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배우 오승은 ‘두사부일체 그녀’의 인생 2막...고향에 펼친 아름다운 ‘레드카펫’
영화배우 오승은 ‘두사부일체 그녀’의 인생 2막...고향에 펼친 아름다운 ‘레드카펫’
  • 김정석
  • 승인 2015.10.24 02: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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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가수로 종횡무진하던 그녀
고향 경산서 바리스타로 깜짝 귀향
성매매 여성 자립 봉사활동 부터
경찰홍보대사·지역대 교수까지
“고향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고파”
독도 건너가 태극기 정비작업 등
사회공익 활동으로 바쁜나날 보내
“언젠간 배우의 삶으로 돌아갈 것
와이드인터뷰(오승은)
오승은씨는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 좋은 인간이 돼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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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광복 70년 대한민국 태극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독도를 찾은 오승은씨가 독도경비대와 함께 태극기 정비작업을 하는 모습이 경북지방경찰청의 홍보영상에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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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경북지방경찰청이 연출하는 ‘감성영상’에 직접 출연해 연기를 하고 있는 오승은씨. 경북경찰청 제공

누군가는 그녀가 사라졌다고 말한다.

2001년 영화 ‘두사부일체’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뒤, TV와 영화를 종횡무진했던 그녀의 얼굴이 일순간 보이지 않게 된 까닭이다.

하지만 그녀의 팬을 자처하는 이들은 그녀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가까워졌다고 말한다.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 ‘두사부일체에서 공부 잘하는 여학생으로 나온 배우’로 뚜렷이 박혀 있는 오승은(37)은 스크린에서 잠시 사라졌을지언정 세상에는 보다 성큼 다가섰다. 평범한 학생에서 영화배우로 변신하고, 영화와 TV를 거침없이 종횡하다 불현듯 음반을 내기도 하며 매력을 뽐냈던 팔색조 오승은은 지금도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1년 전 고향인 경북 경산에 카페를 차려 ‘바리스타 오승은’으로 깜짝 귀향을 했던 것도 모자라 디자이너, 상담사, 봉사활동가, 경산경찰서 홍보대사, 그리고 최근에는 대학교수까지 활동영역을 넓혔다.

화려했던 영화배우로서의 삶을 잠시 묻어두고 고향에서 새롭게 써내려가는 제2막의 삶 역시 눈부시긴 마찬가지라는 이야기다.

햇볕이 쨍 하고 내리쬐는 오후, 오씨가 운영하는 카페 ‘레드카펫’에서 그녀를 만나 오랫 동안 따라잡지 못했던 그간의 필모그래피를 되짚었다.

◇고향에 사랑방 차린 ‘바리스타 오승은’

커피는 하나의 핑계일 뿐이었다.

평소 커피를 좋아했던 것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연기자 오승은이 지금의 이 자리에 있기까지 그녀를 아껴주고 사랑해준 팬들을 눈앞에서 직접 만나기 위해 오씨는 고향에 카페를 차렸다.

오씨는 경북 경산에서 1남 1녀 중 둘째로 태어나 중앙초와 경산여중, 경산여고를 졸업, 단국대 연극영화과에 진학하기 전까지 학창시절 전부를 경산에서 보냈다.

2014년 겨울 영화배우 오승은이 경북 경산의 한 주택가 한가운데 카페를 차렸단 소식에 팬과 지역민들은 술렁였지만, 그리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오승은이 차린 카페라고 하지만 ‘설마 오승은이 자리를 지키고 있겠느냐’는 사람들이 더 많았죠. 그런데 카페에 와보니 TV에서만 보던 오승은이 반겨주고 직접 커피도 내려주니 정말 놀라시더라고요. 어렵게 찾아왔는데 제가 없으면 실망하실까봐 별일 없으면 카페에 붙어있는 편이죠.”

‘바리스타 오승은’이 직접 꾸민 카페를 찬찬히 살펴보면 속속들이 그녀의 손길이 묻어 있다.

