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까지 소극장 한울림서
“우리는 비록 전쟁에서 패했지만, 조선이 승리한 것은 아니다. 장담하건대 조선인이 제 정신을 차리고 옛 영광을 되찾으려면 100여년이 더 걸릴 것이다. 우리 일본은 조선인에게 총과 대포보다 더 무서운 식민교육을 심어 놨다. 조선인들은 서로 이간질하며 노예적인 삶을 살 것이다. 그리고 나 ‘아베 노부유키’는 다시 돌아온다.”
일제 강점기 마지막 조선총독인 아베 노부유키(1875~1953)가 한반도를 떠나며 한 말이다. 이 말도 안 되는 망언은 너무나 무섭게도 과거와 현재, 우리 역사를 관통한다. 친일의 잔재를 청산하지 못한 부끄러운 역사와 일본이 심어놓은 문화에 대한 잘못된 이해와 인지 탓에 광복 후에도 정신적인 문화식민지는 우리 도처 곳곳에 숨어 있다.
1945년, 드디어 뼈아픈 일제 강점기가 끝나고 광복을 맞이했다. 우리의 땅과 문화를 잃지 않기 위해 수많은 인물들이 목숨을 잃었고 희생을 했다. 하지만 이같은 역사는 이때가 처음이 아니다. 임진왜란 당시 우리는 일본에 의해 같은 수치를 경험한 적이 있다. 그때 역시 수많은 위인들은 치욕이 되풀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 고결한 희생의 삶을 살다 갔다.
광복 70주년을 기념해 대구지역 극단 한울림이 제작한 연극 ‘사발, 내 사발’은 임진왜란 당시 도자기 전쟁을 모티브로 했다. 작품은 오는 13일까지 소극장 한울림 무대에 올려진다.
연출을 맡은 정철원 한울림 대표는 작품을 통해 다음과 같은 자성의 메시지를 던진다.
“임진왜란 당시 도자기 기술을 빼앗긴 것보다는 지키지 못했다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작품을 만들었다. 이 시대, 이 시점에서도 조선 도자기처럼 우리의 문화를 지키지 못한다면 한국의 문화정체성은 표류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공연은 평일 오후 8시, 주말 오후 3·6시. 053)246-2925
남승렬기자 pdnamsy@idaeg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