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A+의 조건
진정한 A+의 조건
  • 승인 2015.12.29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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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선
대구대진초등학교 교장
EBS 방송국에서 최근 「시험」을 주제로 ‘교육대기획물’을 6부로 제작, 방영하였다. 1부 ‘시험은 어떻게 우리를 지배하는가?’에서 카스트 제도의 인도와 한국의 수능같은 가오카오 제도의 중국에서는 ‘우산이 없는 토끼는 목숨을 걸고 뛰어야만 한다’는 신념으로 원하는 지위와 직업을 위해 시험에 목숨을 거는 사회였다. 정답이 하나 뿐인 시험 문제로 줄세우기식 시험을 치르고 있었는데 한국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대조적으로 2015년에 대학 선발 제도인 프랑스 바칼로레아 시험 문제는 “나는 내 과거로부터 만들어지는가?” 철학적 명제에 답하는 문제였다. 스스로 생각하며 공부한 학생들이 ‘예’ ‘아니오’ 흑백 논리로 나눠지지 않는 적절성과 논리성을 펼쳐가며 철학 배경 지식을 바탕으로 자신의 예술, 소양 등을 펼쳐 보이는 시험이었다. 들여다보면 학생들의 삶을 윤택하게 키워줄 철학적 논리를 키워가는 사회였다.

한국의 시험 제도는 어떤가? 4부에서 서울대교육과 혁신연구소 소장 이혜정 교수가 실험한 ‘서울대 A+의 조건’ 실상을 보았다. 서울대에서 학점 A+을 2년간 받은 학생 46명을 대상으로 공부 방법, 가정환경, 생활태도들을 분석하여 설문문항을 만들었다. 이 문항에 전체 학생 중 1213명이 응답한 자료와 인터뷰 자료들을 보면 A+을 받는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A+ 학생들은 수업 시간에 교수의 강의를 집중해서 들으며 녹음해서 다시 듣기를 반복했고 수업 중 내 생각은 털끝만큼도 작동시키지 않았다. 창의성이 뛰어난 학생이 자기 생각을 적은 시험 점수는 낙제점에 가까웠다. 창의적 능력을 원하는 사회에서 교수 생각에 학생이 항상 동조해야하는 관성으로 공부하고 있다니! 그에 반해 미국 대학생들에게 시험 치는 방법을 물었을 때 그들은 교수 생각보다 자기 생각을 적는 쪽이었다. 교수들이 그 점을 높이 평가해준다고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문득, 서울대에 다니는 제자들이 돌아 보여졌다. 준원이 재훈이, 경태, 아리가 2011년에 서울대생으로 재학하고 있을 때 나도 서울대연수원에서 3개월간 연수를 받느라 그들과 친구되어 서울대를 드나들었다. 담임한 사대부설초등학교 때 우리 반은 “어항식 토의학습을 주로하고 글쓰기나 일기 쓰기를 열심히 해서 그 덕에 우리가 서울대생으로 잘 지내고 있다”고 떠들던 제자들 말이 ‘꽝’이었을까? 어릴 때 키워낸 글쓰기 실력을 교수의 말 한마디, 농담 한 마디까지 적어 기억했다가 A+을 받는 시험에 잘 적용한다는 뜻이었을까? 나도 서울대 교육행정지도자과정 연수 때 대한민국 최고의 강사들에게 강의를 들으며 협동학습, 토론, 탐구조사, 현장연구발표 등으로 A+ 연수 성적을 받았기에 서울대의 A+에 자부심을 가졌는데.

지금 세계는 마크 저커버그 같은 창의성 있는 사람이 세상을 이끌고 있다. 11살 때부터 컴퓨터 프로그래머의 재능을 나타냈던 그가 커서 자신의 개발 아이디어를 전 세계에 쇼셜 네트워크 서비스로 확장, 페이스북 창시자 CEO가 되지 않았는가?

우리의 희망도 창의성에서 찾아야 한다. 그보다 마크 저커버그가 우리에게 더 큰 울림을 주는 것은 배려와 나눔을 중시하는 그의 큰 생각이다. “모든 부모처럼 우리도 네가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에서 자라나길 바란다. 우리 몫을 다하고 페이스북 지분 99%인 52조를 기부하겠다”며 갓 태어난 딸아이에게 편지를 쓰며 맹세한 그의 인격이야말로 전 세계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진정한 A+의 조건이다.

친구들과도 서로 돌아볼 여유 없이 모두가 가는 대학이니까 무조건 붙고 봐야 한다는 생각만으로 살아가는 입시생들에게 이런 여유로운 가치관을 심어줄 수 있는 사회라면 얼마나 좋을까? 지금 미국 ACCD(Art Center College of Design) 유학생의 말을 들으면 교수들은 학생이 과제를 다 못해 왔을 때도 영점자로 치부하지 않는단다. 못한 이유를 물어 교수의 공감과 설득을 얻어내도록 유도한단다. 학생들 역시 자기 과제 해결에만 치중하지 않고 친구를 도와주며 함께 가는 풍토란다.

내일이면 새해가 오고 봄꽃 피는 3월이면 육세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학교생활을 처음 시작하는 아이들에게서부터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는 창의적 생각과 이웃을 돌아볼 줄 아는 여유로운 마음을 키워주어야 하겠다. 이 염원을 ‘딸을 위한 시’한 편에 실어보이며 이 나라 장래에 희망을 걸어본다.

딸을 위한 시(마종하) 한 시인이 어린 딸에게 말했다./착한 사람도 공부 잘하는 사람도 다 말고/관찰을 잘하는 사람이 되라고/겨울 창가의 양파는 어떻게 뿌리를 내리며/사람들은 언제 웃고 언제 우는지를/오늘은 학교에 가서/도시락을 안 싸온 아이가 누구인지 살펴서/함께 나누어 먹기도 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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