손수 디자인한 쿠션과 자신의 취향에 따라 고른 가구들, 지역에서 활동하며 찍은 기념사진들, 매월 넷째 주 일요일마다 열리는 공연을 위한 무대…. 이곳저곳 가득한 볼거리 모두가 그녀의 한 부분들이다.

커피를 처음 배울 적만 해도 고향에 카페를 차리게 될 줄은 몰랐다.

오래 전 커피의 맛을 조금씩 알게 되면서 커피에 푹 빠지게 된 오씨는 무작정 에스프레소 커피 머신부터 구입했다.

전문 바리스타의 도움 없이 스스로 책을 파고 실습도 해 보면서 맛있는 커피 만드는 법을 배웠다. 독학으로 바리스타 공부를 한 셈이다.

그럴듯한 커피를 만들 수 있게 되고 지인들에게 커피 맛을 선보이는 기쁨도 알아가면서 자연스럽게 오씨는 ‘언젠가는 내가 만든 커피를 여러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카페가 바로 경북 경산시 옥곡동 ‘레드카펫’이다. 낭트영화제에 초대돼 레드카펫을 밟았던 때의 설렘을 그대로 카페 이름으로 옮겼다. 주택가 한가운데 가벼운 마음으로 들를 수 있는 카페를 차려두고 조금씩 조금씩 실속을 다지고 있다.

“이곳은 저에게 단순히 커피를 사고 파는 공간이 아니라 커피를 핑계로 손님, 팬, 지인들과 함께 좋은 에너지를 주고 받는 공간이죠. 연예계에서 친하게 알고 지내던 동료들은 물론이고 고향 사람들도 편하게 찾아주는 공간이 됐어요.”



◇이제 막 시작된 오승은의 이야기들

나이 서른이던 지난 2008년 9월 28일 결혼과 출산, 육아에 이르는 숨가쁜 변화들을 겪은 오승은씨는 그로부터 6년여 뒤 고향으로 돌아왔다. 고향을 떠난 지 17년 만이었다.

오씨에게 경산은 언제나 본연의 자신을 생각하게 하는 공간이었고, 힘들 때마다 따스하게 자신을 보듬어주는 기억 그 자체였다. 때문에 그녀가 고향 경산을 생각하는 마음은 누구보다 깊었다.

선뜻 고향으로 내려와 카페를 차린 오씨는 귀향의 순간부터 지금까지 지역에 완벽히 녹아들어 분주히 뛰어다니고 있다.

그녀에게 붙은 타이틀은 바리스타와 쿠션 디자이너, 봉사활동가, 상담사, 경산경찰서 홍보대사, 그리고 최근 일을 시작한 대학 교수까지 다양하다.

성매매여성의 취업교육과 자립을 돕는 ‘해바라기’에서의 활동이나 ‘사랑의 노래 봉사단’을 줄인 ‘사노봉’ 단원으로서 결식아동돕기 모금행사를 하는 활동 등은 고향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기 위한 그녀의 노력이 고스란히 스며 있다.

그 중에서도 지역 경찰과 맺은 인연은 특히 눈길을 끄는 부분이다.

지난 5월 경북 경산경찰서가 범죄피해자 보호활동 홍보효과를 높이기 위해 오승은씨를 홍보대사로 위촉한 데 이어 7월에는 경북지방경찰청이 치안정책 홍보를 위한 ‘감성영상’ 제작에 오승은씨와 뜻을 모았다.

뿐만 아니라 오씨는 지난 8월 고르지 못한 기상 상황에도 불구하고 독도에 건너가 독도경비대와 태극기 정비작업을 펼치기도 했다.

선뜻 독도에 간 이유에 대해 “독도가 제 고향인 경북에 있기 때문”이라고 시원하게 대답하는 오씨. 그녀에게 ‘고향’이나 ‘나라’는 아주 소중한 의미다. 카페 분위기와는 쉽게 어울리지 않을 법한 태극기를 잘 보이는 벽에 걸어둔 것도 그런 이유다.

