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해교육 교사의 권유로
동화 ‘훨훨 간다’ 연극화
도·전국축제서 최우수상
유명세에 제주 원정공연
상금·공연수익금 활용
장학금 기탁 선행도
칠곡군 보람할매연극단은 최근 국가평생교육원에서 진행하는 전국성인문해강사 직무교육에 초청돼 제주도로 공연을 다녀왔다.
이 연극단은 경북 칠곡군 북삼읍 어로1리 60~80대 할머니 13명으로 구성됐다.
할머니들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지원하는 성인문해교육을 받던 중 교사 황인정씨의 권유로 연극과 인연을 맺었다.
성인문해교육 받는 마을들의 백일장대회를 앞두고 황씨가 고 권정생 작가의 동화 ‘훨훨 간다’를 토대로 쓴 각본을 할머니들에게 내밀었고 할머니들은 흔쾌히 수락했다. ‘이름 석자만 겨우 아는’ 할머니들은 농사짓는 틈틈이 배우마다 대사 두 마디씩밖에 없는 5분짜리 연극을 준비했다.
대사에다 동선까지 까먹는 수준의 공연이었지만, 시골 할머니들이 연극을 했다는 소문이 났다. 주위에서 할매연극단을 각종 행사에 초대했고, 실력은 갈수록 늘었다. 지난해 9월 열린 경북 평생학습축제 연극대회에서는 최우수상까지 받았다.
까막눈 어르신들이 글을 배워 연극을 올린 노력을 인정받은 것이다. 보람할매연극단이 지역의 명물이 되면서 마을을 찾아오는 손님도 많아졌다.
경북지역 행사만 다녔던 보람할매연극단은 지난 10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원연합회가 주관한 ‘2015 실버문화축제’에서 공연 부문 대구·경북 대표로 참가해 최우수상을 받았다.
연극단이 지난 2013년부터 최근까지 행사에서 진행한 공연은 50여회를 넘는다. 까막눈 할머니들이 원정공연을 다닐 정도로 유명해졌다. 문맹을 극복하고 연극으로 제2의 인생을 꽃피우고 있는 보람할매연극단은 초등학교와 오지마을을 찾아가 공연을 하고 공연수익금과 대회 상금 일부를 장학금으로 기탁하는 등 선행도 하고 있다.
공연을 관람한 이길순(52·여) 씨는“한글을 모르시던 분들이 대사를 외워 무대에서 연기 하는 것을 보니 그 어떤 공연보다도 감동적”이라고 말했다.
보람할매연극단 최고령자 송문자(82·여) 씨는 “아무리 먼 길이라도 찾아주시는 분이 계신다면 즐거운 마음으로 간다”며 “까막눈에서 벗어나게 해주신 선생님들 앞에서 공연을 하니 더욱 뿌듯하다”고 말했다.
칠곡=김종오기자 kjo@idaeg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