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은경 개인전…16일~내달 31일
허은경 개인전…16일~내달 31일
  • 황인옥
  • 승인 2015.09.13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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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의 다름을 인정할때 세상은 더 아름다워진다

이형·기형에 대한 본질적 의미 제시

편협 없는 예술적 시각, 작품에 녹아

아이에게 좋은 인성교육의 장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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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은경 작 ‘Botanimal’ 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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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은경 작 ‘Botanimal’ 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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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은경 작 ‘Botanimal’ 연작

발에 괴사가 일어나고 그 위로 새살이 돋아나는 과정은 환자와 지켜보는 이 모두에게 고통이다. 세포가 죽어 살집이 떨어져 나간 일그러진 발의 형상은 감각적인 고통 이전에 시각적으로도 공포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괴사한 발조차도 ‘살아 있음에, 회복될 희망이 있음’에 더없이 아름다울 수 있다. 이처럼 우리의 삶에서 세상이 정한 미의 기준은 때때로 깨지기도 한다.

리안갤러리에서 전시를 시작하는 허은경은 새로운 미의 기준을 제시한다. 아름다운 것에서 낮고 어두운 곳으로 미의 기준을 확장하는 것. 괴사하고 새살이 돋아나는 친정어머니의 발을 통해 새로운 미의 가능성을 열어둔다.

“2년간 어머니를 간호하며 발에 심각한 괴사가 진행되는 것을 지켜봐야 했어요. 그러다가 어머니의 괴사한 발에서 새살이 돋아나기 시작했죠. 비록 기형적인 모습이었지만, 제게는 그 형상이 너무나 사랑스럽게 다가왔어요.”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반짝이는 외눈박이 실리콘 생명체인 ‘블라비(Blobby)’ 시리즈는 이형(異形)과 기형(畸形)을 주제로하는 대표작이다. 비록 외눈박이지만 분홍 블라비들의 반짝이는 외눈과 형상은 귀엽고 사랑스럽기 그지없다.

“제가 만든 블라비는 아름다운 기형, 영혼이 아름다운 우주 생명체예요. 기형이지만 그 안에 숭고한 생명의 의미와 우주의 원리가 숨어 있지요. 그러니 아름다울 수밖에요.”

전시에는 ‘셀(Cell)’ 연작과 ‘별자리(Thousand Eyes)’ 연작도 만난다. 이형과 기형에 대한 담론은 이 시리즈들에서도 계속된다. 에너지와 생명의 상호관계를 다룬다.

‘별자리’ 연작은 2층에 걸린다. 원반 위에서 반짝이는 수많은 외눈박이 눈동자가 전시장의 짙은 푸른색 벽면 위를 별처럼 수놓는다. 신작인 이 시리즈는 전시의 주 제목인 ‘상상정원’의 하늘을 비추는 별자리에 해당된다.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별자리의 기운을 가지고 태어나는데, 그 기운을 ‘눈’이라는 형태 속에 담았어요.”

같은 주제를 다루는 ‘셀’ 시리즈는 자개와 옻칠을 재료로 기하학적 구조의 형상을 표현한 작품이다. 2014년 아트바젤 홍콩에 소개되어 해외미술관계자들로부터 관심을 받은 이 연작은 그녀가 원인 없는 몸의 고통을 느끼면서 찾게 된 천연 재료다. 생명의 가장 초기단계인 원형에서 자기증식을 반복하면서 만들어내는 기하학적 패턴을 우주의 에너지로 형상화하고 있다.

“세포분열의 2의 배수로 분열하는데, 제 작품에는 홀수로 증식하기도 하죠.”

시계 바늘을 거꾸로 돌릴 수는 없지만, 불순물이 개입되지 않았던 어린 시절의 순수한 감성을 회복할 수는 있다. 허은경의 또다른 신작인 ‘보타니말(Botanimal)’이 딱 그랬다. 걸어 다니는 나뭇잎, 말하는 꽃, 다른 차원으로 가는 통로가 있는 선인장, 왕이 된 다육식물 등 어린시절 만화캐릭터에서 튀어나온 듯한 대상들이 화면을 끌고 가며 순수한 동심을 자극한다. 이 작품들 속 대상 또한 이형과 기형의 산물이다. 이형과 기형의 형태로 식물이 의인화되고 있는 것. 수직관계로 치닫고 있는 현대인의 인간과 자연에 대한 관계맺음을 수평관계로 되돌리는 그녀의 자연관이 담겨있다.

그녀의 말처럼 이형과 기형이 미의 기준을 새롭게 편입될 만큼 아직은 흔치 않다. 하지만 지난 13일 만난 작가는 “좀 더 멀리 보자”고 했다. 허은경은 “다윈의 진화론이 맞다면 우리 몸은 GMO, 유전자조작, 기후조작 등으로 이형과 기형으로의 진화가 조금씩 진행되고 있을지도 모든다”며 이제는 이 문제가 남의 일로 제한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이번 전시는 우리가 본성대로 뛰놀던 어린 시절의 순수한 감성 위에서 기형과 이형에 대한 ‘이런 시각도 있어요’라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자녀와 부모가 같은 감성으로 함께 즐길 수 있는 이번 전시는 리안갤러리에서 16일부터 내달 31일까지. 053)424-2203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 허은경은 서울대 서양학과를 졸업했다. 미국 랠러포니아 주 패서디나에 위치한 아트센터에서 학사와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미국과 국내 개인전 5회와 독일 중국을 오가며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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