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감시하던 옛 망루에 올라…
화재 감시하던 옛 망루에 올라…
  • 김지홍
  • 승인 2015.10.25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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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소방서, 망루 역사체험

소방서 옆 30m 높이 건물

화재 발생시 나팔로 알려

대구 2곳만 남아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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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중부소방서가 소방서 70주년을 맞아 ‘미래소방관 체험교실’을 운영하는 가운데 최근 동중학교 학생들이 소방서를 찾아 ‘소방 망루 체험’을 하고 있다. 김지홍기자
“옛날에도 불을 끄러 다니는 직업이 있었고 이런 시설까지 갖춰져 있었다는 사실이 신기해요. 선조들의 깊이를 알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지난 22일 오전 대구 중부소방서의 ‘소방 망루 체험’을 위해 망루를 찾은 정지원(14·동중학교 1학년)양은 이렇게 말했다.

중부소방서의 건물 한쪽에 세워진 ‘망루’는 40년 전 지어졌다. 높이 30m의 망루를 오르는 길은 아주 좁았다. 몸집이 작은 학생들조차 두 줄로 오르내리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70여개의 계단을 타고 올라간 망루는 사방이 투명한 유리창이었다. 면적이 20㎡ 채 되지 않아 학생 10명이 들어가자 북적거릴 정도였다.

옛 소방관들에게 이 망루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망루에 올라 동네를 살피다, 하늘로 치솟는 연기를 발견하면 종을 치거나 나팔을 불어 알려주던 곳이었다. 망루 아래 소방관들은 불이 난 현장에 무작정 달려가는 수밖에 없었다. 현재 대구에는 중부소방서와 동부소방서, 단 두 곳에만 망루가 남아있다.

중부소방서는 올해 소방서 70주년을 맞아 소방의 역사와 함께해온 ‘망루’에 역사적 가치를 되살려 교육용 체험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지난달부터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미래소방관 체험교실 프로그램’ 중 하나로 ‘소방 망루 역사 체험’을 실시했다. 지금까지 460명의 학생들이 망루를 찾았다.

망루는 1908년 남산의 소방조 망루를 시작으로 전국적으로 설치됐다. 대구의 최초 소방 망루는 1910년 옛 대구소방서 자리(서문로)에 세워졌다. 21.5m 높이의 나무로 만든 망루대였다. 망루의 높이는 마을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어서 이 높이가 마을의 크기를 대변하는 셈이었다. 서문로의 망루대는 1928년 30m까지 높아졌다.

1980년대 이후 망루는 전화 등 통신 기기의 발달로 기능을 잃었다. 대부분 소방서 건물을 리모델링할 때 없애버리거나 폐쇄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망루의 주변 환경도 많이 바뀌었다. 이날 망루에 오른 학생들의 눈에는 가장 먼저 망루보다 훨씬 높게 세워진 고층 아파트들이 들어왔다. 망루 유리창의 절반이 아파트 세대로 시야를 가렸다. 김세빈(14)양은 “아파트가 많아, 지금은 사생활이 침해될 것 같다”며 “예전 소방관들은 아날로그 식이라 정말 불편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안성수 중부소방서 예방안전과 예방홍보팀장은 “폐쇄 직전까지만 해도 앞산과 팔공산까지 대구 지역이 한눈에 다 들어왔다”며 “곧 도심 재개발로 지금과 같은 풍경도 없어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지홍기자 kjh@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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