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연탄나눔 대구경북본부장 심미진 “연탄 한장의 힘을 믿습니다”
사랑의 연탄나눔 대구경북본부장 심미진 “연탄 한장의 힘을 믿습니다”
  • 승인 2015.10.18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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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봉사활동 연장선상으로 10년째 연탄 나눔 실천

꼼꼼한 현장파악으로 작년 2천30여가구 53만장 전달

올해 포항서 ‘사랑의 빵 나눔터’ 개소·해외 원조 강화

“아직도 힘든 곳 많아…작은 온기 나누며 함께 살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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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미진 사랑의연탄나눔 대구경북본부장 주변인들은 심 본부장을 가리켜 ‘돌직구’라고 표현하지만, 한편으론 ‘틀린 말’은 안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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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미진 본부장(오른쪽 두번째)이 연탄 봉사를 시작하기 전 대학생봉사단에게 주의사항을 알려주고 있다.


연탄 한 장 3.6㎏. 갓 태어난 아기와 같은 무게인 연탄 1장의 온기는 과거 언젠가는 어린 아기만큼 애지중지 지켜야 하는 존재였다. 연탄불을 꺼트려 가족들이 냉골에 자지는 않을까 어머니가 새벽잠을 설쳐가며 새 연탄을 갈곤 했던 시절이 있었다. 점차 연탄의 수요는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연탄 없이는 겨울을 보내기 힘든 이웃들도 있다. 재개발로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는 지역의 이면, 교행이 힘든 좁은 골목을 따라가다보면 연탄재가 쌓인 집 앞을 지나칠 수도 있겠다. 한때 검었던 연탄이 하얗게 타버린 모습은 그들, 아니 우리의 고단한 삶 같다. 대부분 추억이 돼버린 연탄 난방이 현재진행형인 사람들에게 ‘사랑의 연탄’을 나눠주는 각계각층의 활동이 지금부터 내년 2월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아침 저녁으로 서늘한 바람이 불어와 따뜻한 온돌방이 그리운 계절, (사)사랑의연탄나눔운동 심미진 대구경북본부장을 만났다. (편집자주)

◇ ‘돌직구’ 본부장, 현장은 발로 결과는 서류로 말한다

지난 17일 대구 북구 대현동 주민센터 앞에서 ‘2015 사랑의연탄나눔운동 출범식’이 열렸다. 대학생봉사단을 비롯 초등생부터 머리가 희끗한 할아버지까지 120여명의 봉사자들이 모인 가운데 올해 연탄나눔이 시작을 알렸다.

간단한 출범식 이후 조를 나눠 첫 연탄 나눔이 곧바로 이어졌다. 연탄나르미 4개 조와 보일러 수리를 맡은 한국에너지기술인협회 대경지부 팀이 각자 맡은 장소로 이동했다.

심미진 본부장은 직원들과 봉사자들을 보낸 후 대상 지역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이 집은 시각장애인이 사는 곳인데 골목이 좁아 애를 먹는 곳이다. 저 골목은 연탄재가 떨어진다고 불만을 제기하는 주민이 있어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10년째 연탄나눔에 몸을 담고 있는 심 본부장의 시원시원한 일처리와 ‘돌직구’ 화법 뒤에는 꼼꼼한 현장 파악과 서류를 통한 투명한 운영 방식이 있다.

연탄을 연료로 사용하는 이들 대부분이 형편이 어렵다보니 지자체나 봉사단체로부터 중복 지원을 받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형평성’에 가치를 두는 심 본부장은 직접 현장에 가보는 편이다. 연탄쿠폰이나 기초생활수급권자 등 기존에 받는 주민 외 차상위계층 등 서류상에 잡히지 않는 가구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지난주 이틀동안 구미에서 지내면서 100가구 정도 실사를 거쳤다. 봉사라는 이름으로 특정 가구에 퍼주기식으로 진행하면 동네 사람들끼리 마음 상하고 불만이 나오기 쉽다. 과거 어느 곳에서는 마을 이장이 본인뿐 아니라 친한 사람들 중심으로 대상자 명단을 만들기도 해 문제가 됐었다. 발로 안 뛰면 모른다.”

지난해 2천 30여가구에 53만장의 연탄을 나눈 심 본부장은 후원단체 발굴과 관리에 공을 들인다.

하지만 인정에 얽매인 낡은 방식은 싫다고 한다. 술자리 한번 하지 않는다는 심 본부장은 제안서부터 후원 결과까지 ‘서류’로 만들어 후원자들에게 알리고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심 본부장에 따르면 “후원자의 알권리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것.

활동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서류라는 이야기다.

“사업계획서와 안내서를 지역 기업과 기관에 미리 보내고 공동모금, 공동캠페인 등 지역 자원과 연계했다. 현재 사회봉사단체 중에서 후원내역과 결과를 제대로 알리지 않거나, 필요성을 못 느끼는 곳들이 있다. 솔직히 그런 마인드로 후원받아 사업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역시 ‘돌직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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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대구 북구 대현동 주민센터 앞에서 ‘2015 사랑의연탄나눔운동 발대식’이 열려, 올해 연탄나눔의 시작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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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대구 북구 대현동에서 사랑의연탄나눔 봉사활동이 진행됐다. 정민지기자


◇ 연탄 한장의 힘 믿는다

심미진 본부장이 처음 ‘사랑의 연탄’에 몸을 담게 된 계기는 교회에서의 봉사활동 연장선상이었다. 20년 가까이 주부의 삶을 살았던 심 본부장이 연탄나눔에 빠져든 이유는 의외로 단순했다.