두어달 전부터는 경산에 위치한 대경대학교 연극영화과 교수로도 활동 영역을 넓혔다. 지난 1학기 때부터 교수직 제의가 들어왔지만 한 가지를 하더라도 확실히 해야 하는 성격 탓에 조금 더 준비를 거쳐 2학기부터 강단에 서게 됐다.

이와 함께 카페 영업과 디자이너 활동 등으로 들어오는 수익 중 일부를 지역 대학병원에 조금씩 기부하는 일도 하고 있다.

그녀는 스스로 배우로서의 삶이 자신의 ‘첫 번째 이야기’, 바리스타로서의 삶이 자신의 ‘두 번째 이야기’라고 말한다. 지금 오씨가 큰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이 가구 디자인인 만큼 그녀의 ‘세 번째 이야기’는 가구 디자이너일 가능성이 높다.

“고향에 내려와서도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어요. 하루에 4시간 이상 잘 수가 없죠. 하지만 하고 싶은 일 하면서 팬들과도 직접 소통하며 지내니 3~4시간만 자도 에너지는 넘치죠. 이 기세를 몰아 저의 ‘백 번째 이야기’까지 써내려갈 작정입니다.”



◇“오승은 자체가 좋은 작품으로 기억됐으면”

평소 생각해 왔던, 하고 싶었던 일들을 차근차근 해나가면서 인생을 채워나가고 있는 그녀. 지금은 여러 명함을 갖고 살고 있지만, 결국 그녀의 본업은 배우다.

“많은 분들이 저를 영화배우로 기억하고 있듯, 저 역시 저의 본업은 배우라고 생각해요. 언젠간 배우의 삶으로 돌아갈 것이고, 고향을 떠나 서울로 돌아가게 되겠죠. 언젠간 배우의 삶으로 돌아갈 날 위해 조금 더 다지고, 조금도 깊어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배우 오승은이 항상 되뇌는 지론 ‘좋은 연기자가 되려면 좋은 인간이 먼저 돼야 한다.’ 결국 그 말이다.

그녀는 오랜 기간 연기자로 살면서 여러 인간의 모습으로 살았다.

단국대 연극영화과에 입학하고 배우의 꿈을 키워오다 길거리 캐스팅으로 연예계에 몸을 담게 된 후 시트콤과 드라마, 영화를 오가며 연기생활을 해온 오씨는 언제나 ‘진짜 오승은의 모습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품고 있었다.

2007년 임권택 감독의 100번째 영화인 ‘천년학’을 통해 대한민국영화대상 여우조연상 후보에까지 오르며 배우로서의 실력을 인정받았지만 그 오래된 질문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한 남자의 아내, 두 딸의 엄마가 되면서 배우로서의 삶에는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오씨는 이 기회를 이용해 진짜 자신의 모습도 찾고, 배우로서의 자질도 키우기로 마음 먹었다.

“결국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 ‘좋은 인간’이 돼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진짜 오승은을 찾기 위해 자신을 깊이 파헤치고 있고, 동시에 자신을 끊임없이 시험하면서 나를 다지고 있죠. 내가 좋은 인간이 되고, 또 많은 경험을 한다면 배우의 삶으로 돌아갔을 때 만족할 수 있겠죠.”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 오씨의 이 같은 ‘성찰’에 주변 사람들은 박수를 많이 보내준다. 특히 정시아, 백보람 등 한솥밥을 먹었던 이들은 하나같이 오승은씨를 두고 쉽지 않은 선택을 한 모습이 참 대단하다며 무한한 응원을 전해준다.

스스로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의 기대와 응원에 부응하기 위해 ‘인간 오승은’은 오늘도 자신을 쌓고 또 쌓는다.

“아직까지 확정된 바는 없지만 내년에는 스크린에 복귀하게 될 것 같네요. 드라마나 예능보다는 영화로 먼저 인사드리는 게 맞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 적당한 제의가 있어 논의 중이에요. 팬들이 전해준 많은 에너지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오승은’이라는 사람 자체가 좋은 작품이 되도록 노력해야죠.”

김정석기자 kjs@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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