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산 마을이야기] 숲길 따라 천년 세월 간직한 마을의 보물을 만나자
[경산 마을이야기] 숲길 따라 천년 세월 간직한 마을의 보물을 만나자
  • 김상만
  • 승인 2015.08.17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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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산 서부리마을

원효대사 등 성현 3명 탄생

계정숲에 30여기 유물 남아

최고의 역사 여행지로 꼽혀

전설이 된 ‘수호신’ 한 장군

버들못 둑에는 칼의 흔적이

매년 단오 되면 추모제 지내
/news/photo/first/201508/img_173516_1.jpg"서부리마을전경/news/photo/first/201508/img_173516_1.jpg"
경산 서부리마을은 행정구역상 서부1, 2리로 북사리마을과 이웃해 있다. 서부2리는 대정(大亭)이라고도 불리는 서부1리가 차츰 커져 이뤄진 마을이다.

경북 경산은 유서 깊은 삼성현의 고장이다.

우리 역사에 큰 흔적을 남긴 원효대사와 설총, 일연스님 3명의 성현이 탄생한 곳이니 마을마다 볼거리가 풍성하다.

경산은 또 고대국가 압독국(押督國)의 터전이며 신라 삼국통일의 전초기지였다. 어찌 보면 마을마다 고이 간직하고 있는 보물 같은 전설이 많은 것은 당연한 이치다.

그 중에서도 한(韓) 장군의 전설과 자인단오제가 열리는 경산 서부리마을은 수백, 수천 년의 시간을 만날 수 있는 최고의 역사 여행지다.

초록빛의 천연림 ‘자인 계정숲’에서 만끽할 수 있는 힐링의 시간은 서부리마을 여행이 덤으로 주는 값진 선물이다.

/news/photo/first/201508/img_173516_1.jpg"현감공덕비와송덕비/news/photo/first/201508/img_173516_1.jpg"
계정숲에는 자인에서 관직을 지낸 사람들의 현감공덕비와 송덕비가 세워져 있다.

◇전설만큼 이름도 많은 서부리마을

서부리마을은 행정구역상 서부1, 2리로 북사리마을과 이웃해 있다. 서부2리는 대정(大亭)이라고도 불리는 서부1리가 차츰 커져서 이루어진 마을이다. 대나무 숲이 3곳이나 있어 죽삼(竹三)으로도 불렀다.

자인현 시절, 서부리는 행정의 중심이었다. 당연히 붙여진 이름도 많다.

소전거리와 시장거리, 종로거리가 당시의 사정을 대변해 주는 듯하다.

3개 골짜기의 물이 모여들어 이뤄졌다는 삼정지(三政池)며 병사들의 훈련장이었다는 진장(陣場)이 있기도 하다.

서림이라고도 불리는 계정(桂亭)숲에는 한 장군의 묘와 요산정(樂山亭), 만력비(萬曆碑) 등 30여 기의 유물들이 고스란히 남아 후세들에게 역사를 전하고 있다.

옛 자연 부락 이름에 얽힌 이야기도 눈길을 끈다.

큰 정자나무가 있는 마을이라고 해 ‘대정’이라 불리어졌다. 자인현 때에는 관아가 있었고 그 당시 무기 제작을 위한 대장간이 있었던 곳이며 설과 팔월 한가위에는 큰 징을 치고 놀았기 때문에 ‘대징’이라 전해진다.

백대촌은 서부리 외곽지로 옛날 백정들이 살던 마을이라고 불리어진 이름이다. 옛날 이 곳에 살던 사람들은 천대와 홀대를 받기 싫어서 8·15광복을 전후해 모두 떠나 버리고 지금은 여러 성씨들이 들어와 살고 있다.

백대촌 옆에 있는 마을인 소전거리는 40여 년 전부터 우시장이 섰다는 데서 나온 이름이다.

장리는 자인현 때에 관아에 종사하던 육방관속들이 살던 곳으로, 서울의 장리를 본 따 부른 이름으로 서부리 동쪽에 있다.

죽새미·죽삼동·죽삼리는 서부리 서쪽에 있는 마을로 대나무 숲 3곳이 있었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또 샘가에 대나무가 있는 마을이라고 ‘죽새미’라 불리고 있으며, 지금도 그 샘의 형체가 남아있다.

/news/photo/first/201508/img_173516_1.jpg"한장군의묘/news/photo/first/201508/img_173516_1.jpg"
한 장군의 묘. 한 장군은 신라 혹은 고려시대 사람이라고만 전해 올 뿐 확실한 연대와 이름을 알 수 없다.

◇전설이 된 마을 수호신 ‘한 장군’

한 장군은 신라 혹은 고려시대 사람이라고만 전해 올 뿐 확실한 연대와 이름을 알 수 없다. 하지만 이 지역 주민들에게 한 장군은 실존했던 마을 수호신임은 틀림없다.

