인근 볼거리도 다양

영호루, 왕·대통령 친필 현판

하회별신굿탈놀이도 꼭 봐야

월영교, 야간조명 밝혀 ‘장관’
/news/photo/first/201508/img_173038_1.jpg"귀래정/news/photo/first/201508/img_173038_1.jpg"
개성부(開城府) 유수(留守)를 지낸 이굉(李肱)이 지은 귀래정의 모습.

‘원이 아버지에게. 머리 세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 하시더니…언제나 함께 누워 나는 당신에게 말하곤 했지요. 다른 사람들도 우리처럼 서로 어여삐 여기고 사랑할까요. 남들도 정말 우리와 같을까요. 어찌 그런 일들을 생각하지도 않고 나를 버리고 먼저 가시나요. 이 편지를 읽는다면 내 꿈에라도 나타나서 당신 모습 자세히 보게 해 주세요.’

정겹고도 애틋한 이 글귀는 430여년 만에 머리카락과 삼줄기로 정성껏 삼은 신발과 함께 발굴된 조선시대 한 여인의 사부곡, ‘원이엄마의 편지’의 일부 구절이다. 고성 이씨 귀래정파 이응태(1556~1586) 무덤에서 발견된 ‘원이 엄마’의 애절한 편지는 구구절절 어린 아들과 유복자를 두고 서른한 살에 세상을 뜬 남편을 사모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조선판 사랑과 영혼’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다.

발굴 당시, 장신의 건장한 체격에 턱수염이 단정한 준수한 얼굴을 가진 젊은이는 입을 꽉 다문 채 누워 있었다. 가슴 위에는 한지위에 빈 모서리까지 깨알 같은 글씨를 채운 편지와 미투리(삼껍질 등을 꼬아 삼은 신발), 꽃무늬 비단 치마저고리와 아기 저고리 등이 놓여 있었다.

/news/photo/first/201508/img_173038_1.jpg"원이엄마테마공원/news/photo/first/201508/img_173038_1.jpg"
원이엄마 테마파크를 찾은 연인이 조선판 ‘사랑과 영혼’으로 불리는 ‘원이엄마’의 동상을 보며 생각에 잠겨 있다.

◇430년 전, 원이엄마의 애절한 사부곡(思夫曲)…진한 감동

조선판 ‘사랑과 영혼’으로 불리는 ‘원이엄마’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는 테마공원으로 승화됐다. 안동시는 정하동 고성 이씨 문중 정자인 귀래정 인근 2천118㎡ 부지에 ‘원이엄마 테마파크’를 조성했다.

공원은 원이 엄마 편지글 조각상과 현대어 번역본, 쌍가락지(옥) 조형물, 야외 무대 등 조경시설을 갖췄다. 편지글 조각상은 원이엄마가 31세의 젊은 나이로 숨진 남편에 대한 그리움을 마지막 편지로 적어 관속에 함께 넣어 둔 것이다. 이 편지는 지난 1998년 옹정골 택지개발 과정에서 미이라와 함께 발견됐다.

가로 58㎝, 세로 34㎝ 크기의 한지에 붓으로 빼곡히 써내려간 한글 편지에는 서럽고 쓸쓸하고 황망하고 안타까운 한 아내의 심정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함께 누워 속삭이던 일에서부터 뱃속 아이를 생각하며 느끼는 서러운 심정, 꿈속에서 만나 이야기 나누고 싶다는 애절한 간청까지 절절하게 녹아 흐른다. 함께 출토된 미투리는 더욱 감동적이다. 남편의 쾌유를 빌며 삼과 머리카락을 함께 꼬아 삼은 것으로 ‘이 신 신어보지도 못하고…’라는 글귀가 읽는 이의 가슴을 저리게 한다.

이러한 내용은 다큐멘터리 저널 ‘내셔널지오그래픽’ 2007년 11월호와 ‘원이 엄마 한글편지’와 출토물을 다룬 연구논문이 국제 고고학 잡지 ‘앤티쿼티’ 표지논문으로 2009년 3월에 실리기도 했다.

또 소설(능소화)을 비롯해 무용(450년만의 외출), 영화(우리 만난 적 있나요), 가요(원이어매), 실내국악(능소화), 국악가요(무한지애), 오페라(원이엄마) 등 수많은 작품들로 만들어져 대중에 공개됐다. 원본 편지는 형의, 만시, 미투리, 의복 등 다른 출토 유물들과 함께 안동대학교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무덤은 안동시 풍천면 어담리로 이장됐다.

◇역사와 사랑을 품은 ‘옹정골’

옹정골은 낙동강과 내성천이 합수되는 경승지(景勝地)로 오래된 소나무의 큰 뿌리가 우물 속에 들어 있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이 우물의 물맛이 좋고 마시면 장수(長壽)한다고 하여 이곳 주민들은 대체로 장수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 우물은 매몰되어 버렸고 간이상수도가 생겼다.

