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촌 누님 영순이는
60고개를 머리에 이고
흰머리 너풀거리면서
간밤
휴전선 넘어 임진강 갈대밭을 거슬러
이지러진 하얀 달을 벗삼아
머언 길을 떠났단다.
그 잘난 땅을 못 잊어
허위허위 가쁜 숨 몰아쉬며
지금쯤
경원선 열차간의
찢어진 의자에다
피곤한 혼을 싣고 있을란가
안변에서 원산을 지나
한걸음 단천까지 내달았을란가
가다가 이원에 들려
이갯다리 너머 오빠네 집 잠시 앉았다가
구수한 숭늉 한 그릇에 목을 축이고
(이하 생략)
▷함경남도 이원 출생. 한국해양대학 졸업. 외항선 선장을 지냄. 1971년『조선일보』신춘문예에 `청진항’이 당선돼 등단.
남북 분단에 따른 이산가족의 슬픔이나 고통을 얘기하곤 한다. 그런 슬픔과 고통 등을 문학작품으로 엮어내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김성식의 사촌누님이 `60고개를 머리에 이고’ 이승을 떠나 피곤한 혼이나마 고향의 땅을 찾아 나서는 실향민의 애원은, 이승을 떠난 후에야 달랑 빈손으로 혼 하나 앞세우고 `그 잘난 땅을 못잊어’ 찾아가는 이산가족의 애절한 한(恨)이 이 시에 깊이 배어 있다.
이일기 (시인 · 계간 `문학예술’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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