전설에 의하면 9세기경 신라시대 왜구들이 도천산에 진을 치고 백성들을 괴롭히자 장군은 이를 해결할 방도를 궁리했다.

한 장군은 그의 누이와 함께 꽃관을 쓰고 도천산 밑 버들못 둑에서 춤을 추었다.

그리고 풍악을 울려 흥을 돋우고 못에는 화려하게 꾸민 배를 띄웠다.

어느덧 구경꾼들이 몰려들었고 춤과 가락은 더욱 흥겨워졌는데 이것이 곧 지금까지 전해져 오고 있는 여원무(女圓舞), 즉 ‘한 장군 놀이’가 됐다.

한 장군의 예상대로 왜구들도 넋을 놓고 도천산에서 내려와 여원무를 구경했다. 이 때 장군은 병사들과 미리 준비했던 칡으로 만든 그물로 왜구들을 얽어 한꺼번에 척살을 시작했다.

아름다운 꽃춤을 추던 여인이 무서운 장군으로 바뀐 것이다. 한 장군의 지략에 말려든 왜구의 무리들은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차례로 쓰러져 갔고 버들못은 피로 물들었다.

이후 한 장군은 자인 태수(신라 때 군의 으뜸벼슬)가 됐으며, 한 장군이 죽은 후 주민들은 그의 충의를 추앙해 여러 곳에 사당을 지었다.

그리고 단오가 되면 추모제를 지낸 후 다채로운 민속놀이를 즐겼는데 이것이 경산자인단오제(중요무형문화재 제44호)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지금도 못 둑에는 한 장군 칼의 흔적이 있는 바윗돌이 있는데 사람들은 이를 참왜석(斬倭石) 또는 검흔석(劍痕石)이라 부른다.

한 장군의 사당은 자인면 서부리와 원당리, 진량면 마곡리, 용성면 송림리에 있었는데 이 중 용성면 송림리의 경우 옛날 바구나무 숲에 한 장군 사당이 있었으나 지금은 돌무더기만 남아있다.

경산=이종팔기자

/news/photo/first/201508/img_173516_1.jpg"자인계정숲/news/photo/first/201508/img_173516_1.jpg"
자인계정 숲은 자인의 주산인 도천산에서 뻗어 내린 산줄기의 끝머리에 위치한다.

계정숲은 푸른 자연 속 휴식·사색 장소로 /news/photo/first/201508/img_173516_1.jpg'으뜸/news/photo/first/201508/img_173516_1.jpg'

걷는 것만으로 마음이 편안해지는 계정숲은 서부리마을이 간직하고 있는 천혜의 보물이다.

계정숲은 자인의 주산인 도천산(到天山)에서 뻗어 내린 산줄기의 끝머리에 위치한다.

1997년 천연보호림(경북도 기념물 제123호)으로 지정됐다. 우리나라에서는 드물게 평지에 가까운 자연숲이다.

매년 음력 5월 5일 단오에 경산의 대표 축제인 경산자인단오제가 이곳에서 열린다.

일명 ‘개장지’ 숲으로도 불리며 계정(桂亭)이라는 정자가 있었던 데 연유하는 이름으로 추정된다.

/news/photo/first/201508/img_173516_1.jpg"여원무/news/photo/first/201508/img_173516_1.jpg"
서부리마을에서는 매년 음력 5월5일이면 경산의 대표 축제인 경산자인단오제가 열린다. 사진은 단오제 다섯 마당 중 하나인 여원무 공연 모습.

이팝나무가 주종으로 말채나무, 느티나무, 참느릅나무 등의 낙엽수와 활엽수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일제 강점기 이 숲의 고목들이 벌채돼 군함의 감판용으로 사용되었다는 역사의 아픔도 전해진다.

계정숲 안에는 한 장군의 묘와 사당, 자인단오제보존회 전수회관, 조선시대의 전통 관아인 자인현청의 본관이 보존돼 있다.

한 장군의 사당인 제1 한묘가 있었는데 일제 강점기 말기에 훼철됐고, 지금은 한 장군 누이의 사당인 제2 한묘(현재의 면사무소 후편)가 한 장군의 묘소 옆에 이전됐다.

한적하고 푸른 자연 속에서의 휴식과 사색의 장소로는 그만이다.

매년 단오 계정숲에서 열리는 경산자인단오제는 신라시대부터 전해지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전통 민속축제다.

고유의 멋과 흥을 살린 신명나는 축제로 한 장군대제, 여원무, 호장굿, 팔광대놀이, 자인단오 굿 등 크게 다섯 마당과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경산=이종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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