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해가 단장하고 나온
길 모퉁이에서
하얀 이 드러내고 여름이 탄생한다.
어머니의 자궁에서
아이가 머리를 내밀 듯
조용히 얼굴을 내밀고 있다.
한여름의 싱싱함을 위해
불같이 타오르는
어미의 무조건적인 사랑을 위해
방긋 웃어주고 있는 아이
산모의 고통보다 몇 배 더
고통을 견디고 나온
죽음보다 큰 것은 살아가야 한다는 것
그러나
아가의 웃음은 삶이라는 것
오늘은 어미의 사랑을 받으며
세상 속에 호흡하고 있다는 이유로
한 생명 인으로서
열심히 걸음마를 걷고 있다
저렇게 환한 모습으로
저 길모퉁이 이름 없는 곳에서
전북 장수 출생. 백제예술대학 문예창작과 졸업. 2001년 `문학공간’ 추천을 통해 등단. 한국문인협회, 장수문인협회 회원. 현재 전북 전주에서 창작 활동.
여름날 들길을 가노라면 철없는 아이처럼 길 모퉁이에서 있는 더러는 먼 언덕 아래서 서성이는 `하얀 이 드러내고’ 있는 망초꽃을 만나게 된다. 여름날 들길에서 쉽게 만나게 되는 것은 개망초이다.
시인은 지천으로 늘어선 여름날의 망초꽃을 시인 특유의 시선으로 의인화해 `안 생명 인으로서/열심히 걸음마를 걷고’ 있는 망초꽃을 `환한 모습’으로 조명하고 있다.
이일기 시인. 계간 `문학예술’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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