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묵화 거장 박대성 화백 전시회…11월 29일까지 솔거미술관
수묵화 거장 박대성 화백 전시회…11월 29일까지 솔거미술관
  • 황인옥
  • 승인 2015.09.08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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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거의 혼’ 담긴 농익은 붓끝…만사를 장악한 화백의 기개

칠순 맞은 해방둥이 노화백

외팔로 그린 수묵화 830점

2008년 솔거미술관에 기증

붓끝에 영근 한국의 근대사

시대 질곡들 오롯이 작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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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성(70) 화백의 ‘붓끝 아래의 남산’전이 경주 솔거미술관 개관전으로 11월 29일까지 열리고 있다. 박현수기자 love4evermn@idaegu.co.kr

경북 경주 세계문화엑스포공원 내 ‘솔거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수묵화가 소산 박대성 화백의 작품에 대한 관람객들의 반응은 즉각적이면서도 다채로웠다.

전시장 중앙에 걸린 ‘솔거의 노래’(4.36x5.15m)라는 대형 작품 앞에는 관람객들의 외마디 탄성이 흘러나왔다. 기운찬 소나무의 기개와 섬세한 먹의 운용이 혼재된 대작 앞에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감탄을 연발하며, 휴대전화의 카메라 셔터를 쉼 없이 터트렸다.

또 다른 전시실에 걸린 소나무를 배경으로 경주 불국사의 설경을 그린 ‘불국설경’(10.84mx2.915m) 작품 앞도 수선스럽긴 마찬가지였다. 관람객 중 한 사람이 ‘꿈틀거리는 용의 기운이 담겨 있다고 들었다’고 하자 ‘그러고 보니 소나무의 움직임이 그렇네’라며 긴 작품을 좌우로 오가며 그림 속 숨겨진 기운을 찾느라 여념이 없었다.

작품에 대한 관람객들의 적극적인 반응을 보면서 질문 하나가 올라왔다. ‘세대를 초월해 수묵화에 이처럼 열정적인 반응을 끌어내는 전시를 일찍이 본적이 있던가?’ 이 때 박 화백이 한마디를 툭 던졌다. “우리 산하에 서려 있는 기운, 우리 정신을 담았어요.”

박대성(70) 화백의 ‘붓끝 아래의 남산’전이 경주 솔거미술관 개관전으로 열리고 있다. 솔거미술관 프로젝트는 박 화백이 2008년 작품 기증 의사를 밝히면서 시작됐다. 승효상 건축가의 설계로 2012년 경주세계문화엑스포 공원 내 건물을 착공해 2014년 11월 완공했다. 박 화백의 기증작 830점을 기본 소장품으로 지난 8월 21일 개관했다. 이번 개관전은 소산의 기증 작품 중에서 ‘불국설경’(1996)을 비롯, 주옥같은 50여점의 작품을 선별한 기증 작품 보고전이다.

한국 수묵화의 대표작가인 박 화백을 이야기 할 때 그의 삶의 궤적을 더듬는 것은 필수다. 칼끝 같았던 한국 근대사의 아픈 질곡을 온몸으로 받아낸 강인한 정신을 그림에 오롯이 풀어내기 때문이다.

그는 경북 청도에서 한약방을 하는 부모 밑에서 해방둥이로 태어났다. 세 살 때 어머니를 여의고 6.25직전 공비에 의해 아버지마저 참수당하고 설상가상으로 그마저 왼쪽 팔을 잘리는 참혹한 불운을 겪었다.

친척들 손에서 자랐지만 ‘외팔이’ 소년이 감당해야할 세상은 싸늘했고, 결국 그는 중학교를 끝으로 정규교육으로부터 멀어졌다. 그림은 6살 무렵 제사 상 앞 병풍을 보고 따라 그린 것이 시작이었다. ‘재주 있다’는 집안 어른들의 칭찬에 용기백배해 독학으로 열심히 그림을 팠다.

혼자서 깨우친 그림이었지만 70년대에 국전에 8차례 수상하고, 79년 중앙미술대전에서 대상을 차지하며 한국화단에 드라마틱하게 등장했다. 80년대 이후 겸재 정선, 서정 변관식, 청전 이상범에 버금가는 실경산수화로 명성을 얻고 있다. 특히 한국화의 정통성 속에서 현대적 한국화의 지평을 열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지난 4일 전시장에서 만난 박 화백은 기개가 넘쳤다. 칠순의 나이로는 믿기지 않을 만큼 눈매는 빛이 났고, 어깨 위에는 기운이 넘실댔다. “여전히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는 그는 “불우한 어린 시절과 정규교육을 받지 않은 것이 오히려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했다.

“기댈 곳 없었던 어린 시절 내 그림의 스승은 자연이었고, 조상들의 손 떼 묻은 골동품 이었어요. 자연에서는 외적인 미학과, 거스러지 않고 순응하는 자연의 내적 이치를 배웠고, 골동품에서는 세대를 이어온 조상들의 강인한 정신과 지혜를 터득했습니다.”

그의 작품들은 웅장한 대작들이 많다. 그는 이를 한국화의 현대적 재해석이라고 했다. “현대인의 주거 공간이 과거와 달리 넓어 지지 않았습니까? 작품도 현대인의 눈높이에 맞게 변화해야하지요.”

칠순의 노 화백은 “이제 조금 길을 알고 간다”고 했다. 그가 작품 속에서 만들어 가고 있는 길은 ‘우리의 뿌리, 정신’과 관계된다. 구상적 요소를 빌려왔지만 철저하게 한국인의 정신을 파고드는 것이다. 그의 작품 속에서 꿈틀대는 기운이 솟구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산하(山河)는 어머니 같은 존재입니다. 저는 거기서 우리의 뿌리, 정신을 봅니다. 작품 속에 강함과 부드러움이 다 들어갈 수밖에 없는 것도 우리 정신 안에 그 두 정신이 모두 있기 때문이지요. 그것이 우리의 산하니까요. 제 그림에 남녀노소 모두 편하게 다가가는 것도 그들에게 익숙한 우리의 정신에 그안에 있기 때문 아니겠어요?” 전시는 11월 29일까지.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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