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달성공원 새벽시장 '불황없다'
<르포> 달성공원 새벽시장 '불황없다'
  • 천혜렬
  • 승인 2009.01.18 21:2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달성공원앞~북쪽도로 3시간짜리 반짝시장
8년 넘게 상인들 우후죽순 좌판 형성
날 밝자마자 손님들도 덩달아 북새통

달성공원 앞 새벽시장은 말 그대로 인산인해였다.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이곳에서 불황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설날을 일주일여 앞둔 18일 오전 6시. 달성공원 정문 등 곳곳에 추위를 떨치게 위해 피운 모닥불을 중심으로 상인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곳 새벽시장은 2000년부터 형성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운동을 위해 공원을 찾는 인근 주민들을 상대로 할머니들이 천 조각 하나 펼치고 쪼그려 앉아 두부나 나물류, 과일을 팔았던 것이 지금에 이르고 있다.

그로부터 8년여 만에 달성공원 주변에는 250여명의 상인들이 새벽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18일 오전 달성공원 앞 새벽시장에는 250여명의 상인과 장보러 온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천혜렬 기자

새벽에 잠시 들어서는 시장이지만 지역의 웬만한 다른 시장보다 규모가 커서 장보기 좋은 봄이나 여름, 가을에는 하루 1천명 이상이 장을 보러 나온다고 한다.

규모가 커짐에 따라 5~6년 전부터는 상인회가 조직됐고 나름대로의 질서도 만들어지기도 했다.
‘질서’에 따라 상인들은 달성공원 입구에서부터 북쪽 도로를 따라 양쪽으로 정해진 순서에 따라 좌판을 펼친다.

오전 9시까지 열리는 ‘반짝시장’이라고 하지만 어설프지 않다. 식육점을 옮겨 놓은 듯 대형 전시용 냉장고에 붉은색의 고기가 가득 차 있고 간이 천막도 우후죽순으로 들어선다.

자신을 ‘서문시장에서 과일 파는 장사치’라고 소개한 장모(54)씨는 “서문시장으로 가다가 여기에 들러 하루를 시작하게 됐다”며 “여기서 장사하는 대부분 사람들은 원래 장사하는 곳으로 가기 전에 여기를 거쳐 간다”고 귀띔했다.

하루의 시작을 이곳에서 하면서 그날은 운을 미리 점친다고 상인들이 입을 모은다. 허리춤까지 쌓아 놓고 장사를 준비하는 대파 장수는 “세 시간 안에 물건을 다 팔 수 있다”고 자신했다.

하얀 김을 내뿜고 있는 식당가에는 해장국이나 돼지국밥을 안주삼아 대폿잔을 기울이는 사람들로 빈자리가 없을 정도다.

오전 7시. 날이 밝아오면서 손에 장바구니를 쥔 사람들이 물밀듯이 몰려들었다.

이곳 새벽시장을 찾는 고객들은 중년층이 많지만 간혹 젊은 새댁이나 할머니 손을 잡고 따라나선 꼬맹이들도 눈에 띄었다.

서구 내당동에서 장을 보러 온 김춘자(여·49)씨는 “좋은 물건, 저렴한 가격이 여기 새벽시장을 찾게 만든다”며 “여기는 다른 어느 재래시장보다 사람들이 많고 활기가 넘쳐 장보는 일이 재미있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김씨의 말처럼 이곳 새벽시장은 좋은 물건을 값싸게 파는 곳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각종 채소를 팔고 있는 이모(여·58)씨는 “상인들 중에는 농사꾼도 많다. 좋은 물건을 저렴하게 팔 수 있는 이유다”며 “간혹 전날 팔다 남은 물건들이 다시 좌판에 오르기도 하지만 대부분 최고의 신선도를 유지한 채 소비자들에게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오전 8시가 넘어서면서 시장은 절정을 향해 달린다.

주객이 바뀐 듯 도로는 사람들로부터 점령당했다. 도로를 지나는 차량들은 미안한 듯 경적소리조차 내지 못한다.

“사기만 하면 돈 버는 일”이라고 외치는 시금치 상인의 말에 좌판 앞에는 사람들이 붐볐다. 자신감에 넘쳤던 대파장수는 인심 좋게 떨이를 하면서 파장을 준비하고 있었다.

상인들이 장사를 하는 자리는 공영주차장이기 때문에 오전 9시면 좌판을 정리해야 한다. 물론 주변 청소는 잊지 않는다.

새벽시장상인회 진영준 총무는 “설을 앞둔 오늘 비가 오락가락하는 추운 겨울아침이지만 1천명 이상이 시장을 찾아온 것 같다”며 “없는 물건 없고, 좋은 물건을 값싸게 내놓으니 시내 어느 시장이 부럽겠냐”고 말했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