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이 무너지는 사회
기본이 무너지는 사회
  • 승인 2015.12.31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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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고래로 금으로 만든 가지와 옥으로 만든 잎으로 자식을 표현할 만큼 자식은 귀하디귀한 존재다. 그런데 금지옥엽의 자식들이 언젠가 부터는 금지옥엽이 아닌 짐스러운 존재가 되어 버렸다.

물질만능의 사회에서는 제일 우선시 되는 것이 물질이다 보니 핏줄이나 가족, 자식 등은 귀찮은 존재가 되어버렸다. 자신들에게 도움이 되거나 울타리가 되어 줄 때는 다르게 다가오지만 자신들이 신경 쓰고 관리를 해 주어야 하는 존재가 된다면 이를 부담스럽게 생각한다. 그래서 어린 아이를 조부모의 손에 맡기고 보육사의 손에 맡긴다.

그나마 이정도면 양반이다. 상황이 안되면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갓낳은 아이도 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려질만큼 세상이 변했다.

이제 자식은 천복이라며 생기는 대로 낳던 시대는 아니다. 아이를 가지기 전부터 아이에 대한 설계가 들어간다. 아이를 가지고 그 아이가 성인이 되어 독립시킬 때까지의 비용이 먼저 계산된다. 과연 이 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 보고 아이를 가질지 말지를 결정하게 된다. 아무런 생각 없이 아이를 낳는 다는 것은 자신의 자유와 생계를 위협하는 존재가 되어 버린 것이다.

이것은 경험이다. 부모세대가 자신들을 위해 허리띠 졸라매며 대학, 대학원의 교육을 시켰음에도 자신들이 이 사회에 진입하기가 얼마나 어려웠음을 절실히 체감한 청년들은 자신이 보는 만큼의 세계에서 자신의 삶을 결정한다.

자신들은 어렸을 때부터 공부만이 살길이라며 다른 길은 아예 보지도 못하게 하며 공부만을 강요당한 삶을 살았다. 그리고 공부를 마치고 사회에 진입하려니 자신들이 그동안 살았던 세계와 너무 다름에 한동안 괴로워하고 적응하고자 많은 노력을 했음을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에서 한자리를 차지하지 못한 경우도 있다. 문제는 다른 삶을 체험하지 못하였으니 그들에게는 교과서의 세계와 학교의 세계가 전부란 것이다.

대가족 체계에서 내리 사랑과 경험을 자연스럽게 습득하는 것도 없었고 형이나 동생들을 만날 기회도 없고 외동이로 곱게만 키워졌으니 남을 위한 희생이란 것이 마냥 낯설다. 심지어 아이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도 모르는 것이 당연시 되는 시대이니 이들에게 금지옥엽의 자식의 존재의 의의를 어떻게 알려줄 수가 있을까.

그들에게 결혼이나 자녀의 존재는 부담이다. 자신을 위주로 살아온 삶이었기에 누군가와 나누는 것, 공존한다는 것이 힘들고 여차저차해서 한 가정을 꾸렸다고 해도 그 사랑이란 마술이 잠시의 효과밖에 발휘하지 못한다.

그 이유는 지금의 기성세대가 만들었다. 자신들의 못다한 한을 자녀들에게 전가했기 때문이다. 살아보니 이렇게만 하면 더 나은 삶을 살았을 것이란 생각에 아이들에게는 아예 다른 곳을 보지 못하게 하였다. 그리고 공부만 잘하면 모든 것이 다 해결된다는 신드롬을 심어 준 것이다.

이제는 그 기성세대가 새로운 세대를 감당하기 힘들다고 손사래를 친다. 어른을 대하는 예의 없음은 물론이고 사회의 기본 질서마저 외면하는 그들에게 혀를 내두른다. 바로 옆에서 사건이 일어나도 자신과 연관되지 않으면 돌아보지 않는다.

이렇게 철저히 다른 세계에 사는 그들의 일탈은 더 무섭다. 기본적인 질서와 예의를 잃어버린 그들이 벌이는 범죄는 말을 잃게 한다. 그 잔혹함은 물론이고 그 어이없음에 매번 범죄의 기네스를 장식하고 있다.

친부모의 의미가 무색할 만큼 자녀에 대한 애정을 찾아내기 어려운 사건사고가 연일 터지고 있다. 남이라도 이해하기 힘든데 직접 자식을 낳은 부모가 자식에게 한 만행이 빈번하니 이대로 두었다간 미풍양속의 동방예의지국은 박물관에서나 만나게 될 것이다.

새로운 한해를 맞이하니 가장 기본이 무너짐이 안쓰럽고 안타깝다. 근본이 없으면 희망을 품을 수가 없다. 그 근본, 기반이 탄탄한 아이는 잠시 일탈을 하더라도 본 궤도를 찾아올 방법을 안다.

그러나 그 근본이 없다면 본 궤도의 의미를 알지 못하니 이를 찾아내기는 매우 어렵게 된다.

하루하루 살기에 급급했다는 변명도 있겠지만 이제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되는 일은 미루지 말고 도려내야 한다. 차일피일하다가는 꼬투리만 남은 우리의 근본도 잃어버릴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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