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노조가 민노총 탈퇴를 선택한 이유는 분명하다. 한마디로 민노총이 노조와 조합원의 권익보호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민노총은 쌍용차노조가 강경투쟁을 계속하면 결국은 노조의 요구가 성사될 것이라 꾀었지만 결과는 그 반대였다.
조합원 정리해고문제를 둘러싼 77일간의 노조의 강경투쟁은 공장을 난장판으로 만들었고 법정관리 상태인 회사에도 치명적인 타격을 입혔다. 강경투쟁은 공권력까지 동원되는 사태로 발전하면서 회사와 노조는 모두 패자로 전락하게 했다.
쌍용차는 지금 경영정상화가 가장 시급한 문제다. 노사가 뭉쳐 자동차를 한 대라도 더 만들고 한 대라도 더 팔아야 한다. 경영정상화가 불투명할 경우 은행의 자금지원이나 회사 매각 등은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자칫하다간 현재의 일자리마저 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선 노조가 민노총 탈퇴를 통해 과격투쟁을 피하는 방법 외에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다.
민노총도 이제 각성해야 한다. 올해 들어 IT연맹의 주축인 KT노조를 비롯하여 민노총을 탈퇴한 기업노조가 17개다. 보다 일찍 민노총을 탈퇴한 현대중공업 코오롱 GS칼텍스 같은 노조가 상생의 모델을 만들고 있다.
이에 반해 민노총 산하 노조들은 광우병 촛불시위에 참여하는 등 근로자 복지와는 전혀 관계없는 사회 변혁 운동에 몰두해야 했다. 지금 이러한 정치운동에 몰두하는 민노총에 식상한 일선 기업노조들의 탈퇴가 이어지고 있다.
이번 쌍용차노조의 탈퇴는 민노총조직의 중심세력인 완성차노조마저 일각이 무너져 내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쌍용차노조의 민노총 탈퇴에 이어 어느 기업노조가 민노총을 탈퇴할 것인지에 초점이 모여지는 가운데 지금 현대차노조의 향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스위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올해 한국의 국가경쟁력이 작년 13위에서 19위로 6단계나 추락한 것도 민노총과 무관치 않다는 소리도 들린다. 이는 민노총과 국민과의 괴리가 점점 더 커지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앞으로 민노총이 살아남으려면 일선 기업노조원들이 왜 민노총을 외면하는지 냉철하게 현실을 직시하면서 일반 조합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새로운 운동노선을 정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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