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세종시 논란, 대안 찾기
<대구논단> 세종시 논란, 대안 찾기
  • 승인 2009.09.15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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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복 (지방자치연구소장, 영진전문대 명예교수)

강의 도중 한 학생이 세종시가 어디에 있느냐고 물었다. 방송 등 언론에서 세종시란 말이 자주 등장하니까 그런 질문이 나온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세종시라는 도시가 없다. 충남 연기와 공주, 충북 청원군 일부를 포함한 충청지역에 서울에 밀집해 있는 중앙정부를 이전하여 행정중심복합도시로 만들자면서 지어놓은 이름일 뿐이다.

말하자면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 이름을 지어놓은 꼴이다. 세종시 계획은 2002년 대선 때 충청민심을 사기위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선거공약으로 내 세운 것에서 출발한다. 정권을 쟁취한 참여정부는 2005년 10월 기획재정부를 위시한 12부4처2청의 중앙행정기관을 이른바 세종시로 옮기겠다는 고시를 했다.

당시 급진적인 변화를 추구해 온 참여정부의 권력자들이 국토의 균형개발이란 이름아래 정부부처를 지방으로 옮겨야 한다는 주장에 그 때 야당이던 한나라당 의원들이 질질 끌려가면서 만들어진 작품이다.

이명박 정부에 들어와서는 울며 겨자 먹기로 기획재정부, 국토해양부, 환경부, 농림수산식품부, 교육과학기술부, 문화체육관광부, 지식경제부, 보건복지가족부, 노동부, 법제처, 국가보훈처, 국세청, 소방방재청 등 9부2처2청을 이전대상기관으로 정했지만 지금까지 이전고시를 미루고 있는 상태다.

충청권에서는 9월 정기국회에서 `세종시법’이 통과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민주당은 이명박 대통령이 이전 약속을 한 만큼 약속을 꼭 지켜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세종시에 대한 여론은 여러 갈래로 나뉘어져 가고 있다.

피상적으로 보면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에서는 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고 충청권과 야권에서는 무조건 찬성 표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국가대계지사이므로 여타 지역 국민들도 관심이 매우 크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세종시를 새로 만드는데 드는 총사업비는 약 22조 5천억 원이라고 한다. 8월 말 현재 보상비를 포함 5조 3천688억 원이 투입되었고 총리실 건물 골조작업이 진행 중이다.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가면서 꼭 정부부처를 옮겨야만 하는 것인지 이해가 안 간다.

찬성론자들은 세종시를 만들면 50만인구의 자족도시로 발전할 수 있다고 장담하고 있지만 도시의 형성은 타율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살고 싶은 유인체가 있어야 한다. 세종시라는 신도시 건설은 국민들의 합의 없이 일부권력자와 그를 추종하는 정치인들이 만들어 낸 졸 작품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알다시피 외국선진국들은 거의 대부분이 수도 중심부에 정부기관이 밀집되어 있다. 지금 우리는 좀 냉철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 경험상으로 볼 때 우리나라의 정치· 행정 권력자들은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지는 일이 거의 없었다. 모두가 일은 벌려놓고 직위에서 물러나면 그만이라는 생각들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세종시 건설이 지방분권, 균형적 지역발전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말하고들 있지만 내심에는 정치적 욕심, 지역이기주의가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 여당의 정책이 좋든 나쁘든 무조건 반대로 일관하는 민주당, 충청의 맹주임을 자처하는 하는 자유선진당이 그렇다. 세종시를 인구 50만 이상의 행정중심복합도시로 개발하는 계획에는 많은 해저드가 있다.

중앙행정기관 이전이 국가정책이 아닌 정치문제로 완전 변질되고 있는 점, 지방에 행정기관을 옮긴다고 자족기능을 갖춘 도시가 될 수 있겠느냐 하는 점, 이전대상 기관의 공무원가족을 비롯한 각종 시민생활편의시설이 들어선다 해도 10만 인구도 채우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 정부가 서울과 지방으로 양분되어 행정기능의 비효율성을 극대화 할 것이라는 점,

기관 간 업무협조와 조율, 협의 등이 원활치 못해 작은 정부 지향에 역기능을 가져올 것이라는 점, 기러기 아빠의 집거지로 예상된다는 점 등등이 그러한 것들이다. 대못을 박았다고 현실에 맞지 않는 국가정책을 그대로 둬서는 안 된다.

여론이 그렇고 국가 비전 상 필요하다면 바꾸어야 한다. 세종시 계획은 수도권 거주자나 충청인의 문제만이 아니라 국민전체의 문제다. 원칙은 살리되 이전대상 기관을 재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국가행정기관은 그대로 두고 국회의사당을 이전하는 것도 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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