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 마을이야기] 산줄기 굽이굽이 수묵화를 품었구나
[영양 마을이야기] 산줄기 굽이굽이 수묵화를 품었구나
  • 김상만
  • 승인 2015.08.18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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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경상북도 마을이야기-영양 도곡리마을

일월산 정기 고스란히 받는 산촌마을

400여년 전 불자들이 마을 안에 절 짓고 개척

오삼달 선생, 장군천 따라 이동하며 반란군 평정

수령 320년 넘은 느티나무 군락 ‘마을숲’

전국 가장 아름다운 숲 선정…힐링공간 각광

풍수지리상 得이 흘러 모자람 채워주는 숲
휴식이나 여행, 몸과 마음의 치유를 위해 자연이 어우러진 마을로 발걸음을 옮기는 이들이 많다.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뽐내는 마을은 거닐고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삶의 큰 활력소가 된다.

자연과 하나가 돼 행복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은 인간에게 큰 축복이나 다름없다. 유서 깊은 마을의 유래나 예부터 전해오는 이야기를 듣고 상상해보는 것 역시 놓칠 수 없는 즐거움이다.

경북 영양군 일월면 도곡리마을도 이러한 기쁨을 온전히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 일월산 정기 품은 자연 그대로의 산촌마을

경북 내륙에서 해와 달이 가장 먼저 솟아오르는 영남의 영산 일월산(日月山). 태백산맥의 남쪽 끝에 위치한 해발 1천219m의 고봉이다. 일월산의 일출은 영양의 자연 8경 가운데 하나다.

이 산 정상부에는 일자봉(日字蜂), 월자봉(月字峰)의 두 봉우리가 솟아 있다. 일월산의 정기를 고스란히 품은 채 태고의 신비를 자연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동네가 영양군 일월면이다.

이곳의 여러 마을 가운데 도곡리는 월자봉으로 올라가는 중간쯤에 자리하고 있다.

도곡리는 계절마다 아름다운 자연이 펼쳐지는 전형적인 산촌마을이다. 원래는 영양군 북이면(北二面)의 지역이었다. 1914년 행정구역을 고칠 때 상부곡(上部曲)을 합해 도곡리라고 하여 일월면에 들게 됐다.

몇몇 주민으로부터 자연부락의 이름과 유래의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약 400년 전 불자들이 마을 안에 절을 짓고 마을 개척에 나섰다고 한다. 심신 수련의 도를 닦은 마을이라 해서 구도실이라고 불렀다. 일설에는 구씨(具氏)들이 도를 닦은 곳이란 데서 유래됐다고 한다.

도곡리에서는 장군천(壯軍川) 이야기가 널리 알려져 전해 온다. 사연을 들어보면 때는 조선조 영조 4년(1728) 무신(戊申)의 해에 이인좌(李麟佐), 정희량(鄭希亮) 등이 나라에 불만을 품고 난리를 일으켰다. 영양에서는 경상도 호소사 조덕린(趙德隣) 장군이 의병을 일으켜서 반란군을 무찌르는데 힘을 쏟았다.

이때에 일월면 도곡동에서는 취은당(醉隱堂) 오삼달(吳三達) 선생이 장군으로 추대됐다. 많은 의병을 거느리고 행진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오 장군은 냇가를 따라서 가곡동과 주곡동 앞으로 다녔다고 한다. 그 이전에는 주곡동 앞으로 흐른다고 해 주계천이라고도 했다. 혹은 매화 피는 도계동의 이름을 따서 매화천이라 불렀다. 이인좌의 난이 평정되고 난 뒤로는 ‘장군천’으로 부르게 됐다는 이야기다.

이 하천에 얽힌 전설이나 이야기가 많다. 그 내용은 조금씩 다르다. 과거에나 지금이나 세월을 안고 물이 흘러간다는 사실은 틀림없다.

장군천의 흐름을 들여다보면 일월산에서 발원해 반변천으로 유입하는 하천이란 걸 알 수 있다. 일월면 서쪽 대부분을 집수면적으로 하고 도곡리, 가곡리, 주곡리를 지나 도계리에서 반변천에 합류한다. 장군천에 발을 담그고 전해오는 이야기를 떠올리다보면 마치 280여 년 전 향토 의병을 지휘하던 오 장군의 호령 소리가 들리는 듯해 전율이 일기도 한다.

