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 마을이야기] 정겹고 푸근한 풍경에 ‘세월도 쉬어 간다네’
[문경 마을이야기] 정겹고 푸근한 풍경에 ‘세월도 쉬어 간다네’
  • 김상만
  • 승인 2015.08.17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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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 우로실마을

마을 감싸고 있는 뒷산 지형

늙은 소가 누워 있는거 같아

서당으로 사용하던 ‘송초정’

50여 가구 마을 한눈에 감상

황토 재배 단호박 단맛 ‘일품’

300년 된 느티나무서 매년 동제
/news/photo/first/201508/img_173227_1.jpg"우로실마을앞느티나무/news/photo/first/201508/img_173227_1.jpg"
마을 입구를 지키고 있는 300년 수령의 느티나무. 매년 정월 대보름날 마을사람들은 이곳에서 동제를 지낸다.

우로실마을이 위치한 곳은 행정구역 상으로 경북 문경시 호계면이다.

앞 냇가에서 시작한 산이 마치 호랑이가 누워서 냇가를 쳐다보고 있는 모습이라고 해서 호계(虎溪)라고 불렸다는 설도 있고, 수풀이 울창하고 험했던 뒷산에 호랑이가 많이 서식했는데 이따금 냇가까지 나타났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또 다른 유래로 중국의 호계삼소(虎溪三笑)라는 고사에서 따왔다는 이야기도 있다.

중국 진나라의 혜원 법사가 머물던 동림정사(東林精舍) 밑에 호계라고 불리는 시내가 있었는데 혜원은 손님을 보낼 때 절대로 시냇물을 건너가는 일이 없었다. 어느 날 친구 도연명과 육수정을 배웅하면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무심코 호계를 지나고 말았다. 문득 이 사실을 알게 된 세 사람은 마주보며 껄껄 웃음을 터뜨렸다는 얘기다.

호계면사무소에서 북쪽으로 약 3㎞ 남짓 떨어진 곳에 우로실마을이 있다. 1530년 김해김씨 김제남과 부림홍씨 문광공의 현손 홍경민이 개척한 마을이라 전해진다. 논과 밭이 펼쳐진 마을의 풍경은 푸근하기만 하다. 세월도 쉬어간다는 말이 딱 어울린다. 마을을 든든하게 감싸고 있는 뒷산의 지형이 마치 늙은 소가 누워있는 것 같아 우로실이라고 불린다. 1914년 행정구역 개편 당시 연역골(連,驛谷), 주진(舟津), 도덕골(道德谷)을 합쳐 우로리(牛老理)로 편입시켰다.

연역골은 우로실의 북서쪽에 있다. 임진왜란 이전에 역촌이 있어 한양과 충청도를 왕래하던 관원들이나 행인들이 이 곳에서 유숙했다고 한다. 뱃나들이라고도 부르는 주진은 우로실의 남서쪽에 있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마을 앞을 흐르는 영강을 가로질러 나룻배를 타고 건너가 농사도 짓고 나들이도 했다고 전해진다. 뱃나들의 동쪽 골짜기에 있는 도덕골은 옛날에 도둑이 숨어살았다고 해서 도둑골이라고 불렀으나 1944년 큰 홍수가 일어난 후 수재민들이 이주해 인심이 좋아지고 예의도 바른 마을이 되어 도덕골로 부른다고 한다.

우로실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반겨주는 건물이 바로 마을정보센터다. 문경에서 세 번째로 정보화마을로 선정된 우로실마을의 사랑방 역할을 하는 곳이다. 컴퓨터와 DVD, 프로젝터 등 최첨단 설비가 구축돼있다. 마을 주민들은 이곳에서 정보화교육을 받으며 실질적인 소득증대와 마을 홍보의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news/photo/first/201508/img_173227_1.jpg"송초정/news/photo/first/201508/img_173227_1.jpg"
30~40년 전 마을의 서당으로 사용되기도 했던 정자 ‘송초정’.

마을정보센터 뒤로 꽤 오랜 세월을 겪은 듯한 정자가 한 채 있다. 송초정(松樵亭)이라 불리는 이곳은 마을 사람들에게는 유년기의 기억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곳이다. 30~40년 전에는 서당으로 사용돼 공자 왈 맹자 왈 공부도 했단다. 정자에서 내려다보면 50여 가구의 아담한 마을이 한 눈에 들어온다.

우로실마을 어귀에는 300년을 훌쩍 넘긴 느티나무와 소나무가 든든하게 마을을 지켜주고 있다. 매년 정월 대보름이면 이곳에서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동제를 지낸다. 마을에서는 제사를 주관할 동제관을 2명 선출하는데, 이들은 보름을 3~4일 앞두고 제사에 사용할 곡주를 직접 담는 전통이 있단다. 아직도 옛 풍습을 지키며 살아가는 주민들의 모습이 정겹다.

마을 사람들은 대부분 농업에 종사한다. 우로실마을의 흙은 붉은 빛이 도는 황토다.

가장 많이 재배하는 품목은 단호박. 미네랄이 풍부한 황토에서 자라서일까. 우로실마을의 단호박은 속이 단단하고 단맛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샛노란 속살의 단호박을 한 번 맛본 사람들은 다음해에 반드시 다시 찾게 된다고. 마을에서 재배한 농산물은 대부분 홈페이지에서 온라인 구매가 가능하다.

