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문제 합의와 동북아의 미래
위안부 문제 합의와 동북아의 미래
  • 승인 2016.01.06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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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두

대구대 교수·지리학

2015년이 끝날 무렵 한·일 외교부장관은 마치 무엇에 쫒긴 듯이 ‘위안부 문제’에 대해 합의를 했다. 일본 정부는 위안부 문제의 책임을 인정하고 피해자들에게 “마음으로부터 사죄와 반성”을 표했다. 한국 정부는 이번 합의를 통해 “이 문제가 최종적 및 불가역적으로 해결될 것임을 확인”했다.

그러나 이번 한·일간 합의에 대한 국내외 여론은 명백히 엇갈리고 있다. 국내에서 여당은 합의를 환영하며, “일본의 진정성 있는 태도가 이어져 한일 양국 간의 새로운 모멘텀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반면 야당과 시민단체들은 이번 합의가 50년 전에 있었던 제1차 한·일 굴욕협정에 이어 제2차 한·일 굴욕협정이라고 비난했다.

이러한 상반된 여론에 대해, 우선 ‘이번 합의를 통해 한국이 얻은 것이 무엇이며 잃은 것은 무엇인가’라는 의문을 제기해 볼 필요가 있다. 한국이 얻은 것은 형식적으로 일본 정부의 사죄와 반성을 끌어냈고, 위안부 피해자를 지원하는 재단을 설립하게 위해 일본이 10억엔(약 97억원 정도)을 출연한다는 것이다.

이를 대가로 한국은 이번 합의를 통해 많은 것들을 잃어버리거나 스스로 포기해 버렸다. 우선 한국은 일본에게 책임자 처벌과 법적 배상을 요구할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렸다. 일본이 위안부를 성적 노예로 동원한 행위는 분명 국제적 범죄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이에 따라 양국은 법적 절차에 입각하여 책임자 처벌과 배상을 했어야 했다.

또한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가 해야 할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지원을 떠맡게 되었다. 일본 정부는 위안부 피해자들을 직접 배상하는 방식보다 한국 정부가 설립하는 재단을 통해 간접적으로 인도적 차원에서 복지와 의료 혜택을 지원하는 방식을 택함으로써, 피해국의 정부에게 그 책임을 떠넘기고 손을 떼겠다는 의도를 보인다.

그 뿐 아니라 한국 정부는 피해자들과 시민사회의 여론을 배제함으로써 ‘정치적 야합’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특히 한국 정부가 일본의 요구대로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철거 또는 이전과 관련하여 언급한 점은 위안부 할머니들과 시민사회의 자존심을 상하게 했다. 소녀상은 사회적 성원과 합법적 절차에 의해 세워졌기 때문에 정부가 관여할 사항이 아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한국 정부는 이번 합의를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이라고 확인함으로써 인권에 관한 국제 협상에 대한 기본을 망각했다. 이로 인해 한국 정부는 앞으로 위안부 문제에 대한 역사적 교육이나 일본의 식민지배로 인한 또 다른 피해에 대해 배상을 요구하거나 일본의 반성을 촉구하기 위해 국제적 여론을 환기시키기가 어렵게 되었다.

요컨대 한국 정부는 짧게는 시민사회에서 위안부 문제를 거론하기 시작하여 성과를 쌓아온 지 25년, 길게는 일제의 강제 합병과 식민 지배 이후 100여년의 뼈아픈 역사를 모두 과거사로 덮어버리고자 하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한국 정부가 이와 같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은 합의를 졸속하게 끝낸 것은 또 다른 원인, 즉 동북아에 작동하는 지정학적 힘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합의를 거시적 관점에서 보면, 분명 일본의 이해관계와 미국의 압박이 작용하고 있다. 당장에 일본은 유엔(UN)상임이사국으로 진출할 야욕을 실현하기 위해 국제사회에서 최소한의 도의를 표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일본은 이번 합의를 통해 과거 침략과 식민통치의 기억을 지우고 동북아에서 다시 패권국가로 부상하고 싶어 한다.

또한 미국은 이번 합의를 통해 한·미·일 삼각동맹에 걸림돌이 되었던 한·일간 과거사 문제를 해소하고, 동북아 안보협력을 위한 공조체제를 공고히 하고자 한다. 바로 이러한 점에서 미국 정부는 이번 합의를 통해 “상호이익과 공통의 가치를 기초로, 한미일 3자 안보협력의 진전을 비롯해 폭넓은 지역 및 세계적 문제에 대한 협력을 심화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반면 이번 합의에 대해 중국은 매우 불편한 기색을 보인다. 중국 언론들은 이번 합의가 “일본의 자발적 양심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미국의 압박 속에 이뤄진 정치적 선택”이라고 유감을 표했고, 심지어 “위안부 문제 해결을 통해 한·중 간 공동대응을 약화시킴으로써 일본은 중국 견제에 좀 더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고 경계심을 표했다.

이처럼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합의는 단지 한·일간 관계를 넘어서 동북아의 거시적 지정학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합의로 한일 간 갈등의 한 요소가 사라졌다고 하지만, 앞으로 동북아에는 정치·군사적 긴장이 더 고조될 것으로 우려된다. 새해에 가장 우선된 바램으로, 한국 정부와 시민사회가 이러한 상황에 더 현명하게 대처하면서 동북아 지역의 안정과 평화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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