◇ 아름다운 숲에서 여유와 행복을 누리다

/news/photo/first/201508/img_173773_1.jpg"영양-제2회도곡리마을숲축제/news/photo/first/201508/img_173773_1.jpg"
도곡리 마을숲에는 수령이 320년이 넘은 느티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계절마다 형형색색 고운 자태를 뽐내며 힐링 숲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도곡리에는 아름다운 풍광으로 많은 이들의 발길이 멈추지 않는 명소가 있다. 마을 주민뿐 아니라 관광객의 아늑한 쉼터이자 사랑방, 힐링 공간인 ‘마을숲’이다.

도곡리 마을숲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숲으로 선정될 만큼 수려한 곳이다. 지난 2013년 산림청과 (사)생명의숲국민운동, 유한킴벌리가 공동 주최한 ‘제14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 공모전’에서 도곡리 마을숲이 경남 창원시 ‘삼풍대공원’과 함께 대상인 생명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 숲에는 수령이 320년이 넘은 느티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또 신나무, 엄나무, 전나무, 느릅나무, 은행나무 등 다양한 수종이 서식한다. 숲은 계절마다 자연의 옷을 갈아입고, 늘 새로운 모습을 연출하듯 생동감이 넘친다. 마을숲 가운데로 농수로가 흘러 정취를 더하고 있다. 맑은 공기, 계절마다 형형색색 고운 자태를 뽐내는 나무 그늘 아래에서의 여유로운 휴식, 그야말로 힐링 숲이다.

마을의 역사와 함께해온 이 숲은 풍수지리상 수구(水口)에 조성된 전형적인 비보(裨補)숲이다. 바람을 막는 방풍림의 역할도 하고 있다. 농경문화의 대들보이자 마을의 안녕과 번영을 기원하는 당산나무를 모시고 있다.

일제 강점기에 당산나무가 벌목돼 소실되는 아픔이 있었다. 하지만 주민이 나머지 마을숲을 가꾸고 보존해 무성한 수목원이 될 수 있었으며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영양=윤성균기자 ysk@idaegu.co.kr

<주변 볼거리>

◇ 곡강의 척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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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2년(숙종18) 현감 정석교가 여기서 시회를 열었을 때 척금대라 이름 지었다고 한다. 지금도 척금대에 올라 주위를 바라보면 반변천 맑은 물이 수백 척 반월형 석벽을 끼고 유유히 흐른다. 거울처럼 맑은 물속을 헤엄치는 물고기, 강가에 펼쳐진 솔밭과 깨끗한 모래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곡강리에는 척금대 외에 명소가 여러 곳 있다. 절벽 위에 솟아있는 여기봉, 약수천, 지석암, 병풍암, 반월산, 이수곡, 동만곡 등이 있다. 이곳을 사람들이 곡강팔경이라 이른다.

위치 : 영양군 일월면 곡강리

문의 : 영양군청 문화관광과 (054)680-6410

◇ 일월산 자생화공원

/news/photo/first/201508/img_173773_1.jpg"일월산자생화공원/news/photo/first/201508/img_173773_1.jpg"
일월산과 그 주변 자락에서 자생하는 야생화는 봄, 여름, 가을까지 볼 수 있다. 이 부지는 과거 1930년대부터 8.15해방 때까지 일제가 광물 수탈을 위해 일월산에서 금, 은, 동, 아연 등을 채굴해 이곳에서 제련소를 운영한 후, 폐광석 찌꺼기를 방치해 토양이 심하게 오염됐다. 풀 한 포기 자랄 수 없고 인근 계곡은 물고기 한 마리 살 수 없는 채로 30년간 버려진 채 방치돼 있었다.

영양군에서는 2001년도에 폐광지역 오염방지 사업이 이뤄졌다. 오염원을 완전 밀봉해 매립한 후 객토를 실시해 공원 부지를 조성하고 각종 편의 시설과 야생화를 식재했다. 일월산과 더불어 자연과 휴식할 수 있는 전국 최대 규모의 야생화공원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이곳에서는 멸종위기에 처한 할미꽃, 하늘말나리 등 희귀 야생화를 감상할 수 있다. 일월산과 같이 고산 지대에 자생하는 야생화도 쉽게 볼 수 있다.

또한 소나무, 화살나무 등 향토수종 조경수 1만1천본을 식재해 녹음이 우거진 공원으로 조성했다. 특히 공원 내 인공 연못과 수로에는 수련, 꽃창포, 붓꽃 등 습지식물을 관찰할 수 있다.

위치 : 영양군 일월면 용회2리

문의 : 영양군청 산림축산과 (054)680-6621

영양=윤성균기자 ysk@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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