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2016 사람들이여!
응답하라 2016 사람들이여!
  • 승인 2016.01.03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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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쌍규 스마트 미디어 N 방송본부장
대한민국에서 부자로 살아가려면 얼마나 많은 돈이 필요할까? 최근 발표된 한 논문에 따르면 순자산 10억 정도는 있어야 대한민국 상위 1%, 부자의 자격이 주어진다고 한다. 지난해 직장인 평균 연봉 3천170만원. 32년을 한 푼도 안 쓰고 꼬박 모아야 벌 수 있는 돈이다.

또한 어른들에게 부자가 되는 가장 빠른 길을 물었더니 절반에 가까운 44%가 부모 재력 등 유산을 꼽았고, 로또가 그 뒤를 이었다.

이런 세상의 이치를 요즘 아이들은 더 잘 아는 것 같다. “10억이 생긴다면 죄를 짓고 1년 정도 감옥에 가도 괜찮은가?” 초등학생 17%, 중학생 39%, 고등학생은 반이 넘는 56%가 감옥에 가도 된다고 응답했다.

애들에게 10억이라는 것이 이 사회에서 어떤 의미인지, 그 돈을 정직하게 모으려면,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려야 하는지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돈만 있으면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우리사회의 비참한 본능적 현실을 애들이 가장 빠르게 느끼고 있다.

영화 ‘베테랑’에서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는 명대사가 있다. 그러나 현실에선 “돈이 없으면 가오도 없다”는 걸 아이들은 나쁜 어른들을 보고 정확하게 배우고 있다.

양심과 10억을 바꾸겠다는 아이들을 누가 만들고 있나, 어른들이 지키지 못하는 정의 불감증때문에 우리 애들이 구조적으로 좌절하고 있다.

그래서 금수저-은수저-동수저-흙수저라는 ‘수저 계급론’까지 등장하고 있다. 잘 나가는 부모덕에 경제적 부담 없이 취업준비를 하거나 쉽게 직장을 구하는 ‘금수저’ 계층과 달리, 아무런 배경이 없어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흙수저’들의 사회적 박탈감이 반영된 신조어다.

또 다른 논문의 연구결과를 보면 국민소득에서 상속액이 차지하는 비중도 1980년대 5.0%에서 2010년대엔 8.2%로 뛰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고령화가 진행되고 성장률이 떨어질수록 노력으로 부를 축적할 기회는 줄고 상속받는 부가 더 중요해진다는 우울한 진단을 내놓기도 했다.

그만큼 한국 사회에서 개인의 능력과 노력보다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이나 사회적 지위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연구결과들이다.

한마디로 ‘개천에서 용 나올 확률’이 점점 사리지고 성공하려면 노력보다는 학벌·연줄이 중요하다는 인식도 팽배해지고 있다.

2015년 2030세대의 마음을 잘 드러낸 신조어는 금수저, N포세대, 헬조선, 취업깡패, 캥거루족, 이태백, 빨대족, 문송합니다, 화석선배, 달관세대, 인구론, NG족, 지여인 등 부정적 의미의 단어들이다.

점차 심화되는 사회적 불평등에 대한 젊은 층의 반감이 녹아 들어있다. 아마 이런 불평등의 추세는 꺾이기는커녕 갈수록 더 ‘부의 극단적 양극화’ 현상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돈의 가치가 사람의 영혼과 인격까지 결정하는 ‘무가치의 질곡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요즘 TV 앞에 앉은 시청자의 가슴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응답하라 1988’드라마가 있다. 사람의 소외가 팽배한 현시점에서 가족, 친구, 이웃의 따뜻한 정을 느끼게 하는 공감 드라마다.

드라마속의 쌍문동 골목길에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당시 오갔던 이웃들의 정과 서로의 수건이 몇 개인지도 알던 사람이 존귀한 시절이었다. 사람의 정이 공유되고 소통되는 시절이었다.

사람이 절대적으로 존중받는 시절로 돌아가야 한다. 지금 취업난 때문에 청년들도 아프고, 이를 지켜보는 어른들도 아프다. 단지 어른들은 나이의 무게감으로 강한 척으로 버티고 있을 뿐이다.

서로에게 힘든 일상의 생활이지만, 2016년 “당신이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고맙습니다”라고 서로 덕담하는 한해가 되기를 간절히 기원해본다.

“힘은 희망을 가지는 사람들에게 있고, 용기는 속에 있는 의지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새로운 관계를 꿈꾼다면, 사랑을 꿈꾼다면, 선을 넘어야만 한다. 선을 지키는 한, 그와 당신은 딱 거기일 수밖에 없다.”

‘응답하라 1988’드라마의 명대사를 아련히 다시 기억하면서 2016년 새해를 한걸음씩 다시 시작해본다. 당신이 세상의 희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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