/news/photo/first/201508/img_173227_1.jpg"땅콩캐기체험/news/photo/first/201508/img_173227_1.jpg"
우로실마을은 계절에 따라 감자, 땅콩, 사과 등 친환경 농산물을 직접 수확할 수 있어 농촌 체험마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요즘 우로실마을은 농촌 체험마을로 활기를 띄고 있다.

감자, 땅콩, 사과 등 계절에 따라 우로실마을에서 재배하는 친환경 농산물을 직접 수확할 수 있어 남녀노소 인기를 끌고 있다. 도시에서 자라 흙을 만질 기회조차 없는 아이들에게는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지혜와 감성을 기르는 살아있는 교육장이다. 체험 프로그램을 신청하려면 우로실마을 홈페이지(http://mgwrs.invil.org/) 또는 전화(054-554-3223)로 문의하면 된다.

문경=전규언기자 jungu@idaegu.co.kr

/news/photo/first/201508/img_173227_1.jpg"철로자전거/news/photo/first/201508/img_173227_1.jpg"
석탄을 실어 나르던 철로에 자전거를 타고 즐기는 관광 자원으로 만들어 매월 4~5만명의 관광객이 찾을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다.

청정 자연스 즐기는 /news/photo/first/201508/img_173227_1.jpg'쉼표 여행/news/photo/first/201508/img_173227_1.jpg'

우로실마을 인근에는 휴양·레저의 도시 문경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는 체험 여행지가 많다. 복잡한 도심, 분주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청정 자연이 숨쉬는 문경으로 떠나보자. 발 닿는 곳마다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줄테니.

◇문경 철로자전거

석탄을 실어 나르던 철로가 관광 자원으로 변신했다. 매월 4~5만명의 관광객들이 찾을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다. 자전거 위에 올라 두 발을 굴리면 경북 팔경 중 제1경으로 손꼽히는 진남교반을 비롯해 영강의 시원한 바람과 빼어난 절경 속으로 빠져든다. 문의 : 054-554-8300(불정역)

◇짚라인

문경의 청정 자연을 온 몸으로 느끼고 싶다면 짚라인을 추천한다. 불정자연휴양림에 조성된 짚라인은 와이어에 몸을 맡기고 빠른 속도로 반대편으로 이동하며 짜릿한 스릴을 느낄 수 있다. 짧게는 80m, 길게는 360m에 달하는 코스까지 총 9개의 다이나믹한 코스를 즐기며 아찔한 능선과 계곡을 만끽해보자. 문의 : 1588-5219

◇문경새재오픈세트장

태조왕건, 제국의 아침, 무인시대, 불멸의 이순신, 대조영, 성균관스캔들 등 유명 드라마와 영화의 배경이 된 촬영장이다. 원래 고려시대 사극 촬영장으로 지었다가 2007년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오픈세트장으로 새 단장했다. 경복궁, 동궁, 궐내각사, 사대부집, 저잣거리, 성문 등 약 130여 동의 세트장이 조성돼있으며 지금도 사극 촬영이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 문의 : 054-571-0709

◇문경석탄박물관

옛 대한석탄공사 은성광업소 부지에 세워진 석탄박물관에서는 우리나라 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했던 석탄산업의 변천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채광 장비, 측량 장비, 석탄운반용 증기기관차 등 다양한 전시물이 광부의 삶과 애환을 보여준다. 실제 광부들이 작업했던 갱도를 그대로 살려 전시공간으로 활용해 생생함을 더한다. 문의 : 054-571-2475

/news/photo/first/201508/img_173227_1.jpg"특산물_단호박/news/photo/first/201508/img_173227_1.jpg"
단호박은 각종 영양소를 두루 갖춘 최고의 먹거리다.

우로실마을의 특산물

◇단호박

비옥한 황토에서 자란 단호박은 속살이 노랗고 단단하다. 달콤한 맛이 강해 쪄먹거나 죽을 끓여먹기에 좋다. 필수 아미노산과 식이섬유는 물론 비타민 B, C와 무기질을 골고루 갖춘 영양 만점 먹거리다.

◇오미자

다섯가지 오묘한 맛이 난다고 해서 불리는 오미자. 문경은 해발 500~700m의 준고랭지로 습도가 높고 배수가 용이해 오미자를 재배하기 좋은 자연환경을 갖췄다. 8~9월이면 1cm 안팎의 열매가 붉게 익어 제철을 맞는다.

/news/photo/first/201508/img_173227_1.jpg"특산물_사과/news/photo/first/201508/img_173227_1.jpg"
우로실마을의 사과는 당도가 높고 맛과 향이 뛰어나다.

◇사과와 배

해발고도가 높고 일교차가 큰 우로실마을의 사과와 배는 당도가 높고 맛과 향이 뛰어나다. 햇빛을 오랫동안 골고루 받아 영양소가 풍부하며 아삭한 식감이 좋다. 황토의 풍부한 미네랄 성분이 영양은 물론 맛과 향을 더해준다.

◇잡곡

우로실마을의 황토지형에서 자란 농산물은 병해충에 강하다. 좋은 공기와 풍부한 일조량을 받은 우로실 잡곡은 알이 꽉 차고 탄탄한 것이 장점. 쌀, 현미, 검정콩, 팥, 찹쌀, 기장 등 우로실마을에서 재배한 곡식으로 밥을 지으면 찰지고 윤기가 흘러 풍미가 좋다.

문경=전규언기자 jungu@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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