옹정골은 개성부(開城府) 유수(留守)를 지낸 이굉(李肱)의 숨결과 손길이 묻어있다.

이굉은 고성이씨 안동 입향조(入鄕祖) 이증(李增)의 둘째 아들로 25세에 진사, 40세에 문과에 급제해 사헌부지평·상주목사·개성유수 등을 지냈다. 갑자사화(甲子士禍) 때 삭탈관직(削奪官職)됐다가 중종반정(中宗反正) 이후 다시 기용되었으나 연로해 벼슬을 사양하고 안동으로 내려왔다. 안동을 대표하는 문화유적인 귀래정은 이굉이 조선 중종 8년(1513) 지은 정자다. 지난 1985년 8월 5일 경상북도문화재자료 제17호로 지정됐다. 정면 4칸 배면 2칸의 一자형 팔작지붕으로, 창문에 중간설주(中間楔柱)가 남아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곳에는 주인 이굉을 비롯해 이현보(李賢輔), 이우, 이식(李植), 윤훤(尹暄) 등 30여 명사의 시판이 걸려 있다.

아쉽게도 도로 확장으로 귀래정은 원래 위치에서 20m가량 뒤쪽으로 옮겨졌다. 정자 안에 있던 수령 500년 된 은행나무는 담 밖으로 나왔으나 그대로 잘 보존돼 있다.

/news/photo/first/201508/img_173038_1.jpg"영호루/news/photo/first/201508/img_173038_1.jpg"
왕과 대통령의 친필 현판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영호루.

◇영호루, 월영교 등 볼거리, 즐길거리 ‘풍성’

안동 옹정골 인근에는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다양하다.

왕과 대통령의 친필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영호루부터 안동에 오면 꼭 봐야하는 ‘하회별신굿탈놀이’ 공연 관람까지 하루가 짧기만 하다.

안동시 정하동 낙동강변 언덕 위에 자리한 영호루에 오르면 왕과 대통령의 친필 현판을 만날 수 있다. 한자로 된 공민왕의 글씨 현판 ‘영호루(映湖樓)’와 한글로 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영호루’ 현판이다.

정면 5칸, 측면 4칸 규모의 팔작지붕집으로, 북쪽에는 한자로 된 공민왕의 글씨 현판 ‘영호루(映湖樓)’가, 남쪽에는 한글로 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필 ‘영호루’ 현판이 걸려있다.

정확한 건립 시기는 알 수 없으나 고려시대 장군 김방경(金方慶)이 1274년(원종 15) 일본 원정에서 돌아오는 길에 영호루에 들러 지은 시가 전하는 것으로 보아 그 이전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안동에 오면 꼭 봐야하는 ‘하회별신굿탈놀이’ 공연도 챙겨보자. 하회별신굿탈놀이보존회는 매주 수·목·금·토·일 오후 2시 하회마을 전수관에서 상설공연을 연다. 다음달 19일까지 안동댐 개목나루에서 매주 금·토 저녁 7시에 특별공연을 하니, 좀 더 손쉽게 공연을 챙겨 볼 수 있게 됐다.

안동댐 보조호수를 가로지르는 월영교 종점에서 호반나들이길 입구에 조성된 ‘원이엄마 테마길’은 산책을 즐길 수 있는 데크로드(50m)와 원이엄마 트릭아트 그림, 체험용 상사병과 사랑의 자물쇠를 걸 수 있는 펜스가 함께 설치돼 있다.

/news/photo/first/201508/img_173038_1.jpg"월영교/news/photo/first/201508/img_173038_1.jpg"
국내에서 가장 긴 목책 인도교인 월영교의 물줄기가 뜨거운 여름을 시원하게 적시고 있다.

안동하면 또 하나 떠오르는 것이 월영교이다.

길이 387m, 너비 3.6m로 국내에서는 가장 긴 목책 인도교로, 2003년 개통됐다. ‘원이엄마’의 미투리 모양을 담아 다리를 놓았으며, 다리 한가운데에는 월영정(月映亭)이 있다. 특히 야간 조명이 밝혀진 월영교는 더욱 장관이다.

낙동강 하류의 홍수조절과 농업, 공업, 생활용수 목적으로 건설된 다목적댐인 안동댐은 1971년에 착공해서 1976년에 준공됐다. 길이 612m, 높이 83m, 총 저수량은 12억5천만톤이다. 또 9만 ㎾ 용량의 수력발전소를 설치해 연간 l억 5천800만 kWh의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안동댐 정상에는 수려한 경관을 감상할 수 있고, 유람선 이용이 가능하다.

안동=지현기기자 jhk@idaegu.co.kr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