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마을이야기] 옛 시골집 같은 풍경…촌스러워 더 정겹다
[경주 마을이야기] 옛 시골집 같은 풍경…촌스러워 더 정겹다
  • 김상만
  • 승인 2015.08.17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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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다봉마을

아직 대중교통 안 들어와 여행 땐 주민들 태워줘야

산들꽃 조화 이룬 풍경 편안, 50만㎡ 농장서 다양한 체험

매년 4월 산벚꽃축제 열려, 도예 체험도 잊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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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숲과 조화를 이룬 경주시 산내면에 위치한 다봉마을이 고즈넉이 펼쳐져 있다.

여름방학의 추억이 아련하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여름방학이 되면 시골 할머니 댁에 가는 것이 가장 큰 즐거움이었던 때가 있었다. 신나게 뛰어놀다가 개울가에 쪼그리고 앉아 두손 가득히 물을 떠서 마시며 깔깔대던 잊지 못할 기억들. 세월이 지날수록 더 새록새록 가슴 속에서 묻어난다.

부른 배를 통통치며 시골집 마당에 놓인 평상에 누워 밤하늘의 별을 세던 꿈같던 기억들이 머릿속을 스쳐간다. 그 아련한 추억을 되살리고 싶다면 가방 하나 달랑 메고 떠나보자. 시골의 정겨움과 넉넉한 인심이 가득한 곳. 바로 경주 다봉마을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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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묻지 않은 천연고장

“내 좀 태워도.” “할매, 어디까지 가능교?” “장에 간다 아이가.” “얼른 타소.”

할머니의 손짓에 자동차 한 대가 서더니 서로 몇 마디 주고받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함께 타고 간다. 좀 의아하다. 도시민이라면 다봉마을에 갈 때 한 가지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다봉마을은 아직 대중교통이 들어가지 않는다. 그래서 마을 할머니들이 지나가는 차를 세우는 것도 자연스럽고 지나가다가 세워서 태워주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상인 마을이다. 도시민이라고해서 그냥 지나치는 건 다봉마을에서는 예의(?)가 아니다. 옛날 드라마나 영화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일이지만 너무 자연스럽고 정겨운 모습이다. 바꿔 말하면 그만큼 자연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다는 얘기다. 마을을 둘러싼 산봉우리와 산들 꽃이 조화를 이루며 맑고 깨끗한 자연환경을 우리에게 준다. 그래서 다봉마을로의 여행길은 늘 새롭고 기분을 들뜨게 한다.

다봉마을을 걷다 보면 또 하나 이상한 장면이 목격된다. 집 담벼락격인 돌담 사이로 대문이 보이지 않는다.

마당 안쪽으로 머리를 길게 넣어 봐도 보이지 않는다. 하나같이 다 똑같다. 도시민 입장에서 조금은 의아한 생각이 들겠지만 하루만 지내보면 이유를 알 수 있다.

넉넉한 인심에 누구라도 들락날락거리는 모습에 익숙해지게 될테니까.

다봉(多峰)이란 이름은 마을 주변에 스무개가 넘는 산봉우리가 있어 붙어졌다고 한다.

잠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경주시 산내면에 위치한 다봉마을은 조선시대 태종 13년 계림부를 경주부로 개칭하면서 경주부에 속하게 됐다고 한다. 고종 32년 전국 8도를 23부로 개편할 때 경주군 서산내면으로 개칭됐다가 그 이듬해 1896년 13도로 재편되면서 현 명칭인 경주군 산내면으로 바뀌게 됐다.

상고시대에는 진한 12국 중 사로국이라 했고, 통일신라시대 고려 태조 18년(935년)에 처음 경주로 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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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빨래터에서는 아낙네들이 모여 이야기꽃을 피웠다고 한다.

◇야생화 천국

이곳에서는 야생화 체험과 꽃차 만들기 체험, 오감만족 둘레길, 풀꽃 세상 관찰 등을 할 수 있다.

마을 앞으로 넓게 펼쳐진 농장이 바로 그 곳이다. 50만㎡의 로하스농장이다. 이 곳에서는 체리, 산양삼, 녹차를 재배하며, 숲 체험장까지 갖추고 있다. 말 그대로 종합농업공원인 셈이다. 위치도 사람이 가장 살기 좋다는 해발 400~700m 중 500m에 있다. 100여개의 샘과 산에는 산나물이 지천이다. 울창한 숲에는 삼림욕을 겸한 산책로가 잘 조성돼 있어 몸도 마음도 힐링이 된다. 주 작물은 체리, 블루베리, 오디, 고사리, 산양삼, 토종벌 등이며 모두 자연농법으로 기르고 있다. 원하면 직접 채취할 수도 있다.

매년 4월에는 산벚꽃 축제도 열려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야생화는 다봉마을의 소중한 자산이다. 흔히 야생화라고 하면 ‘촌티 나는 꽃’으로 알고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직접 보고 듣고, 느껴보니 혼자보기 아까워 함께 즐겼으면 한다. 매년 5월께면 금낭화, 매발톱, 조팝나무 등 300여종의 야생화 전시회가 열려 볼거리를 더하니 미리 계획을 세워두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벌써 내년이면 8회째를 맞을 정도로 관광객들 사이에서는 인기가 높다. ‘촌에서 촌티 나는 체험’을 꼭 추천한다. 도예가 박종일 작가의 작업장인 서동요도 빼놓을 수 없는 코스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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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예가 박종일 작가의 작업장인 서동요의 전통 망숭이 장작 가마 모습.

전통 망숭이 장작 가마에서 구워낸 나비, 새, 물고기, 꽃 등 자연의 이미지를 소재로 한 박 작가의 개성있고 디자인과 실용성이 접목된 다양한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박 도예가는 원광대 미술대학 도예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서동요’에서 작품 활동을 해오면서 국내 뿐 아니라 캐나다, 중국, 일본 등 다양한 곳에서 작품을 선보여 왔다. 서동요에서는 청자토나 옹기토를 이용해 가장 널리 쓰이는 판상기법과 코일링기법으로 머그컵, 접시 등을 직접 배우며 만들 수도 있다.

잠시 휴식이 필요하다면 다봉마을에서만 맛볼 수 있는 야생화차와 함께하자. 마을의 서쪽에 있는 꽃내풀네에서는 다봉마을의 자랑 야생화를 활용해 차를 내어준다.

주인장이 직접 채취한 야생화나 잎으로 우려낸다. 그 종류만 80여가지에 이른단다. 계절별로 맛과 향이 다른 차를 음미할 수 있다. 국화과에 속하는 구절초차와 연잎차가 인기다.

다시 움추렸던 어깨를 활짝 펴고 인근 천수암에 올라보자. 암자 주변으로 개울과 형형색색 야생화가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천수암은 법우스님이 창건한 절이다. 법우스님의 이력은 조금 특별하다.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하고 교사생활을 하다가 출가했다고 한다. 매월 음력 24일 오전 10시 정기법회와 매월 셋째주 일요일 2시 어린이법회, 가족법회가 진행된다.

다봉마을에서 숙박을 원하면 홈페이지(www.dabong.or.kr)에서 예약하면 된다.

▶다봉마을 가는 길

고속도로를 이용할 경우 건천 IC에서 20번 국도를 타고 산내면 방향으로 우회전한 후 송선저수지와 휴게소를 지나 다봉마을 입구쪽으로 우회전 하면 된다.

주소 : 경상북도 경주시 산내면 장사길 431

경주=이승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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