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건우 극단 시소 대표 “사람 냄새 폴폴 나는 작품으로 대중과 소통할 것”
안건우 극단 시소 대표 “사람 냄새 폴폴 나는 작품으로 대중과 소통할 것”
  • 승인 2015.11.11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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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지 건설회사 직원서 연극인으로
일신의 안락, 열정 앞에서 무너져
2011년 지역 연극 극단 시소 창단
연기·연출·시나리오 모두 도맡아
‘행복한가’, 국제연극제서 작품대상
최근 아역 배우로 발탁된 딸 려원
“아이가 더 좋아해…말리지 않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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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건우 극단 시소 대표는 인터뷰 내내 소통과 교류를 강조했다. 그는 “연극은 사람이 만들어 가는 ‘사람의 예술’”이라며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사람 냄새 나는 연극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은 최근 막을 내린 우전소극장 개관 10주년 기념공연 ‘삼도봉미(美)스토리’에서 연기를 하고 있는 안 대표(왼쪽). 극단 시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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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건우 극단 시소 대표는 인터뷰 내내 소통과 교류를 강조했다. 그는 “연극은 사람이 만들어 가는 ‘사람의 예술’”이라며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사람 냄새 나는 연극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남승렬기자 pdnamsy@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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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대표와 그의 딸 려원.
커튼콜 때 쏟아지는 박수 소리에 전율을 느끼고, 물질적 가치보다는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보람을 찾는, ‘사람 냄새’나는 인간미 넘치는 연극인이었다.

극단 시소 안건우(남·43) 대표. 건설회사에 몸 담고 있던 그가 연극에 빠지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그에게 연극은 어떤 존재와 가치로 다가가고 있는 것일까. 그 궁금증을 풀기 위해 지난 10일 대구 남구 대명동 대명문화거리 인근 우전소극장을 찾았다.

“연극도 사람이 만들어가는 일이다 보니깐 그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이뤄지는 교류와 교감이 너무 좋았습니다. 돈이 무조건적으로 우선시 되는 경제적 가치보다 (연극하는) 사람들과 맺는 교류가 정말 마음에 들었지요. 이게 제가 연극에 빠지게 된, 그리고 앞으로도 연극을 계속해야 할 이유입니다.”

연극의 매력과 연극을 하게 된 동기를 묻자 안 대표는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연극은 사람이 만들어 가는 ‘사람의 예술’”이라며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사람 냄새 나는 연극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커튼콜 박수 소리…나를 지탱하는 힘이 되다

올해 8월 열린 제27회 거창국제연극제에서 대구산(産) 창작연극 한편이 최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다. 안 대표가 이끄는 극단 시소의 연극 ‘행복한가(家)’가 국내 경연작 중 최고상인 작품대상을 수상하고, 대본을 쓰고 연출을 맡은 안 대표는 연출상까지 거머쥔 것.

연극 행복한가(家)는 빚을 지고 자살을 선택하는 한 가장과, 남편이자 아버지의 죽음에 슬픔을 느낄 겨를도 없이 빚 독촉에 시달리는 아내와 아들의 이야기를 담은 블랙코미디물이다.

대상과 연출상, 2관왕을 차지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안 대표는 “어딘가 모르게 불편한 이야기와 불편한 우리네 현실, 그리고 일어나서는 안될 일이지만 주변에서 일어날 법한 이야기를 통해 대중에게 정말로 ‘행복한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라며 “다소 무거운 주제지만 가족애와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가’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점이 심사위원단으로부터 좋은 점수를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최근 경일대학교 연극동아리 ‘열린무대’의 정기공연으로도 선을 보여 호응을 얻기도 했다.

연극인 안건우의 시작은 배우였다. 하지만 연극 인생, 그 시작은 다소 늦었다.

“인생의 스물여덟 해가 넘도록 제대로 된 공연 한번 본 적이 없었습니다. 연극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어요. 그러다 2000년대 초 한 극단과 인연이 닿으면서 연극에 빠져들 게 되었습니다.”

안 대표는 2000년 온라인 카페를 통해 대구지역 극단 원각사가 배우와 스텝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게 된다. 원각사를 찾아간 그는 그 극단에서 스텝과 배우 등으로 활동하게 된다. 그리고 그 곳에서 사람들이 공연을 만드는 과정을 몸소 익히게 되고 공연이 끝난 후의 희열과 카타르시스를 체득하게 된다. 이는 배우·작가·연출이라는 1인3역을 소화해 내는 그의 연극 인생에 자양분이 된다. 안 대표는 “커튼콜 때 관객들의 박수 소리가 연극하는 사람들을 지탱하는 힘이란 걸 그 때 처음 알았다”며 “연극인으로서 시작은 조금 늦었지만 그때의 감흥은 여전히 나를 이끌어 가고 있다”고 했다.