“처음에는 신기했다. 아직도 연탄을 때는 집이 많다는 점에 놀라고, 연탄으로 봉사활동이 가능하다는 발상이 새로웠다.”

2006년 대구경북지부 상임운영위원부터 시작해 지부장, 본부장을 거친 심 본부장은 여전히 “연탄 한 장의 힘을 믿는다”고 말했다.

“후원 받아 연탄을 통한 봉사활동을 한다는 막연한 꿈을 꾼 것은 아니다. 주민들, 불특정 다수의 시민들이 이 활동을 통해 이웃을 발견한다는 데 중점을 뒀다. ‘아직도 힘든 곳이 있구나. 같이 살아가야 하는구나’를 느끼게 하고 싶었다.”

대구경북본부는 27개 사랑의 연탄 지부 중 지원규모가 가장 많다. 지난해 서울을 제외한 27개 지부의 지원연탄 195만 7천여장 중 52만8천여장이 대구경북본부에서 이뤄졌다.

소위 ‘잘 나가는’ 지부가 된 원동력은 어디에 있을까.

“대구지역과 경북 각 시군별로 운영위원들을 위촉, 현장 봉사를 도와주고 후원회원 확대에도 열심히 나서주고 있다. 이름만 걸친 운영위원이 아니라 애정과 열정을 가진 운영위원들을 확보하는 것이 주효하다. 매년 3월 모집하는 대구경북대학생봉사단의 역할도 크다.”

운영위원들과 매년 몇 차례 전체 모임을 갖고 사업 방향을 모색한다는 심 본부장이 운영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민주적 의사 결정 구조’다.

“운영위원을 제외하면 나 포함 2~3명의 직원들이 일을 하는데 수직적으로 지시하다가는 금세 아이디어가 고갈되고 조직이 활력을 잃는다. 자기가 하는 일만 제대로 하면 터치하고 싶지 않다. 단, 예의가 없는 것은 안된다.”

최근 들어 대학생봉사단들이 1년간 필요한 봉사활동 시간을 채우고 나면 관두는 모습에 안타까움을 느끼기도 한단다.

“젊은이들이 바쁘고 여유가 없다. 알면서도 아쉽다. 봉사의 문턱이 낮아진 점은 긍정적이지만, 봉사를 통한 즐거움이 생략돼 버린 것 같아서다.”



◇ 연탄 너머 농촌, 먹거리, 해외로 발상 전환

“연탄나눔은 지는 사업이다. 어쩔 수 없이 연탄을 때야하는 가구가 없어지는 것이 더 나은 세상이기 때문이다.”

가을·겨울은 주말없이 집중해서 일하지만 나머지 봄, 여름은 이렇다 할 사업이 없는 것도 연탄나눔 사업의 한계로 지적된다.

지난해부터 대구경북본부에서 처음 시작한 캄보디아 해외봉사와 여름농촌봉사활동은 이같은 맥락에서 나온 아이디어다.

“언젠가부터 연탄사업 그 이후를 고민하게 됐다. 여러 사업 모델을 구상하던 중 나온 것이 해외봉사였다. 사무실이 있는 서구만 해도 다문화가정이 많은 편이고 삶의 현장 곳곳에서 이들과 마주하게 되는데, 타 문화에 대한 우리의 이해도가 낮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업의 독립성을 위해 재원 확보부터 시작했다. 경북 울진의 고추밭을 임대해 고추농사를 짓고, 대학생을 위한 농활을 추진했다.

대학생봉사단 중 우수봉사단원을 선정, 해외봉사활동 기회를 주고 지역사회로부터 자전거, 학용품, 의약품 등 물품을 후원받아 현지에 전달하기도 했다.

“없는 나라 조금 도와줘봐야 뭐가 더 나아지겠냐, 시혜성 봉사로 혼란만 더 야기시키지 않겠냐는 비판도 있다. 연탄나눔과 마찬가지로 삶의 한 부분을 알아가는 맥락에서 보면 될 것 같다. 특히 해외여행과 달리 그 나라의 가장 낮은 곳을 돌아볼 기회는 흔치 않다. 갔다 온 친구들은 많은 것을 느낀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사업을 1년 내내 이끌어가는 심미진 본부장은 최근 또 다른 사업을 기획했다.

연탄, 농활 등 특정 시기에만 가능한 사업이 아닌 1년 내내 할 수 있으면서, 봉사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은 빵 나눔 사업이다.

“올해 포항사무소에 ‘사랑의 빵 나눔터’를 개소했다. 끼니를 제때 맞추기 힘든 이들에게 ‘빵값이 밥값’인 것이 현실이다. 재료비 등을 후원받아 봉사자들이 직접 빵을 만들어 전달하게 되면 의미있는 봉사활동이 될 것 같았다.”

조만간 사무실을 좀 더 넓은 곳으로 이전해 오븐 등 빵 만들기 공간을 확보하게 되면 대구에서도 빵 나눔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전국에서 가장 역동적인 지부로 대구경북본부를 꼽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안된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거꾸로 ‘왜 안돼?’라고 묻는다. 현재 내가 하는 일에 집중하고 열심히 하는 것, 좋은 지역의 자원을 활용하는 것이 비결이다.”

정민지기자 jmj@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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