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굴마을 옥동자로 태어나
바닷가 넓은 뜰에 돌담 집 짓고
생의 마침표처럼 자리 잡은 너
깊은 밤 수평선 너머
오징어잡이 배의 불빛 보며
신혼 다리를 놓다가
힘들고 외롭다 투덜거려도
언제나 당신은 넉넉한 가슴으로
말없이 받아 안고
거친 파도 잠재우며
안쓰럽게 바라보는
무던히도 속 깊은 사람아
정지된 생의 끝자락에서
본래의 고향, 그 흙으로
함께 돌아가려나.
▷충북 중원 출생. 현재 청주 주성대학교 문예창작과 재학 중. 계간『문학예술』신인상 수상으로 등단한 여성시인. 이일규 시인의 `항아리’는 외진 산촌의 장독대에 있는 게 아니라 `바닷가 넓은 뜰에 돌담 집’에 놓여 `깊은 밤 수평선 너머 / 오징어잡이 배의 불빛 보며’ 생의 마침표처럼 자리 잡고 있는 항아리다.
항아리는 우리의 생활 속에서 수용을 너머 포용의 덕목으로도 상징 된다. 그런 덕목과 함께 그 종류도 다양하다. 큰 독인 대옹에서부터 손잡이가 있는 종두리 바탱이와 저수영의 물두무, 물독, 두멍, 동이 등 인간이 지녀야할 덕목처럼 다채롭기도 하다. 이 시에서 화자가 보여주고 있는 가장 큰 덕목이 `언제나 당신은 넉넉한 가슴’과 `무던히도 속 깊은 사람’ 임을 독자는 쉽게 인식케 되리라.
이일기 (시인 · 계간 `문학예술’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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