이후 그는 2002년 극단 처용의 연극 ‘고추말리기’에 배우로 무대에 오르면서 처용과 인연을 맺게 된다. 성석배(대구연극협회장) 처용 대표를 만난 뒤 그는 현재까지 처용과 다양한 작업을 계속해 오고 있다. 최근엔 처용이 운영하는 우전소극장 개관 10주년을 기념하는 정기공연 ‘삼도봉미(美)스토리’에서 ‘노상술’역으로 분해 맛깔스런 충청도 사투리와 코믹연기로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로 대중과 소통하고 싶다”

사실 그는 연극계에 본격적으로 발을 내딛기 전 국내 굴지의 건설회사에 적을 두고 있었다. 연극인보단 더 안정적인 미래가 보장될 것이라는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였다. 더 나은 처우와 환경을 버리고 그가 연극을 택한 이유는 ‘때가 늦으면 연극을 할 수 없을 지도 모른다’는 일종의 회한이 밀려올 것 같은 두려움 때문이었다. 열정은 일신의 안락을 결국 이겨냈고 그는 연극을 택하게 됐다.

“비싼 술 보다는 연극하는 선후배들과 밤새도록 기울이는 소주 한잔이 더 좋았습니다. 기왕 연극과 인연을 맺었다면 연극계의 언저리를 겉도는 것 보다는 아예 확실하게 (연극을) 하고 싶어서 직장을 그만 뒀어요. 그러면서 성석배 선배의 연출가로서의 모습과 배우로서의 모습 등을 지켜보면서 나 역시 연극인으로서 조금씩 조금씩 단단해져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후 안 대표는 연출과 극작가까지 영역을 확장해 나가게 된다. 그 이유로 그는 배우로만 머물기엔 한계가 있다고 느꼈기 때문인 한편,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가지고 대중과 소통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안 대표는 “배우는 배우로서의 매력을 가지고 연출은 연출만의 매력, 작가 역시 작가만이 지닌 매력이 있다. 배우의 경우 다른 배우들과 앙상블을 통해 극을 창조한다는 매력이, 연출은 그런 배우들의 힘을 빌려 전체적인 그림을 그린다는 매력이, 작가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글로써 표현한다는 매력이 있는 것 같다”며 “특히 글을 쓸 때부터 무대 상황과 배우들의 감정 표현 등을 직접 그려볼 수 있어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과정에서 전체적인 흐름 잡기가 수월해졌다”고 했다.

안 대표는 지난 2011년, 현재 대표로 있는 극단 시소를 창단한 뒤 연극 ‘오빠가 돌아왔다’, ‘다금바리’, ‘늙은 창녀의 노래’, ‘행복한가(家)’ 등을 연출했다. 그가 직접 쓴 희곡으로는 행복한가(家)를 비롯해 ‘경북여성1호열전’, ‘비긴 어게인’ 외 다수가 있다.

안 대표는 “연출을 하게 된 계기는 이상원 대구시립극단 전 감독의 권유 때문이었다”며 “책임감으로 시작한 연출이었지만 막상 시작해보니깐 연출만의 즐거움과 고통을 느낄 수 있어 본격적으로 도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습관적으로 꾸준히 해 온 습작은 글쓰기에 도움이 됐다. 특히 그가 직접 써 올해 거창국제연극제에서 작품대상을 수상한 작품 행복한가(家)의 경우는 신문 사회면 단신 사건기사에서 모티브를 얻어 탄생하게 됐다.

“한번 보고 그냥 지나쳐 버릴 수 있는, 일가족이 연루된 보험사기 사건 기사에서 영감을 얻어 ‘이 가족에게 진정한 행복과 삶의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라는 호기심으로 글을 쓰게 됐어요. 딱히 대본을 염두해 두고 쓰진 않았는데 글이 막힘 없이 쭉 써지더라고요. 주변의 반응이 나쁘지 않아 여러 선후배들에게 조언도 구해 수십번의 고쳐쓰기를 거쳐 공연본으로 완성시켰는데 이 작품으로 상까지 받아 영광일 따름입니다.”



◇든든한 조력자…딸 ‘려원’

배우로서, 연출가로서, 작가로서 거듭 진화하고 있는 안 대표에게 딸은 든든한 응원군이다. 초등학교 1학년인 그의 딸 ‘려원’이는 지역 연극계에선 나름 유명한 아역배우(?)다. 아빠를 따라 공연장에 자주 오다 보니 려원이를 모르는 연극계 인사는 거의 없을 정도. 더구나 아빠의 동료 배우들과 다양한 무대에도 함께 선 경험이 많아 연극계 인사들로부터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있다. 특히 오는 12월에는 극단 예전이 무대에 올리는 연극 ‘무지개 빠찌’에서 주인공 소녀로 발탁, 최근 연기 연습에 한창이다.

“무지개 빠지는 극단 예전의 레퍼토리 공연인데 이미정 예전 대표가 려원이를 눈여겨본 점이 무대 출연으로까지 이어지게 한 것 같아요. 어린 아이라 그런지 오히려 대사 습득력이 기성 배우들보다 빠른 것 같아요. (웃음) 무엇보다 려원이 자신이 좋아하니깐 연극인으로 성장하는 것을 말릴 생각은 없습니다.”

인터뷰 말미, 그는 “공연이 끝난 뒤 관객의 반응과 그 심경까지 헤아릴 수 있는 신중한 연극인이 되고 싶다”고 했다. “작가로 글을 쓸 때도, 배우로 무대에 오를 때도, 연출 작업을 할 때도 신중함으로 대중과 소통하고 싶다”는 안 대표가 딸 려원이와 같은 무대에 서는 날은 어떤 연기 앙상블이 나올까. 그날의 부녀지간(父女之間), 그 모습이 사뭇 궁금해진다.

남승렬기자 pdnamsy@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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